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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이론 - 자연과 사회가 만들어내는 리듬

왜 이렇게 볼 것이 많은 지 모르겠다. 복잡계라는 것을 Seri CEO 조찬모임을 나가는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것인데, 그 때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우연히 아래 글을 발견하고는 읽어볼 만한 부분들이 많아 스크랩 형식으로 출처 밝히고 옮겨온다. 문제 생기면 얘기하시길~

읽어보다 보면 뭔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지금껏 내 블로그를 통해서 내가 관심을 가졌왔던 것들과 말이다. 왠지 모르게 다 하나의 길(道)로 통(通)한다는 느낌. 긴 글이고 과학적인 부분들도 있지만 읽어보길... 역시 물리학자는 정말 똑똑한 거 같다. ^^

[과학논평] 복잡계 과학 - 자연과 사회가 만들어내는 리듬 (김승환 포항공대 물리학 교수)

복잡계의 과학은 전통적인 과학관에 대한 단순한 반란에서 나아가 새로운 방법론으로 무장하여 주류과학의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복잡계 과학이란 새로운 눈으로 자연과 사회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21세기는 무한한 응용 가능성을 가진 복잡계를 지배할 수 있는 나라가 세계의 초강대국이 될 것인가?

흔히 21세기는 지식기반사회라고 한다. ‘복잡계 경제학’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시오자와 요시노리는 문제의 복잡성을 인식하는 것이 지식의 시작이라고 하였다.

21세기 들어 물질·자본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 중심의 기반사회로 넘어가며 질서에서 혼돈으로, 대립에서 융합과 포용으로, 정적 세계에서 역동성으로, 수직·획일성에서 수평·자기조직성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운 학제적 패러다임, 복잡계

현대는 바야흐로 비예측성 사회 및 복잡성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국내 정치의 역동성, 다국간 국제관계의 비예측성, 경제시장계에서의 주식과 환율의 변동성,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상 등 사회, 경제, 정치적 현상에서 미세한 차이가 끝없이 증폭되며 비예측적인 큰 변화가 야기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질서가 발현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지식 경제 시대에서 정보가 저비용으로 광속으로 확산하고, 다원화와 예측 불가능성의 특성이 부각되며 경쟁원리 자체도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안정된 기술체제 하에서 표준규격품의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과 품질관리가 경쟁력 확보의 근간이 된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 체제에서는 끊임없는 차세대 첨단기술의 개발과 경제 주체 간 자기조직적 협력을 통한 수확체증의 원리에 따라 경쟁력이 확보된다. 이러한 경쟁원리의 변화는 경제의 역동적 변화 및 개체 간 상호 협력을 토대로 한 생태계적 질서에 초점을 맞추어 복잡계적 경제로서의 새로운 틀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 환율 등 시장경제계뿐 아니라 진화·면역·뇌·생물집단·생태계 등 생물학계, 인구문제·지구온난화·산림감소 등 지구 환경계, 더 나아가 사회 문화 현상에 이르기까지 복잡계의 개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실 복잡계 연구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았다. 환경 속에서의 생체 복잡성은 미국 과학재단의 3대 과제 중 하나이다. 또한 영국 물리학회가 20세기를 마감하며 일단의 물리학자들에게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물리학의 문제”를 들라고 했을 때 ‘복잡성’과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기상예측’과 ‘난류’가 10대 문제로 선정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현대과학의 빠른 흐름을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그 동안 그 외곽에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고 있던 복잡계의 패러다임을 피해갈 수는 없게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복잡계 과학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복잡계 과학의 실험은 과연 학문 간의 벽을 넘는 새로운 학제적 패러다임의 형성에 성공할 것인가?

카오스 이론에 뿌리둔 자연의 복잡성

복잡성은 자연의 숨은 얼굴이다. 우리 주위의 자연을 잘 살펴보면 복잡성은 사실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흘러가는 구름, 계곡의 급류와 폭포 흐름, 태풍의 불규칙한 진로, 기상이변, 산과 숲의 불규칙한 모습, 번개의 갈라진 궤적 등에서 복잡성을 느낀다.

사실 자연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모습이 아니라 엄청난 역동성과 변동성 속에서도 기묘한 안정성과 규칙성의 질서 구조를 유지해 나간다. 우리가 폭포 앞에서, 계곡물 앞에서, 하늘의 구름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자연의 이런 모습 때문이 아닐까?

