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취미 생활로 뭘 배우려고 이것 저것 찾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우연하게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의 클라이밍 센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최근 토요일에 지인이 놀러 왔을 때 주변 돌아다니다가 같이 가보자고 해서 들렀었다.
킨디 클라이밍
위치를 보니까 일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딱 있더라. 일 끝나고 돌아오면서 들리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지. 이왕 나온 김에 한 번 알아나보자고 해서 가봤다. 데스크에서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노가리 까다가 이용 가격이나 강습 가격도 확인했다. 그리고 시설 한 번 둘러보겠다고 하고 둘러봤지.
암장을 다녀본 적이 없어서 뭐 이게 큰 건지는 모르겠다만, 사진에 보이는 게 3개 정도 있다고 보면 된다. 보니까 스미스 머신도 2대 있더라. 이게 웨이트 트레이닝 많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오히려 벌크 많은 사람들, 무거운 사람들은 불리하다. 클라이밍하는 사람 중에 덩치 큰 사람 봤어? 쓰는 근육이 다르다.
카페 같은 공간도 있더라. 보니까 커피나 그런 거 무료로 제공했던 흔적이 있던데, 아마 그러면 이용하는 사람들 엄청나게 이용했을 듯. 그런 건 무료로 하는 게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고장났다고 안 되더라고. ㅎ
다시 데스크에 나와서 얘기 나누다가 내가 도발을 했지. 클라이밍 이거 뭐 어렵냐고. 자신 있는데? 그랬다. ㅎ 여튼 그렇게 돌아와서 그 날 지난 토요일 밤에 일요일 체험 클라이밍 예약을 했지. 오후 3시에.
체험 클라이밍
그래도 운동하러 가는 거라 프로틴 챙겨서 갔다. 집에서 얼마 안 걸리는 거리긴 하지만 주차장 입구가 동선이 안 나와서 저기까지 갔다가 유턴해야 하는 고가 밑에 있더라. 그래서 오히려 집에서 가는 게 불편한. 앞으로 이용한다면 일 끝마치고 돌아오면서 들리는 게 좋을 듯 싶더라.
체험 클라이밍은 22,000원이다. 사실 강습은 무료다. 다만 1일 이용권이 22,000원이라 1시간 강습하고 나서 연습하기 위해 내는 돈이라고 봐야할 듯. 암벽화는 대여해준다. 암벽화는 본인 운동화보다 5mm 더 큰 치수 신으라고 하는데, 이건 초보자들이 처음에는 너무 발 앞쪽이 아플 수 있어서 그런 거지, 실제로는 자신의 발 사이즈에 딱 맞게 신는 거다.
강습하는 사람이 전날 데스크에서 농을 주고 받았던 직원(주말 알바인 듯)이더라. 전날 농담 많이 했기에 날 알아보긴 하던데, 나보고 "아저씨" 이러길래 "내가 어떻게 아저씨냐고~" 해서 형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내가 예약한 타임에는 4명이 더 있었다. 남자 2, 여자 2. 남자 2은 친구, 여자 2도 친구. 나만 혼자야. 게다가 얼라들이다. 내가 볼 때는 20대들.
처음에 강사가 질문하더라. 모든 운동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냐고. 내가 4가지를 얘기했다. "스트레칭", "호흡", "자세", "기본" 다 틀렸네 씨불. "안전"이 답이더라. 이걸 누가 맞춰. 여튼 그래서 낙법부터 배운다. 다치지 않기 위해서 올라갔다 내려올 때 다운 클라이밍을 해라, 만약 부득이하게 떨어지게 된다면 낙법을 해라. 그래서 낙법부터 배우는데, 한 명씩 가르쳐준 대로 해보라고 그러더라.
내 차례가 되니까 잘 하실 수 있다고 하니까 한 번 보겠다고 하대? 했더니 제일 잘 한다고 하긴 하더라. 하... 이 정도 갖고. 그리고 연습으로 홀드 잡고 올라가는 거 하는데, 나보고 운동신경이 좋다고 잘 한다고 하더라. 하... 내가 습득력 빠르다 그랬지. 내가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보이나. 강습하는 데는 안쪽에 룸 같은 데였고, 이제는 다들 연습하는 공간에 가서 몇 가지 초보 코스 연습하는 거 봐주더라.
