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으로는 가족이 함께 본 최초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 전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안 본 건 아니지만. 그 시끄러운 사운드 효과 속에서도 주무시는 어머니. ㅎㅎㅎ 원래 이걸 보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몰라도 이걸 보게 됐다는. 어느 극장이었더라? 대영 극장? 확실한 건 부산 극장은 아니었다는. 당시 부산 남포동에서 제일 큰 극장이 부산 극장인데 부산 극장이 아니라는 건 그만큼 주류 영화가 아니었단 얘기여서 그랬나? 아님 다른 이유가 있었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
<첩혈쌍웅>은 홍콩 느와르라고 무시할 영화가 아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에 이름을 올린 영화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이 영화는 보면 뭔가 좀 다른 홍콩 느와르하곤 좀 다르다. 뭐랄까. 조금 정제된 맛, 영상미 이런 게 가미되었다고 할까? 감독이 오우삼이거든.
쌍권총
뭐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에서 선보였던 쌍권총은 역시나 <첩혈쌍웅>에서도 등장하는데, 공교롭게도 배우가 주윤발로 같네. 이러니 주윤발하면 쌍권총이 떠오르는 거 아니겠누. 베레타였던 걸로 아는데, 당시 어렸을 때 너무 멋있어서 베레타 비비탄 총을 사고 싶었더랬다. 집 인근에 프라모델 판매하는 데서 비비탄 총도 팔았는데 지나가다가 유리 너머로 그거 구경하곤 했던 기억이 나네. 이거 적다가 갑자기 떠오르더라는.
남자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남자의 매력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지존무상>의 알란 탐과 유덕화와 같이 <첩혈쌍웅>에도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이수현이 매력 없어서가 아니라 주윤발이 맡은 캐릭터의 매력이 너무나 매력적이라 비교가 안 되는 듯 싶다. 킬러와 경찰이지만 둘의 마음은 통(通)했다. 이런 거 느껴본 적 있나? 남자로 살면서 이런 거 느껴본 적 있냔 말이야. 못 느껴봐쓰? 아~ 아쉽네. 남자로 태어나 이런 거 한 번 즈음은 느껴봐야 하는 거 아이가? 그기 남자 아이가?
배신한 친구라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기회를 주는 배려(?), 자신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여자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남자. 크. 멋지다. 멋져. 반할 만 하지 않겠냔 말이지. 남자라면 이리 살아야 하는데...
명장면
인상깊은 장면들 꽤 많아서 뭘 언급해야하나 싶은데, 하나만 꼽자면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이겠지? 마지막 장면 보고 참 스토리 잘 만들었다는 생각 했더라는. 이랬으니 어렸을 적에 보고 뻑 안 갔겠냐고. 어찌 보면 공부만 하던 내가 다른 길로 빠진 게 홍콩 영화 영향 때문 아니었나 싶네. ㅎ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사랑이 아냐. 연민의 정이지. 그래도 남자로서 자신의 잘못을 그렇게라도 갚으려고 한다는 그런 게 멋진 거 아니겠어. 남자의 길 뭐 그런 거? 어? 존나 멋져.
홍콩 느와르
홍콩 느와르가 당시에 왜 붐을 일으키고 많은 남심을 흔들리게 만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주인공이 죽어. 존나 멋진데 죽어. 존나 슬프잖아. 보통의 헐리웃 영화는 어떤 경우라도 주인공 살아남거든. 총을 쏴도 총알이 희한하게 주인공안 피해가. 그런 반면 홍콩 영화는 주인공을 죽여버리잖아. 그것도 아주 슬프게. 그래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천장지구>도 주인공 죽지, <지존무상>도 죽지, <첩혈쌍웅>마저 다 그렇잖아.
근데 요즈음은 나도 영화 잘 안 보는데, 유투브에 보면 영화를 요약해서 보여주는(20~30분 정도) 영상 많더라. 이 정도면 요약이라고 해야될까 싶을 정도로 내용이 결말 포함해서 빼곡히 담겨 있는데, 나도 보면 영화 안 봐도 될 정도로 왠만한 내용은 다 있더라. 이런 거 보면 구글이 승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