자연의 복잡성을 연구하는 과학은 197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비평형계 과학과 카오스이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초기에 복잡성의 연구는 고전역학으로 대변되는 결정론적 세계관과 20세기 초에 크게 발전한 양자역학 및 통계역학에 기초한 확률론적 세계관 사이의 내재적 갈등구조를 해결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자연은 질서와 무질서의 양면성을 갖는다. 질서적 세계는 결정론적이고 따라서 예측 가능한 데 반해, 무질서적인 세계는 확률적이고 무작위적이며 따라서 비예측적이다.

주기적으로 흔들어 준 진자는 아주 단순해 보이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카오스를 통해 복잡성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20세기 초 헨리 푸인카레는 국왕의 상금이 걸린 삼체문제 ― 태양, 달, 지구와 같이 세 개의 물체로 이루어진 시스템 ― 에서 처음 카오스 현상을 발견했다. 카오스는 외관상 매우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며 이는 미세한 차이를 증폭시키는 나비효과에 의해 만들어진다.

푸인카레 이후 카오스 연구는 자연과학의 주변적 분야에 머물렀다. 그러나 1963년 에드워드 로렌츠라는 MIT의 기상학자가 기상현상의 한 모형에서 카오스 이면의 질서구조를 발견한 것은 획기적 사건이었다. 로렌츠 끌개라고 명명된 이 구조는 기상현상의 비예측성의 근원에 대한 열쇠를 제공하고 카오스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1970년대 말 괴짜 물리학자인 미첼 파이겐바움은 생태계의 한 단순한 모형에서 발견된 카오스가 ‘보편성’을 가짐을 엄밀하게 증명해 냈다. 이후 카오스에 대한 실험과 이론 연구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카오스 연구는 주류과학에 편입되게 되었다.

최근 복잡계에 대한 연구는 수많은 구성요소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네트워크 또는 시스템에 대한 연구로 확산되었다. 복잡계의 경우 어떻게 개체간 상호 협동에 의하여 집단적 패턴이 창발적으로 생성되는가 하는 것은 시스템과 기능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복잡계의 간단한 예로 태국의 밀림에서 수많은 반딧불이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장관을 들 수 있다. 밀림 강가에 모인 수백만 마리의 반딧불이들은 밤이 깊어감에 따라 무질서한 깜박임을 동기화하여 거대한 섬광의 리듬을 만든다. 이 반딧불이 떼가 만들어낸 빛은 너무도 밝아 항해등으로 이용될 정도라 하니, ‘형설지공’이란 말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사실 반딧불이가 이러한 리듬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1,000명에게 “나가서 발을 맞추어 행진해 보세요”라고 하면 과연 어떤 리듬이 나올까? 놀랍게도 반딧불이는 군대처럼 조교나 지휘관의 구령이 없이 밀림 환경의 격변 속에서도 스스로 이러한 리듬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복잡계의 문제는 반딧불이 외에도 많은 생체계와 생태계에서 관찰된다. 예를 들어 신경소자, 심장박동 리듬, 박테리아 군집, 생태계, 면역계, AIDS역학, 생체대사망, 단백질 접힘, 유전학, 동물의 무리짓기, 신경신호 전달망 등에서 복잡계의 동역학이 연구되고 있다. 복잡계의 문제는 초전도 배열계, 중간보기 양자계, 전하밀도파, 레이저와 플라즈마, 무정질 물질, 화학반응계, 화학신호 전달망, 알갱이 흐름, 기후 변화, 난류, 해안선 변화 등 다양한 물리화학계의 경우에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복잡계의 경우 근원적으로 비선형성에 의해 자극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만들어내며, 정적, 평형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동적, 비평형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또한 복잡계는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에서 전체 시스템이 기묘한 균형과 새로운 질서구조를 유지한다.

특히 이러한 자연계에서의 광범위한 복잡성의 발현과 보편성, 변동성의 규칙성, 환경으로부터의 자극과 요동, 적응과 진화를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미국 과학재단에서는 3대 과제 중 하나로 환경 속에서의 생체 복잡성의 이해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제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상의 다양한 환경에서의 물리적, 생물학적, 사회적 동역학 상호작용을 통해 어떻게 생체가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생명을 유지, 변화, 적응해 나가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1000억×1000조 만큼의 신경 리듬

반딧불이와 유사한 생체 복잡계의 대표적 예로 뇌를 들 수 있다.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소자와 1,000조 개의 시냅스들의 회로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망의 망이라고 볼 수 있다.

