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루이스 V. 거스너 Jr. 지음, 이무열 옮김/북앳북스 |
2005년 5월 17일 읽은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저자인 루이스 거스너 때문이다. IBM 회장이었던 사람이라는 후광 때문이 아니라 그런 사람이 대필이 아닌 자필로 쓴 솔직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느 책들과 같이 뭐가 좀 뜨고 나니 분석해서 이건 어떻다 저건 어떻다 식의 책이 아니라는 점 또한 추천하는 이유이다.
루이스 거스너가 맥킨지에서 컨설턴트 생활을 하면서부터 겪어온 많은 현장 경험들을 토대로 그리고 IBM을 맡고서 어떻게 혁신을 이루어냈는지에 대해서 진솔하게 썼다. 진솔하게 썼다는 것은 매우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글을 읽으면 진솔한 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뜨고 나서 뭐가 어떻게 식의 책들은 결론적 분석이지만 이 책은 적어도 그런 의도로 쓰여진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중요하다.
저자의 얘기 속에 현재 경영단행본으로 나온 많은 책들의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르다고 한다면 책은 하나를 두고 얘기를 풀어나가지만 이 책에서는 한 문구, 문장, 단락으로 함축되어 표현되어 있을 뿐이다.
이 책을 통해서 루이스 거스너가 얘기하는 윤리 경영이라는 것이 단순히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자신이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거짓된 글이 아니라 살아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책들은 어떤 측면에서는 책을 내기 위해서 역으로 말을 맞추는 식도 엿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은 책 낼 의도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면서 뭔가를 주기 위해서 책으로 만들었다는 의도가 강하다고 느껴진다.
맥킨지라는 컨설팅 회사에 있는 컨설턴트들 중에는 뛰어난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컨설턴트는 매우 분석적이고 체계적이며 논리적이다. 그러나 그들의 단점은 실행력과 추진력이다. 이유는 매우 단명하다. 그들은 분석을 하고 제안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업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업을 이끌어가는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분석하고 자신이 있다고 판단하여 일을 진행해보지 않고서는 일의 진행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감정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일이 잘못되어 간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자신있다고 한 것이라 밀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성만 갖고 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논리적인 사람을 좋아하지만 논리적이면서 경험이 많은 사람을 더 눈여겨 보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보는 시각에서는 루이스 거스너는 이러한 역량을 두루 겸비한 인물인 듯하다. 이런 역량의 인재는 어디를 가서든지 처음 맡는 일이라 하더라도 역량을 발휘하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IBM을 맡고 기사회생의 기회를 만들어서 결론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글 속에서 그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아는 역량 있는 인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한국이라는 땅에서 거대 기업 IBM의 총수가 자필로 쓴 글을 읽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행복이었다.
아래 정리에서 나오는 그의 경영 철학을 보면, 누구나 따를 수는 있으나 지키기는 힘들고 또 그것을 잘 녹여 자기 것화 시킨 인물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p41
경영 철학
- 절차가 아니라 원칙에 따라 경영한다.
- 우리가 해야 할 모든 일은 시장 상황에 따른다.
- 품질, 경쟁력 있는 전략과 계획, 팀워크, 업적에 따른 보수, 윤리적 책임을 신봉한다.
- 문제를 해결하고 동료를 돕는 사람을 찾는다. 정치꾼은 해고다.
- 전략을 수립하는 데 몰두한다. 실천은 여러분 몫이다. 스스럼없이 내게 정보를 제공하라. 나쁜 소식을 숨기지 마라. 문제가 커진 후 알게 되는 것은 싫다. 나에게 문제 처리를 위임하지 마라. 문제를 위로 위로 올리는 것을 그만두어라.
- 민첩하게 움직여라. 실수를 했다해도 너무 느려서 일어난 실수가 아니라 너무 빨리 행동해서 일어난 실수가 돼야 한다.
- 직위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직위에 관계없이 회의에 부르자. 위원회와 각종 회의는 최소한으로 줄인다. 위원회에서 의사를 결정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분명한 의사 교환을 많이 갖자.
- 정보기술 분야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배우기는 하겠지만 통달하리라는 기대는 접어라. 각 부서의 장들은 기술 용어를 비즈니스 용어로 설명해야 한다.
p280
기업 특유의 전략을 개발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같은 업종의 다른 기업과 정말 구별되는 전략이라면 그만큼 위험도 많아진다.
p326
시스템은 매 분기마다 빙고 카드 맞추기를 기대하며 그들을 스프레드시트 중독자로 몰아간다. 그러나 내가 분석가들에게 지적해 주고픈 오도된 개념이 하나 있다. 매출 증가를 회사의 힘의 척도로 보는 미숙한 선입견이다. 매출을 늘리는 건 물론 기업의 가치 창조의 한 요소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와는 거리가 멀다. 실수익을 줄여 가며 매출입을 늘리는 것은 경영팀이 약하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의 하나다. 손익 산출의 모든 척도 중에서 매출은 그럴듯한 장부를 꾸며 내는 가장 손쉬운 길의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