보니까 테이프로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는데, 빨주노초파남보갈검 순이다. 빨간색 테이프가 붙어 있는 홀드가 만약 파란색으로 되어 있다면, 파란색 홀드만 이용해서 올라가야 된다. 뭐 그런 식인데, 빨간색 초보 코스 한 명씩 시키더라. 하. 난 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쉬워 보여서. 근데 시키더라. 역시나 5명 중에 내가 제일 잘 했지. 남자애 중에 한 명은 웨이트 한 애던데, 웨이트 많이 하면 힘으로 클라이밍할 수는 있지만 오래 못 간다. 금방 털려. 나같이 호리호리한 체형이 유리하지.
연습
강습은 끝났고, 이제 자유롭게 연습하면 된다. 나는 강사랑 이런 저런 얘기 좀 했지. 나보고 동호회 이런 거 이용해보라고 하길래, 스포츠는 동호회 이런 거 처음에 이용하는 거 아닌 거 같다고 했다. 이유는 동호회 가면 고수들이 저마다 가르쳐주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배울 때는 한 사람에게 쭉 배우고 어느 정도 되고 나서 동호회 가입해서 이런 저런 팁들 배우면서 내 것화 시키는 게 나을 거 같다고. 그래서 강습 들으려고 한다고.
근데 보니까 강습이 시간대별로 있는데, 그 시간대에 만약 사람이 없으면 1:1 강습이 된다. 그래서 시간대별로 인원수 파악해봤더니 화, 목 저녁 7:30 타임에는 아직 등록한 사람이 없단다. 잘됐네. 난 그거 등록해야겠다 했다. 1개월 스타트업 패키지. 16만원. 여기엔 1개월 이용권(13만원) 포함이니까, 3만원에 7회 강습 + 암벽화 대여 포함이다. 그렇게 이제 나는 취미로 일주일에 최소 2번은 클라이밍을 하게 되었다.
나는 속성이 좋아서(가르쳐만 주면 나머지는 내가 받아먹기 나름 아닌가?) 체험 클라이밍할 때도 사실 다른 이들과 같이 하니까 하향 평준화가 되는 거 같아서 나는 혼자 배우는 걸 선호한다고 했었거든. 그래도 나보고 운동 신경 좋다고, 전날 얘기한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 같다고 하면서 아마 초록색 테이프까지는 가능할 거라고 하더라. 빨주노초. 4단계다. 그러면서 이거 해보라고 한다.
초록색 테이프가 붙은 분홍색 홀드다. 딱 보고 나니 이게 어렵나? 싶더라. 물론 벽이 좀 기울어져 있어서 힘은 좀 들어가고 홀드가 언더 홀드라고 해서 위로 잡는 게 아니라 아래로 잡아야 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했지. 바로 성공. 본인이 지금까지 처음 하시는 분들 보면, 운동신경 좋으신 분들은 초록색까지는 하더라. 그런데 파란색까지 하는 경우는 딱 한 명 있었다는 거다. 그래? 알았어. 해보지. 그래서 파란색 도전.
빨간색 홀드가 파란색 테이프다. 이건 좀 생각이 달라지더라. 사진에서는 잘 안 나오지만 벽이 기울어져 있고, 처음 손잡는 스타트 홀드가 언더 홀드다. 아래에 손을 넣어서 잡아야 하는. 그러니까 벽이 90도도 아니고 기울어져 있으니 아래로 손 넣고 다리 올리고 있으면 기울어져 있는 상태가 되는 거다. 여기서부터 뭔가 부담이 되기 시작하고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어떤 운동이든 힘 들어가면 그거 제대로 되는 게 아닌데 말이지.