반딧불이의 깜박임과 마찬가지로 각 신경소자는 활동전위라고 불리는 전기신호 펄스를 시냅스에 의해 연결된 주위 신경소자들에게 내보낸다. 이 전기신호 펄스를 통해 신경소자가 다른 신경소자와 상호 의사소통을 하며 함께 거대한 집단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 신경소자 망의 불춤이 우리가 보고, 듣고, 기억하고, 생각하는 모든 뇌의 고급 인지활동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호킨-헉슬리는 오징어의 신경신호전달 경로인 거대축삭에 대한 생리학적 실험을 바탕으로 신경소자의 기본 모형을 만들어냈고 이 업적으로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했다. 이에 근거한 생물학적 신경소자로 구성된 뇌의 신경망 모형들도 반딧불이와 유사한 전기신호의 집단적 동기화 리듬을 보여준다.

뇌와 같은 복잡계는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더 크다”는 특성을 보여준다. 사실 신경소자 하나하나는 단순한 깜박임의 전기신호를 내보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뇌의 신경소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집단적인 동기화된 리듬은 매우 다양하며, 각 개체가 갖지 못한 고도의 뇌기능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복잡계 과학은 전통적인 과학에서의 환원적 분석과는 달리 합성적이고도 전체적인 접근을 통해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신경계의 동기화 리듬의 문제는 복잡계의 공통적 현상으로 화학 반응계의 진동, 초전도 조셉슨 접합 배열계의 전류전압 특성, 반딧불이의 집단적 깜박임, 박수의 동기화, 월경 동기화 등 다양한 자연과 생태계, 사회 현상에서 관찰된다. 이러한 동기화된 리듬의 보편적 기전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는 비선형 동역학, 통계물리, 생리학, 계산 인지과학의 방법론의 융합과 물리학자, 생명과학자, 공학자, 인지과학자의 폭넓은 공동작업이 요구된다.

복잡계의 물리학으로 푸는 시장경제

복잡성은 자연 속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며, 시장경제계의 환율과 주식의 변동, 사회·정치적 격변 등 사회현상 속에서도 근원적으로 존재한다. 사회도 각 개체가 모여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자기조직의 원리에 따라 창발적으로 질서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복잡성의 연구는 근원적으로 과학의 전통적인 틀을 넘어서 인문사회과학 간의 협동을 통해 학문 간 연구의 수행이 필요하며, 그 좋은 예로 시장경제계의 복잡계적 접근을 들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과 세계시장에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확산에 따라 금융시장 규모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1997년 이후 외환위기, IMF와 금융시장 구조조정 이후 주식·환율·채권의 지표변화와 선물·뮤추얼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다루는 금융산업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물리학이 시장경제 이해와 과학적 투자기법을 통한 금융시장의 선진화에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는 비밀이다.

20세기 현대사회에서 물리학은 자연현상 이해와 첨단기술문명 구현의 핵심 학문으로서, 경제학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세계적인 확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학문으로서 각각 독립적으로 발전해 왔다. 1980년대 이후 ‘로켓과학자’라고 불리는 NASA 출신의 과학자들이 월 스트리트에 진출하면서이 두 학문 사이의 높은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월 스트리트가 물리학 박사들의 가장 큰 고용주”라고 할 정도로 큰 투자은행이나 금융산업에서 물리학자들이 공헌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복잡계의 관점에서 경제학과 물리학을 연결하는 새로운 학제간 분야가 태동되고 있다. 일단의 물리학자들은 과연 시장이 마구잡이 성질을 가지는가, 아니면 금융시장의 가격지표가 예측 가능한 것인가, 예측 가능하다면 그 조건은 무엇인가 등에 초점을 맞추고 통계물리 및 비선형동역학, 복잡계 등 최신 물리학적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다. 경제 물리, 복잡계 경제, 경제 시계열 분석 등 여러 갈래의 시장경제 연구는 전통 경제학의 기본 가정과는 달리 시장이 마구잡이 성질을 가지지 않으며 가격 요동의 이면에 보편적 상관성이 자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랫동안 경제학 모형은 신고전학파라고 불리는 주류경제학의 수확체감, 음의 되먹임에 의한 평형과 안정성, 양과 가격, 환원주의적 요소 분석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그러나 비정상성, 비예측성을 가진 복잡한 금융지표 변화를 통해 나타나는 역동적 실물경제 현상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

최근의 복잡계 접근에 의한 경제학은 수확체증, 양의 되먹임에 의한 비평형성과 불안정성, 패턴 형성과 기능성, 통합주의적 전체의 원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복잡계의 경제학에서는 시장·조직·기관·투자자들이 서로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경쟁, 적응하는 네트워크 속에서 경제학적 선택에 의하여 동역학적인 진화와 생태계적 적응이 이루어진다.

