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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제1금융권에도 비양심적인 사람 있네

#0
어제 오랫만에 동생이 집에 와서 저녁 같이 했다. 동생은 파주에 있는 아파트에 사는데, 자주 드나들긴 하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잘 안 온다. 사업이 잘 안 되다 보니. 이유는? 여행업이라 직격탄을 맞았던 거지. 여튼 그렇게 저녁을 먹으면서 얘기를 하는데, 정부 지원 자금 대출 받으러 가서 겪었던 일이란다.

 

#1

정부 지원 자금이 동나서 안 되니까 요즈음 저금리 시대라 이자 싸니까 자기네들 대출 상품 이용해보라는 거다. 3.3% 짜리로. 참고로 정부 지원 자금 대출은 1% 조금 넘는 수준.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자금이 급한 상황이라면 아마 이 대출 상품 이용하는 사람 분명히 있을 거다. 그런데 동생은 그건 관심 없다고 하고 돌아왔고, 그걸 정부 지원 자금이 동나서 대출이 안 되는 건지 알아봤는데 되더란다.

 

#2
결국 정부 지원 자금 대출 말고 자기네들 대출 상품 팔아먹으려고 했던 거다. 요즈음 저금리라 은행에 돈 예탁하는 사람보다 대출 받으러 오는 사람을 은행측에서는 더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 상품 팔면 인센티브 있는 건가?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그렇게 양심까지 팔아먹지? 양심을 판다는 건 돈을 벌기 위해서 내가 아는 정보를 숨기고 거짓으로 얘기하는 것이라 해두자.

 

#3
우리 가족은 태생 자체가 좀 그러하다. 남 속이는 거 그런 거 못한다. 자본주의의 폐단,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세상. 사기꾼이라고 해도 사기쳐서 번 돈 중에 일부 푼돈 같은 1억을 기부하면 기부 천사가 되는 세상 많이 겪어왔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이제는 일반 대중들 사이에도 뿌리깊게 내려앉는 듯한 느낌? 인스타에 보면 뭘 하는 인간인지는 모르겠지만 허세 부리는 이들(특히 여성들 중에) 많다. 사람 냄새 나기 보다는 다들 똑같은 삶을 사는 듯한 공장 생산 인간 같은 느낌.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4
내가 유어오운핏 시작하면서 인포머셜 커머스를 생각했던 건, 정보의 비대칭으로 기인되는 불합리성을 타파하려고 했다. 정직하게 벌 만큼 벌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게 구매하는 이나 팔아서 이문을 남기는 이나 떳떳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보면서 느끼는 바, 사람들은 그런 거에 별 관심 없더라. 그런 가치를 보기 보다는 저렴하니까 사는 거고, 또 불만족이 생기면 저렴하니까 그렇다고 치부한다.

 

별 생각없이 사는 사람 많다는 건 예전부터 느껴왔지만, 지 딴에는 생각하면서 산다고 착각하는 이들도 꽤나 많더라. 게다가 꼭 그런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알려주면 이제 알게 되었으니 그 부분을 신경 써서 오히려 알게 해준 우리만 더 힘들게 되는 경우도 있고. 물론 그게 잘못된 거라고 생각치는 않지만 우리는 너무 이문이 안 남다 보니 문제가 되는 거였지. 뭐 다 시행착오고 우리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으니 그런 거지만 다 극복하고 이제는 바꿔나가야할 부분이라 본다.

 

#5
며칠 전,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데(이거 나중에 기사 나가면 광고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기사가 취재 나온 거다. 돈 준 것도 없고, 저녁 한 번 내가 사고, 다음에는 저녁 오히려 기자한테 얻어먹었다.) 보람된 순간이 언제냐고 묻더라. 그 때 나는 그랬다. 우리 꺼 사준다고 해서 보람되었던 적은 별로 없다. 저렴하면 그거 때문에 사는 사람들도 있고, 그 중에는 어떻게 해서든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이들도 있으니. 내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되었던 건,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공감한다는 이들의 얘기였다고.

 

재단사 선생님도 우리는 너무 많은 공을 들인다고. 정말 고생하면서 하는데 이문도 적게 남기니(재단사 선생님도 지금껏 다른 데에 있으면서 이문이 얼마 되는지 알 거 아닌가) 힘든 거 아니냐고 그러지, 수미주라 공방에서도 가격 참 착하다고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냐고 그러고, 비스포크 공방에서도 지금껏 공방 운영하면서 그렇게 마진 적게 보는 데는 처음 본다고 그러고. 그렇게 해서 유지가 되겠냐고 그러니. 나름은 업계를 잘 모르고 설정한 거라 후회하지는 않는다. 몰라서 그렇게 설정한 거니. 그래서 비스포크는 가격 올리려고 하는 거고.

