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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방대한 자료로 구성된 12권의 책에 대한 역사적 고찰 <세상을 바꾼 12권의 책>

세상을 바꾼 12권의 책
멜빈 브래그 지음, 이원경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2007년 5월 29일 읽은 책이다. 우선 이 책을 주신 랜덤하우스이현일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생각치도 않았던 선물이라 매우 기뻤고 그 때문에 당시에 읽고 있던 책 다음으로 읽었다. 아마도 내 기억에 이런 예기치 않은 책 선물은 대학교 1학년 때 생일 파티할 때 재수시절에 같은 반을 보내고 같은 과에 왔던 친구가 준 선물 이후로 처음인 듯. 그 때도 사실 재수시절에 워낙 책을 많이 보던 나를 보고 당시에 삼국지를 한 권씩 사서 읽었었는데 내가 몇 편째를 보고 있는지 알고서 다음 권을 사주었던... 그래서 더욱 감동을 받았던... 역시 나를 아는구나 하는 생각에...

우선 이 책을 보면서 감탄한 것이 있는데, 어떻게 이러한 방대한 자료와 시대적 배경에 대한 고찰을 한 사람이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의 "감사의 말"을 보니 이리 저리 도와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는 점 역시나... 그래도 그것을 하나의 책으로 만들기 위한 저자의 노력은 정말 높이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의 노력이 덜하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지식이 이렇게 방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책을 읽어나가면서 각 권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나름 동감하면서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어떤 기준에서 이러한 책을 선별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마지막 12번째 책 1623년도작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제1작품집"을 소개하는 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내가 원하는 책은 세상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책, 그걸 입증할 수 있는 책.
여기에 나온 12권의 책은 그런 저자의 기준에 부합하는 책들로만 구성이 되어 있다. 그렇다고 어떤 한 분야에 치우친 것도 아니고, 한 시대에 치우친 것도 아니기에 이 책 한 권에서 보여주는 것은 실로 방대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만 따져도 1215년도의 "마그나 카르타"부터 1918년도의 "결혼 후의 사랑"까지 무려 700년도라는 시간 속에서 추려놓은 책들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도 있다. 만약 뉴턴의 "프린키피아 마테마티카"라는 책이 그렇다면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은 어떨까하는... "지동설"에 대한 주장은 있어도 책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책의 표지 뒷쪽 부분에 보면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의 독자들 사이에서 각자의 기준에 따라 만든 '세상을 바꾼 12권의 책' 목록을 두고 열띤 토론이 전개되었다고 한다.

사실 그 부분을 읽고서는 씁쓸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기계발서, 실용서 위주의 Trend 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의 출판 시장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씁쓸한 생각 말이다. 물론 우리도 하면 되지. 허나 얼마나 호응을 해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저건데 이거 의미있다고 해봤자 혼자 벽보고 떠드는 꼴 아니겠는가? 허나 나름대로는 이런 부분에서 생각 많이 했다. ^^ 시도는 해봐야지. ^^

책 하나를 두고 그 책을 적은 저자의 당시 상황과 그 책이 가지는 시대적 의미와 그 당시의 반응들 그리고 그 이후에 미치는 영향들에 대해서 아주 잘 적혀 있어서 참 많은 부분들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또한 각 책 소개 뒤에는 그 책이 나온 다음의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적어두어 참조하기 좋도록 해두었다. 425페이지의 두꺼운 책이라 아마 일반 독자들은 선택을 꺼려할 만한 책이긴 하지만 그만큼 책내용이 알차다는 점은 얘기를 해두고 싶다.

공부하려고 읽은 책이 아니기에 내용의 요약이나 정리는 하지 않겠다. 그것은 책을 보길. 다만 최근의 내 관심사인 <위키노믹스>에 대한 관점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그것은 별도 포스팅으로 적고 링크를 시켜둔다.

찰스 다윈의 '적자 생존'과 대중의 지혜를 활용한 '위키노믹스'

다음은 항상 그러하듯이 읽다가 눈에 띄는 문구들을 책갈피 형식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이 책은 북기빙할 책이다.

p42
뉴턴은 오로지 사고만으로 탁월한 업적을 이루었다. 그는 내가 들어본 말 중 가장 설득력 있는 말로 사고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는 가장 간단한 말이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중력 이론을 깨닫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계속 생각했습니다."

뭔가 느끼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인간의 사고는 정말 위대하다!
p73~74
마침 마리 스톱스(<결혼 후의 사랑> 저자-1918년)에게 더없이 좋은 시기였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여성의 권리 옹호> 저자-1792년)의 사상이 19세기를 관통했고, 여성 참정권론자들이 남성 우월주의의 장벽을 뒤흔들엇으며, 남성과 여성을 아우르는 페미니즘 추종자들이 늘어나면서 지적 논쟁이 가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들, 특히 소설가들은 여성의 성적 권리와 제한에 대한 문제를 표면화시키기 시작했다. 예컨대 D.H.로렌스는 당시에 성을 주제로 한 소설들을 선보였다. 또한 점점 복잡해져가는 현대 도시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욱 다양하고 자유로운 성교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창조에 앞장서고 있었다.

