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영화

추억의 홍콩 영화 ④ 영웅본색 (1986)

홍콩 느와르 하면 빠질 수 없는 영화 <영웅본색>이지만 나는 <지존무상>으로 홍콩 영화를 처음 접하고 <영웅본색> 시리즈는 나중에 보게 되었다. 오히려 <첩혈쌍웅>보다 <영웅본색>을 나중에 봤었다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오우삼 감독, 주윤발 주연은 흥행의 보증 수표가 되었고, 그 둘의 호흡은 이후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오우삼의 페르소나가 주윤발이 된 게 이 때부터 시작이라는. 근데 사실 나는 대단하다 대단하다 해서 보긴 했지만 너무 큰 기대를 해서 그런 지 조금은 개연성이 없는 부분 때문에 다소 재미가 덜했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홍콩 느와르의 공식

사실 <영웅본색> 이후에 홍콩 느와르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홍콩 느와르를 보면 공식이 있는 듯 싶을 정도로 공통 분모가 존재한다.

1) 로맨스보단 우정, 의리: 물론 로맨스가 주인 <천장지구>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이렇다. 로맨스는 그냥 양념일 뿐.
2) 남자: 담배, 바이크, 롱코트, 선글라스, 수트같은 남자 향 물씬 풍기는 소품부터 우정을 대하는 상남자의 태도 등
3) 권총: 칼이나 검이 아니다. 소총도 아니다. 권총이다.
4) 목숨: 항상 주인공 죽는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할 그 무엇이기에 더 몰입되는 듯.

성냥개비

주인공의 시그니처라 뇌리에 남아 있는 거지, 이거 따라하는 사람 있었나? 없었다. 누가 이쑤시개도 아니고 성냥개비를 물고 다녔겠어. 그것도 학생이. 바로 걸려서 유기정학 먹구로. 

롱코트

영화 다시 보니까 이 당시 핏이 루즈핏이더라. 적룡이 입은 수트 어깨는 본인 사이즈보다 훨씬 크게 만들어서 어깨가 과하게 넓은 사람처럼 보이고, 롱코트 기장도 종아리 아래까지 내려갈 정도로 길게 입고. 그러나 이렇게 긴 롱코트가 또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 이 롱코트는 <매트릭스>에 영향을 주고, 그 <매트릭스>를 본 나는 롱 가죽 무스탕을 하게 되고. 그걸 아직까지도 입고 있다. 거의 20년이 됐네. 당시 비싸게 주고 샀는데 뽑을 만큼 뽑아먹은 듯. 기장이 하도 길어서 입고 계단 올라가면 밟혀서 기장 수선 한 번 했네 그려.

범죄자와 경찰

형과 아우지만 형은 범죄자요, 아우는 경찰이다. 이런 대립 구도를 아주 잘 활용하는 게 홍콩 느와르가 아닌가 싶다. <영웅본색>에서는 형과 아우라는 혈연 지간의 끊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첩혈쌍웅>은 같은 상남자끼리 느낄 수 있는 서로의 끌림에 의해서, <무간도>에서는 범죄 조직과 경찰 조직 간에 갈등 속에서. 사실 명장면이라고 할 만한 장면은 이런 설정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장면이거든.

OST

일부 홍콩 영화 중에서 OST가 유명한 영화도 있지만, 홍콩 느와르 중에서 OST만 들어도 장면이 떠올릴 만큼 강력한 OST는 <영웅본색>만한 게 없다. <영웅본색> OST는 나도 좋아서 mp3로 핸펀에 담아두고 들을 정도였으니. 근데 영화 없이 OST만 들으면 좀 쌩뚱맞다는.

주윤발

지금보면 사실 영화적 재미는 좀 떨어질 지 모른다. 내가 오래 전에 봤을 때도 좀 그랬었거든. 개연성의 부족(아니 다리 병신 됐다고 그렇게 개새꾸 마냥 살아야 되냥?), 재장전이 필요없는 떨어지지 않는 총알, 총구에서 불꽃 튀기는 장난감 총 등.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자가 되는 건 부분 부분 남자의 심금을 울리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영화는 주윤발보다는 적룡의 재기를 위한 영화였다. 물론 적룡 또한 이 영화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맡긴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가장 큰 수혜를 본 건 바로 주윤발. 그랬기에 1편에서 죽었던 주윤발을 2편에서 쌍둥이 동생이라는 캐릭터로 부활을 시켰던 거고. 주윤발의 필모에서 대표작의 시작이 바로 <영웅본색>이고 이는 오우삼 감독에게도 마찬가지.


영화를 떠나 주윤발이란 인간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존경스럽다. 그런 걸 보면서 어떻게 해서든 지 돈만 챙겨 가려는 수많은 연예계의 띱대끼들은 보고 좀 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