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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독서

역시 공병호다운... <10년 후, 한국>

10년 후, 한국
공병호 지음/해냄(네오북)

2005년 7월 12일 읽은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공병호의 글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공병호의 책을 읽으면 쉽고 빨리 읽을 수 있다(활자 크기도 크고 페이지도 적고 내용도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이 책이 어찌 한국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그만큼 공병호라는 브랜드를 키운 공병호의 능력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는... 그러한 능력은 인정하는 바이다. 또한 많은 양의 책을 읽었다는 것 또한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글에서는 그만의 얘기, 그만의 색깔을 볼 수가 없다.

마치 영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에서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너무나 많은 영화를 보고 자신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결국에는 그것이 이 영화 저 영화의 장면 장면을 오려붙여서 만든 결과가 되는... 짜집기한 영화가 되는... 그런 결과와 같은 책이다.

자신의 얘기가 무엇인지는 거의 없다. 대부분 자신이 읽었던 책의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다. 그것은 어느 누구나 다 하는 그러한 것이다. 그게 좀 더 괜찮은 생각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정도를 통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명예를 얻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다만 그가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이러 저러한 부분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그의 차별화라고 하면 차별화겠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지식인이라고 부르기에는 급이 낮다고 본다. 블로거들 중에서 이런 것을 따라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무섭다. 많이 읽고 인용만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기만 할 뿐 주체적인 생각을 가지지 못하고 자신이 많이 안다고 착각하는 듯한... 주체적인 사고가 결여된 것은 단순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

책의 많은 내용은 인용이다. 그다지 많지도 않은 책 페이지에 인용을 빼고 나면 자신이 쓴 얘기는 별로 없고 그 중에는 얻을 것이 별로 없다. 또한 <10년 후, 한국>이라는 거창한 책 제목과는 걸맞지 않는 책이다. 마치 미래에 대해서 예측한 듯한 느낌을 주는데 책 내용과 무척이나 언밸런스하다.

적어도 나는 많은 책을 읽었던 저자가 한국 사회를 보면서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되어갈 것이라는 예측이라도 할 줄 알았다.(개인적으로 책의 권수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치는 않는다. 그것은 다음의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독서학] 독서 권수가 중요할까? 질이 중요할까?) 더 나아가 나는 이 책이 미래학에 관련된 책인 줄로만 알았다. 그게 아니어서 실망했다는 부분도 있긴 하겠지만 글 내용에서는 더욱더 실망을 했다.

매우 우파적인 입장의 정치적 얘기들 그리고 시장경제에 대한 끊임없는 맹신까지 글 곳곳에 보이는 그의 사고가 정말 실망스러웠던 것이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들었던 생각이 도대체 10년 후, 한국에 대해서는 언제 얘기할꺼냐는 거였다.

내가 알기로는 이 책을 적고 나서 이슈화가 되었고 책으로 돈도 많이 벌었을 지언정 욕도 엄청나게 들었던 것으로 안다. 이곳 저곳에 이 책을 읽고 쓴 글들을 보면서 참 통쾌했던 기억이...

공병호 저자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이 이 책을 적는데 얼마의 공을 들였는지 스스로 되뇌어 보기를 바란다. 쉽게 적어도 책 내용이 좋으면 모르겠지만 이 책은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밑전이 떨어졌다는 느낌도 들고 너무 쉽게 책을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공병호의 예전 도서 중에 독서노트 정도 수준의 책을 거창한 제목으로 둔갑한 책에 지나지 않는다. 예전부터 공병호라는 사람의 책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그다지 좋은 생각을 가지 않아서 그런지 그의 책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아래 정리들도 공병호 자신의 얘기이기 보다는 인용이라든지 내가 다른 책들에서 보았던 비슷한 내용이 다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다시 한 번 볼 부분이라든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정리를 해두는데 공병호의 책 속에서 얻는 것은 정말 남의 얘기지 공병호 자신의 얘기는 없는 듯 하다. 이 책이 베스트 셀러라는 데에서 정말 우리 나라의 독서 수준을 가히 짐작할 만 하다.

p135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칼 포퍼
추상적인 선을 실현하려고 하지 말고,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라. 정치적 수단을 사용하여 행복을 이룩하려고 하지 마라. 구체적인 비참함을 없애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p172
<예종의 길>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우리가 말하는 개인주의, 즉 사회주의나 그밖의 모든 집단주의 형태와 대립되는 개인주의가 이기주의와 무관한 것은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개인주의란 어떤 것인가? 개인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개인의 의견과 취향은 그의 고유한 것임을 인정한다는 사실은, 인간이 자신의 개인적 재능과 성향을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중략)

모든 개인주의 철학이 기초하는 근본적 사실은 정해진 한계 안에서 개인은 타인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자유롭게 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점에서 개인의 목적은 절대적이고 타인의 권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을 자신의 목적에 대한 최종적 심판관으로 인정한다는 것, 가능한 개인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그 자신의 생각이어야 한다는 것, 바로 이런 것이 개인주의의 본질이다.

p173
<단절의 시대> 피터 드러커
조직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첫 번째 법칙은 그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여향을 가능한 한 제한하는 것이다. 조직이 사회에 미치는 다른 모든 영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회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간섭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들은 오직 협의의 정의를 통해서, 그리고 엄밀한 해석을 통해서 제한된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 특히 종업원에게 '충성심'을 요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정당화될 수도 없다.

조직과 그 구성원 사이의 관계는 법률상 다른 어떤 계약보다도 협의로 해석되어야만 하는 고용계약과 근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조직과 그 구성원 사이에 애정, 감사, 우정, 경의, 신뢰 등이 없어도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가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부수적인 것들이며, 또한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획득되어야 하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