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4,111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7점.
판타지지만 괜찮게 봤던 건, 영화를 보면 부모를 떠올리게 마련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싶다.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 봐야 안다고 하지만, 부모가 되어 내가 자식을 바라보며 나를 키웠던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더 잘 하게 되는 건 아니더라. 내 부모 앞에선 나도 자식 밖에 안 되는. 그렇기에 영화 내용을 보다 보면 부모의 마음에 가슴 뭉클해지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다. 요즈음엔 이런 부모상도 별로 없는 거 같다. 자식을 위해선 절대적인 헌신을 하는 부모는 내 부모 세대까지가 마지막이 아닐런지. 아무리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어도 자식 때문에 살아가던 게 우리 부모 세대라면 요즈음 세대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런 단편적인 것만 봐도 우리 부모 세대와 우리 세대는 많이 다른 거 같다. 아무리 그런다 해도 혈연 관계는 말할 수 없는 그 끈끈한 무엇 때문에 영화를 보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생기기 마련인 듯.
살아 생전에 잘 해드려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잘 해드려도 돌아가시고 나면 못 해드린 부분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게 자식의 마음인 거 같다. 영화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홀어머니 손에 자라면서 겪은 일들 때문에 서로를 위하지만 엇갈렸던 부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꼭 같은 경험은 아니더라도 그런 류의 경험들은 그 누구나 겪지 않나? 그런 부분들이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자식들에게는 후회스러운 부분이 되고. 그래도 용서가 되는 게 부모의 마음인 걸.
영화적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순 없지만, 캐스팅은 잘 한 듯 싶다. 특히 어머니 역의 김해숙은 너무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던 듯. 죽고 나서 3일의 휴가를 받아 딸을 보러 왔지만 만질 수도 없고 대화를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제 돌아가야할 시간. 단 한 번만이라도 딸이랑 애기해보고 싶은데 그 대가는 본인의 기억 속에서 딸의 기억은 사라져서 이제는 딸을 봐도 딸이라는 걸 알 수 없어, 나중에 저 세상에서 재회하게 된다 하더라도 못 알아보게 된다는 것. 그런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대화를 하려고 했던 건, 과거의 일을 후회하는 딸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걱정말고 행복하게 살아라는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결국 자식을 위해서 한 선택이었다. 부모는 죽어서도 자식 걱정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그렇게 흥행한 영화는 아니지만, 한 번 즈음은 볼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황이라면 아마 영화보고 부모님 생각 많이 날 듯. 아직 나는 부모님이 건강하시긴 하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눈 마주보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오래 남지는 않은 거 같다. 나중에 돌아가시면 후회할 일들 많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덜 후회할 수 있게 해드려야지 하는 생각을 해도, 영화 볼 때나 그렇지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니. 오늘 전화라도 한 통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