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온핏러가 근무하고 있는 칵테일 바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네이버 평점도 상당히 높아서 언젠가는 한 번 가봐야지 했던 곳이었는데, 원래 가려고 했던 날 사정이 생겨서 못 가고 이번에 가게 됐다. 연남동인 줄 알았는데, 연희동이더라는. 골목 안쪽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렇게 위치 안내등이 있어서 찾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주차는 인근 길가에 해두면 되고. 혹시나 CCTV 있나 싶어서 살펴봤는데 없는 듯.
실내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동양적인 풍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동양적인 풍이라고 할 수는 없고, 퓨전. 입구의 불상은 갖고 싶더라.
칵테일
Cocktail
당연히 메뉴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없다. 그냥 자신의 취향을 얘기하면 그 취향에 맞춰서 바텐더가 즉석해서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오~ 내가 원단에 대해서 얘기해주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겠지? 그 많은 술 종류를 다 꿰고 있어야 하고, 이것과 저것을 섞었을 때 어떤 맛인지도 알아야 하고. 이게 쉬운 게 아닐 터인데. 정형화된 칵테일이 아니라 커스텀 칵테일. 오직 내 취향에 맞춘 나만을 위한 칵테일. 그래서 매니아들이 많이 좋아할 듯한 느낌이다.
나는 달달한 칵테일을 원했고, 좋아하는 과일을 물어보길래 파인애플이라고 했다. 알코올은 어느 정도 원하냐고 묻길래 가급적 논알코올을 선호한다고 했는데, 알코올 약하게 해준다고 해서 만들더니 10도야. 어쩐지 몇 모금 마셨더니 취해. 흐... 내가 마신 칵테일명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첫맛은 파인애플이고, 뒤로 갈수록 허브향이 나는. 뭔가 묘한 맛이다. 그리고 내 잔에 끼워진 건 파인애플을 말려서 만든 거라는데, 먹어도 된다고 하더라. 먹진 않았지만.
술을 좀 마실 줄 아는 지인은 그 다음에는 도수가 좀 쎈 술을 시켰다. 보니까 조니 워커 블랙 라벨 12년산을 베이스로 하고 뭐 달달한 맛 내는 거라던데 뭐 섞어서 저어서 주던데 영상으론 찍은 게 있지만 사진으로는 찍은 게 없네. 그거 마시긴 다 마시더라. 근데 그거 마시고 나서는 더이상 못 마시겠다고. 더 마시면 취할 거 같다고.
안주
munchies
칵테일 메뉴도 없다더니 안주도 별도로 주문하는 게 없다. 그냥 알아서 준다. 기본적으로 주는 건, 크래커 위에 살라미에 토마토 소스 올리고 파인애플 말린 거(이거 식감이 좀 젤리 같으면서도 질긴?) 주는데 보니까 칵테일 시키는 사람들에게는 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거 같더라. 이거 맛있다. 매번 바뀌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이게 기본 안주.
칵테일 한 잔 더 시켰더니 푸짐한 안주 준다. 내가 좋아하는 자두랑 초콜렛도 있고, 두 종류의 치즈와 크래터, 방울 토마토가 담긴 안주를 내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 주는 거다 보니 온핏러(유어오운핏 고객)라 그런 듯. 신경 써주는 의미지. 그래서 담에 한 번 오라고 했다. 원단 괜찮은 거 있으면 그냥 줄 수 있는 것들 보여주겠다고. 원래 사람 간의 정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는가.
이런 칵테일 바는 처음이다. 메뉴가 없는 칵테일 바. 칵테일이라고 하면 항상 메뉴보고 이거 무슨 맛이에요 하면서 고르던 걸 생각하니 여기는 뭔가 술에 대해서 조예가 깊은 이들이 오는 덴가 싶기도 하고. 나같은 술과는 친하지 않은 사람은 그냥 분위기 잡으려고 가는 듯. ㅎ 보니까 연인들끼리 많이 오더라. 내가 있었을 때 대부분은 연인들이었고(그래도 잘 알려진 칵테일 바인지 사람들 계속 오고 가고 하더라), 혼자서 온 남자도 있었고, 여자 둘이 온 경우도 있었고.
가격 계산해보니 한 잔당 2만원이던데. 어떤 칵테일이든 2만원이라고 한다면 비싼 위스키는 아마 사용하기 힘들 거 같고. 물어보니 병 시키고 킵도 가능하긴 하다더라. 여튼 좀 독특했던 칵테일 바. 만약 내가 술에 대해서 좀 많이 안다면 여기 와서 술에 대해서 얘기 나누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더라. 내 고객으로 만났을 때는 원단에 대해서 물어봐서 내가 답변해주는 식이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 술에 대해서는 전문가더라고. 옷 해입고 싶다고 하던데, 기회 되면 내가 알아서 신경 써주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