핵심 틀은 비평형계의 ‘자기조직’현상

초기 카오스 연구의 발전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작은 그룹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 흥미로운 발견과 새로운 분야의 형성을 선도해 나갔다. 미국 산타크루즈 대학의 도인 파머 등의 4인방 ‘역학계 연구집단’은 초기 카오스의 연구자 및 전도사로서 복잡계 패러다임의 확산에 기여했다. 이 그룹의 리더인 도인 파머는 1991년 노만 패커드와 함께 프리딕션(Prediction) 회사를 설립하여 카오스이론을 주식 등 시장금융계 예측에 응용했다.

이와는 독립적으로 일리아 프리고진(브뤼셀자유대학 교수/국제 물리 및 화학연구소 소장)은 1970년대 이후 생체계와 같이 평형상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비평형계의 선도적 연구를 수행하며 벨기에의 브뤼셀학파를 형성하여 왔다. 그의 비평형계에 대한 연구결과는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다가 1977년 노벨 화학상의 수상 이후 카오스 연구의 발전과 접목되어 세계적인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그가 제창한 비평형계의 ‘자기조직’ 현상 ― 외부의 미세한 조절이 없이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적절한 패턴을 스스로 만들어냄 ― 의 연구는 복잡계에서의 다양한 패턴 생성의 중요한 동인으로서 복잡계 과학의 핵심 틀을 제공했다.

복잡계 과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국 뉴멕시코주의 작은 도시 샌타페이에 소재하지만 복잡계 연구의 메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샌타페이 연구소(1984년 설립, 초대 소장 조지 카우언)이다. 샌타페이 연구소는 머레이 겔만(196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필립 앤더슨(1977년 노벨 물리학상), 케네스 애로우(1972년 노벨 경제학상)와 같은 세계적 석학들이 모여 자유롭고 새로운 연구를 지향하는 학제적 연구소를 만들고자 하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현재 샌타페이 연구소는 계산과학, 진화론, 면역학, 뇌과학, 경제학, 사회학, 과학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며 이를 복잡계라는 새로운 학제적 시각으로 통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샌타페이 연구소의 ‘미션 스테이트먼트’(Mission Statement)는 선도적 연구소답게 복잡계 연구와 같이 학문간, 우수성, 신선도, 촉매성 이 네 가지의 일반적인 속성을 가지는 연구를 장려하고 있으며 복잡계 과학의 촉매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무질서 속 질서 찾으며 학문 영역 넘나든다

복잡계 과학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학의 혁명적 변화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근본적인 촉매 역할을 수행했다. 복잡계의 영향으로 경제학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신고전주의의 틀을 넘어 진화경제학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확산되었다.

아직 복잡계 과학의 실험의 평가는 이르다고도 할 수 있으나 이를 추종하는 과학자들은 이 방향이 21세기의 주도적 흐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복잡계는 위에서부터 조종되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자발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복잡계 과학의 흐름도 같은 방식으로 외관상 무질서해 보이는 흐름 속에서 궁극적으로 어떤 질서를 만들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복잡계 과학은 단순한 과학적 연구에 그치지는 않는다. 복잡성의 과학은 근본적으로 수학·물리학·화학·생물학·생태학·공학·경제학·경영학 등 그 적용범위가 매우 넓고, 학제적 특성을 가지고 학문의 벽을 넘는 것을 끊임없이 시도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21세기 과학의 미래는 복잡계 과학과 같이 다양한 학제간 분야와 계산적 도구들의 합성 시도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복잡계 과학을 통해 창출된 복잡성을 다루는 새로운 개념과 도구들은 이미 과학의 한계를 벗어나 인문 사회 분야, 과학철학에 이르기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카오스이론과 복잡계 과학 사상은 과학에서의 신과학 운동, 뇌와 인지기전, 진화 적응 경제학, 시스템 과학, 포스트모더니즘, 생태주의 사상 등 학문간 영역을 크게 넘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복잡계의 과학은 전통적인 과학관에 대한 단순한 반란에서 나아가 새로운 방법론으로 무장하여 주류과학의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아직 복잡계 연구는 태동기로 실제적이고도 산업적인 응용이 많지 않지만 우리는 이제 복잡계 과학이란 새로운 눈으로 자연과 사회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국 록펠러 대학 교수로서 저명한 과학평론가였던 하인스 페이겔스가 예측한 대로 21세기는 무한한 응용 가능성을 가진 복잡계를 지배할 수 있는 나라가 세계의 초강대국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