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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슬픈 현실

아무렇지 않게 지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어느 정도 괜찮아지는 듯 여겨졌었는데, 오늘 하루는 좀 힘드네. 요즈음은 교회 사람들이나 가족들, 친한 지인들 아니면 잘 만나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마음 다스리느라 산책도 하고, 동생과 오랜 시간 통화를 했었다. 물론 동생은 나랑은 달라서 동생에게는 내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하지는 못하고, 부딪힌 현실적인 문제들이나 가족들 문제 얘기나 많이 했었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최근에 동생이랑 잠깐 사이가 좋지 못했을 뻔했다가 지금은 서로를 격려하고 도와주는 관계가 되었다는 거다.

나는 생겨먹은 게 그래서 그런지 어떤 계기를 통해서 깨닫고 나면 좀 대하는 게 달라지는데, 한 때는 2년 동안 동생과 말도 섞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 동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었고, 동생이 왜 그러는지 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존심 때문에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었지. 존심이 뭐라고. 참. 그러다 언젠가 동생 또한 어떤 일을 계기로 나와 얘기하고 싶다고 찾아왔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본인이 나를 이해 못했지만 지나고 나서 일련의 일들을 겪고 나니 내가 이해되더라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다 그런 때가 있다며 이해한다고 하고 그 때 이후로는 좋게 지내긴 했는데, 그 때부터는 동생에게는 별로 큰 소리 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동생이 형한테 대들듯 뭐라 하는 일이 있었는데, 나는 큰 소리 내지 않았고, 화도 내지 않고 이해하려고 했다. 그냥 내가 형 노릇 못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그러다 최근에 좀 아니다 싶길래 예전 같으면 내가 화내면서 뭐라 했겠지만 내가 최근에 그러냐며. 난 정말 너 도움되라고 하는 얘기였는데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었지. 몇 시간 뒤에 전화가 오긴 했는데, 전화를 안 받았었다. 그리고 온 장문의 문자. 그래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고 왜 그랬는지 요즈음 자신이 좀 그렇다면서 사과하더라. 나는 따로 답장하지는 않았다. 답장을 안 했지만 진심 어린 사과에 나도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평소와 같이 대했을 뿐.

그 이후로는 별로 티격태격한 적이 없는 거 같다. 그래도 동생이니 이런 저런 얘기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요즈음 들어서 생각하는 건 그래도 영원한 내 편은 가족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래도 동생은 참 내 인생을 안타까워한다. 실력은 있는데 내가 택한 길들이 참 청개구리 같아서 말이다. 내가 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서는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았었지만 나이 들어서는 자꾸 내 인생의 선택이 잘못된 게 많다는 생각이 드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 그렇구나 하는 생각도 들긴 했어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뭘 버려야 하는지를 요즈음 많이 생각하면서 지냈고. 그런데 사실 동생한테 그런 얘기 나누려고 전화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런 얘기로 흘러가버렸네.

그냥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네. 슬픈 현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