그리고 위에 홀드 잡으면 좀 미끄럽다. 그래서 좀 기다렸다가 좀 하는 사람인데, 혼자 온 사람이 있길래 혹시 저거 해봤냐고 물었지. 안 해봤대. 남색 테이프(파란색 바로 윗레벨)도 어렵지 않게 하는 거 보고, 한 번 해보라고 했지. 처음에 실패하대. 두번째 할 때는 성공하더라. 아. 저런 식으로 하는구나. 나랑 루트가 달랐다. 그러면서 또 배우는 게 있었고. 근데 안 되더라. 그 이유가 일단 시작할 때부터 힘이 많이 들어가고 부담되고, 그 다음 홀드 잡아도 손가락 끝에 걸어야 하는데 초보다 보니 그게 되나 그냥 힘으로 잡으려고 하지. 그러다 보니 전완근 털리고, 손가락 끝에 감각도 없고 힘도 없고. 좀 쉬면서 하고 하는데도 힘이 안 생기더라.
급기야 하다가 잘못 홀드 밟아서 미끄러져서 이렇게 찰과상까지 입고 말이지. 뭐 이런 거야 그렇게 아픈 것도 아니고 크게 다친 것도 아니니 상관없다만, 결국 파란색까지는 못하고 가게 됐다. 하... 근데 가만히 내가 암장 둘러보다 보니 파란색이라고 해도 난이도가 있는 거 같더라. 내 코스는 좀 어려운 편에 속하는 거 같던데. 담에는 기필코 깨리라.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은지 즉 루트 파인딩은 끝났는데 몸이 안 따라줘서.
스타터 패키지
체험 클라이밍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스타터 패키지 결제했다. 그래도 처음 해보는 거 치곤 잘 한다고 하더라. 이젠 얼마나 빨리 따라잡느냐의 문제인데, 욕심낼 필요 없다. 이거 보니까 전완근 털리면 끝. 게다가 힘으로 하는 게 아니다. 물론 힘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얼마나 효율적으로 힘을 쓰느냐, 무게중심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느냐, 발끝, 손끝으로 지지할 수 있느냐 뭐 그런 게 보인다. 악력기? 그거 의미 없다. 악력 좋다고 해서 클라이밍 잘 하는 거 아니다.
프리 솔로 주인공인 알렉스 호놀드도 악력은 별로 쎄지 않았다. 악력이 아니라 손끝으로 내 몸을 지탱할 수 있느냐가 중요. 그래서 풀업을 해도 손가락만 걸고 하는 풀업이 되어야 한다. 3손가락, 2손가락, 1손가락. 게다가 풀업을 한다고 해도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올라갔다가 버틸 수 있느냐는 거다. 그래서 올라갔다가 계속 버티면서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그래야 지근을 키울 수 있다.
일단 그런 운동을 별도로 할 생각은 없다만 의식하다 보면 가끔씩 하겠지. 풀업 바가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클라이밍 끝나고 와서 풀업해보려고 하니까 하나도 못 하겠더라. 다 털려서. 냉장고 문 여는 것도 손가락에 힘이 없어서 힘들 정도던데. ㅎ 일단 나는 강습 들으면서 클라이밍 지구력을 키우기 위한 연습을 계속할 생각이다. 기술이야 하다 보면 터득이 될 거고 나는 그런 거는 빨리 터득하는 편이다. 게다가 루트 파인딩 이런 것도 자신 있고.
중요한 건 몸이 그걸 할 정도가 되느냐는 거지. 즉 내 생각대로 몸이 안 따라주면 못 하는 거니까. 그래서 1달 강습 받으면서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좀 더 빨리 레벨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스포츠가 매한가지겠지만 기본에 충실한 게 나중에 더 높이 올라가는 법이니. 체험 클라이밍하고 연습하면서 내가 뭘 연습해야할 지 파악한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 앞으로 재밌게 해보자.
이거 해보니 프리 솔로하는 게 그들에게는 그리 위험한 게 아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더라. 물론 실수 한 번이면 죽음이긴 하지만 말이지. 물론 나는 실력이 된다 해도 그런 건 하고 싶지는 않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