<결혼 후의 사랑> 내용 : 성과 출산에 관한 건강 정보 제공, 낙태, 피임, 여성 불임, 건강진단, 정관수술 등에 대한 조언과 도움. 여성의 성적 쾌락을 정당화 + 쾌락을 얻는 방법 알려줌. but 아주 품위 있는 말로 영리하고 교묘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전혀 천박해 보이지 않았음. 어조는 침착, 우아, 메시지는 날카롭고 명료.

저너리스트 메리 스톡스 : "한 권의 책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토록 엄청난 행복을 가져다준 전례가 없다."

시대적 상황이나 배경을 보았을 때 그럴 만도 했겠거니...
p82
행복한 결혼의 기본 조건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대하는 것이었다. 출산 계획을 세우고 피임을 습관화해야 하며, 남자는 여자의 월경과 민감한 클리토리스 같은 것들을 이해하여 아내의 성적 욕망을 채워주는 법을 알아야 했다. 많은 독자들을 가장 경악케 한 것은, 여성 스스로 성적 욕망을 인정하고 성적 쾌락을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여성 인권이 회복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근데, 왜 '여성부' 지금은 '여성가족부'만 있는가? 그렇다고 '남성부'를 만들자는 것은 아니지만, 하는 일들 중에 꼴사나운 일들이 종종 있어서...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오버하지는 말지니...
p265~266
영국은 물론이요 온 세상에 중요하고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인물 중에 대학 교육의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셰익스피어는 16세 때 학교를 떠나야 했으며, 당시 사람들이 몹시 중요시한 대학 교육을 받지 못했다. 전쟁 영웅이자 뛰어난 전략가인 넬슨은 12세 때 해군에 들어가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해군을 만들었다. 오늘날 열두 살짜리가 해군에 입대한다면 큰 파문이 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하실에서 화로를 가지고 실험하는 어린 소년을 방치한 패러데이의 고용주는 오늘날이라면 법정에 섰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일찍부터 단련한 덕에 위대한 과학자가 된 것이다. 치열한 연구를 바탕으로 수립한 그의 실험 기준과 위대한 업적에 매료된 수많은 젊은이들은 어릴 때부터 실험에 매달렸으며, 패러데이처럼 일찌감치 흥미와 습관이 몸에 배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청소년의 건강과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과학적 사고의 성숙을 고려하지 않은 법규들이 제정되자 화학과 물리학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실험실과 교육 과정 밖으로 밀려났으며, 그 결과 많은 영재 학생들이 다른 과목에 관심을 쏟고 있다. 패러데이와 넬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더 멀리 나아가려면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게 최선이다.

아마도 지식을 체계화시켜 나가면서 지식의 우물에 빠져서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직도 우리 시대는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 국민 계몽 운동과도 같은 교육 체계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p271
데이비는 허영심이 많았다. 그리고 성미가 급한 사내였다. 그는 패러데이보다 훨씬 더 대중의 찬사를 갈망했다. 그런데 1821년에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느 날 패러데이는 또 한 명의 위대한 과학자인 울래스톤이 데이비에게 하는 말을 들었는데, 덴마크 의학자 외르스테드가 코펜하겐에서 실험을 하던 도중 전선에 전류를 통과시키자 나침반 바늘이 돌아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이야기였다. 이는 의미심장한 관찰이었다.

그게 무얼 의미하는 걸까? 그걸로 무얼 할 수 있을까? 패러데이는 그 아이디어에서 전동기 제작 방법을 착안해 논문을 발표했고, 그로 인해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데이비는 그 아이디어가 사실은 자신과 울래스턴의 대화에서 나온 것이라면 펄펄 뛰었다. 당시 왕립학회 회장이었던 데이비는 패러데이가 아이디어를 훔쳤다면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허영심과 질투... 그는 패러데이가 자기보다 더 훌륭해질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은 오늘날도 비일비재하다.

원래 자기가 능력이 안 되는 것들이 그렇게 남만 이용하려 든다. 주변에 꽤나 있다. 자기 능력이 안 되니 남 이용하려는... 그래서 내가 비판적이고 내 목소리를 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상대에게는 이렇게 대해줘야 한다. "너 X도 아니거든." 이런 생각은 다양성의 관점과는 무관하다.
p279
다윈과 마찬가지로 패러데이는 자신의 생각을 말과 그림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에게는 수학이 필요 없었으며, 사실 썩 능숙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세상은 수학 공식으로 증명된 과학을 진정한 안내자로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때마침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1831년에 태어나 24년 뒤 패러데이의 실험 결과를 공식화했다.

위의 뉴턴이 얘기한 "계속 생각했습니다."와 함께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나조차도 증명하지 못하면 그것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고 방식의 소유자 아니던가?
p356
트리클다운 효과 : 정부투자로 대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간접 영향이 미쳐 경기가 활성화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