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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경영진이 선물해준 케익

6월 28일은 내 생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날이 로레알 본사 임원진들이 회사에 방문하는 날이었고, 그들이 방문하는 목적과 의도를 알기에 중요한 날이었다. 나는 (주)미니쉬 테크놀로지에서 CMO(Chief Marketing Officer)다. 이게 CMO가 해야할 일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중요한 사안인 걸 감지하고 준비 단단히 해야겠다 해서 내가 로레알 본사 임원진들한테 발표할 PT를 만들었다. 물론 영문이다. 그들은 외국인들이니까. 여튼 그 날이어서 나는 점심도 식권으로 후다닥 먹고 당일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했다. 우리만 발표한 게 아니라 여러 업체들이 발표하는 자리여서(다 의료 업체) 다른 데의 PPT도 받아야 했었고, 스크린, 음향 등도 테스트해봐야 했다. 

몰랐는데, 점심 때 나를 위해 깜짝 생일 파티를 경영진이 준비했었더라. 회사 사무실과는 좀 떨어져 있는 미니쉬 라운지 청담에 점심 식사와 함께 케익을 준비했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부대표님한테 로레알 PT 준비해야 되니까 빨리 밥 먹어야 한다고 식권 두 장 챙겨서 먹었거든. 부대표님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모른 척 하고 있었던 거였다. 밥 먹으러 가면서 전화해서 "혹시 준비 다 됐나요? 근데 그거 거기 직원들이랑 먹어야할 거 같은데"라고 하던데 그게 나를 위한 깜짝 생일 파티였던 거다. 크... 감동. 마음만 받겠습니다. 


근데 이 날 1시부터 마케팅 본부 회의하고 나서 2시에 로레알 PT 준비하러 나가면서 오늘 안 들어온다고 했더니, 또 직원들이 생일 케익 준비해서 축가 불러주네. 크. 그런 거 참 오랜만에 받아보는 거 같다. 나이 먹고서 좀 쑥스럽기도 하고 그렇던데(내가 그런 거 쑥스러워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래도 기분은 좋더라.

항상 혼자서 일하던 내가 이렇게 조직에 속해서 일하다 보니 장단점이 있다. 함께 일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이 있다 보니 생기는 미묘한 갈등이 단점이겠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듯. 게다가 가장 큰 건 비전이 있다는 거고, 그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과정이 재밌다는 거. 그래서 요즈음은 일이 재밌다. 다만 너무 일에 집중하다 보니 살이 엄청 빠졌다는 거. 롱런해야 되니 이제는 몸 관리도 좀 해야할 듯 한데, 넘 바쁘다는 게 문제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