 

그나마 유어오운핏 온핏러들 중에 가치를 인정해주는 온핏러들이 꽤 된다. 그 중에는 진정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해서 그러는 이들도 있겠지만 저렴하니까 가격에 비해서 옷은 잘 나오니까 이용하는 온핏러들도 있겠지. 대화를 하다 보면 느껴지거든. 확실히 사업을 운영해봤거나,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이 많거나 하는 경우에는 잘 이해하는 거 같더라. 최근에 모 유명 법무법인의 변호사가 내방해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러더라. 이런 데가 잘 되야 하는데. 이런 얘기 그 변호사한테서만 들은 얘기는 아니지만 고맙더라. 그렇게 생각해준다는 게.

 

물론 제작에 문제가 있었던 시기에 실패 사레를 겪었던 이들은 우리 망했으면 좋겠다 할 수도 있겠지. 어찌보면 내가 했던 말들이 다 거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과 행동이 다르네라고 할 수도 있고, 내 성향이 그러하다 보니 더욱더 미워할 수도 있는 거겠지. 당시에는 나도 몰랐던 부분이 있고 그래서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고생해서 지금이 있는 거고, 그 당시에는 몰랐기에 거짓말이 아니라 모르는 상태에서 진정성 있게 얘기했다. 단지 과한 표현을 했을 뿐이지. 대신 인정할 건 인정한다.

 

그런데 예전부터 논쟁 같은 걸 하면서 느끼지만 하수들이 잘 쓰는 방법을 쓰더라. 내가 뭘 인정하잖아? 그러면 그걸로 모든 걸 다 퉁쳐내. 그러니까 인정할 게 있고 인정하지 않을 게 있는데, 인정하지 않는 부분 마저도 인정한 듯 몰아버린다니까. 그러니까 이 업계에 일해서 그 내막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는 부분 있기 마련이고, 이 업계에 일해서 잘 안다고 하더라도 내가 볼 때 솔직히 좀 머리가 나빠서 공부 같은 건 전혀 안 하고 그냥 업계의 들은 얘기가 진실이라고 착각하는 거 같다.

 

이제는 반성하는 시간, 자숙하는 시간은 다 지났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업계에 대해 날선 비판은 하지 않겠지만, 이제 열심히 해서 결과로 승부를 해야할 듯 싶다. 정말 이 업계는 신물이 날 정도로 나랑 안 어울리는 업계이지만, 어찌보면 그래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6

나는 언제부턴가(아마 30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비양심적인 사람들과는 상종 자체를 안 했다. 근데 정말 정말 재밌는 게 원단 에이전시 중에도 그럼 사람들이 있다. 그런 데의 원단은 내가 일절 쓰지를 않아. 그런데 웃기게도 그 원단 브랜드가 다른 에이전시로 넘어가잖아? 그러면 희한하게 가격이 확 떨어지네. 이게 뭔 말이냐? 그만큼 원단 에이전시가 국내에서 마진을 많이 챙겨먹는다는 얘기거든. 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운영하는 원단 에이전시의 원단 브랜드는 그 원단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이용하지 않는데 그게 내 성향이 반영된 부분도 있지만 증명이라도 하듯 그렇게 되는 사례를 내가 몇 개의 브랜드에서 봤었거든.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비즈니스가 어떠하든지 간에 그런 건 타협할 생각이 없다.

 

원단 관련해서도 재미난 최근의 일화가 있는데, 굳이 얘기하지는 않을 거다. 모르지. 어떤 이유에 의해 언급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여튼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거. 그래서 양심적인 사람을 하나 둘 알아가는 게 더 힘들어진다는 거. 그래도 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상종 자체를 안 하니까 양심적인 사람들이 주변에 많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는다. 난 그런 사람들이 돈 많이 벌어서 성공했다고 소문나고 그래도 별로 부러워해본 적 없다. 예전에도 뭐 같이 사업하자고 제안하면 그걸로 수천억을 벌어도 나는 관심 없다고 하고 돌아선다. 나는 그런 거에는 별로 욕심이 없다.

 

근데 정말 많이 힘들어져본 경험을 하니 좀 생각이 달라지긴 하더라. 그것도 상황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하는 경우는 생기긴 해. 그러나 사람이라는 게 타고난 기질이 있어서 잠깐 그럴 수는 있어도 계속 그러지는 않는다. 다만 그 맛을 알게 되어 잘못 배우면 계속 그런 길을 가게 되는 경우는 있는 거 같더라고. 그건 그 사람의 길이고 나는 내 길이 있는 거라 생각한다. 다만 세상 사람들이 지금 현재 돈이 많은 사람이면 성공했다 대단하다 하면서 그 사람의 말을 그냥 곧이 곧대로 믿는 우매함을 보이면 참 세상 웃기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될 뿐.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기보다는 나도 그렇게 되면 되지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근데 그게 또 쉽지 않은 게 사람들은 비쥬얼한 거, 눈에 보이는 거에만 현혹되는 경향이 있더라고. 현실이 그렇다면 거기에 맞게 대응을 해줘야지 내 고집 부리는 건 아닌 거 같더라. 그렇다고 해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먹히게 만들면서 내가 지켜온 가치를 추구하는 게 현명한 거 아니겠냐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