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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prise 2.0은 관료주의의 타파지만 봉건주의 타파는 아니다.

2.0의 유행에 따라 나온 용어 중의 하나가 Enterprise 2.0이다. 나름 Web 2.0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에 파생되는 수많은 개념들(기술적인 개념들이 아닌)을 통해서 앞으로 분명 변하리라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Enterprise 2.0이라는 잘 정리된 용어를 발견하고 그 내용을 면밀히 보았다. Enterprise 2.0에 대한 도표는 아래를 참고하기 바란다.

<기업도 이제는 2.0인가? Enterprise 2.0!>

Enterprise 2.0에서 얘기하는 평등조직과 같은 경우는 조직의 관료주의를 바꿀 수는 있지만(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조금 있다 얘기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봉건주의는 타파하지 못한다. Enterprise 2.0에서의 평등조직의 한계라는 부분이다. 이는 자본주의 힘의 논리와도 그 맥락이 같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 관료주의는 무엇이고 봉건주의는 무엇인지를 우선 알아야 이해가 빠를 듯 하다.

- 관료주의(官僚主義) : 비능률·보수주의·책임전가·비밀주의·파벌주의 등으로 표현된다. 조직이 대규모화할수록 확대 심화하는 경향이 있다.
- 봉건주의(封建主義) : 상위에 있는 자가 절대적 권력을 가지고 하위에 있는 자를 종속시켜 다스리는 방식이다.
<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국어사전 발췌 >

기업에 적용을 시켜보면 봉건주의는 오너 맘대로라는 얘기고, 관료주의는 오너 밑의 내부 매니저들의 영역 차리기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듯 하다. 즉 어느 라인이냐에 따라 자신의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관료주의고 라인을 결정하는 것은 오너라는 관점에서는 봉건주의가 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 시대에 무슨 봉건주의냐? 적어도 IPO를 한 기업이라는 것에서는 주주가 있고 이사회가 있는데. 정말 그럴까? 아무리 주주들이 뭐라한들 대기업의 회장 한 마디면 그 조직 일사분란하게 그 한 마디에 맞춰지는 것을 보면 적어도 아직까지는 봉건주의의 잔재는 많이 남아 있다고 보인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Enterprise 2.0은 관료주의를 바꿀 수 있다고는 했지만 쉽지 않다고 했던 것이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봉건주의. 아무리 관료주의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 하더라도 봉건주의 때문에 그게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그것은 오너 맘에 드는 사람은 그 사람이 다른 이들이 보기에 실력이 있든 없든(사실 한 사람의 실력을 누가 정확하게 평가하리요.) 옆에 두려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오너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기업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지금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응하느냐로 귀결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다 해도 봉건주의를 타파하지는 못한다. 그게 한계다. 그러나 그래도 좋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한가지 주목해야할 사실은 어떤 오너도 자신이 이끌고 있는 기업이 잘못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말해주듯이 우리가 빵을 얻는 것은 제빵업자가 선의를 베풀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제빵업자가 돈을 벌기 위한 목적 때문에 우리가 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처럼 자신의 기업이 잘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바꿔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은 여러 현상들 속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며, 그것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롱테일 경제학'에서도 엿보이는 부분인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의 핵심에는 시맨틱 웹 환경에서 각 소비자들이 주체적인 사고를 하는 다양성을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 도래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원래 사람들은 다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보의 제한적인 접근이 이러한 다양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던 것이다. 기존에는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상품이 제한되어 있고 그런 제한된 상품들에 집중된 홍보와 마케팅으로 히트상품을 낼 수 있었던 시절과는 다른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위키노믹스에서는 이러한 다양성을 수용하기 위해서 기업에서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많은 사례가 나와 있지만 이것은 대부분 기업 외부의 사람들을 활용한 것이다. 기업 내부에서도 다양성을 위해서는 변해야만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top-down이 아닌 bottom-up방식이 되어야만 회사 내부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조직이 되는 것이라는 점이 그 핵심이다.

Enterprise 2.0에서 얘기하는 각 요소 요소들은 다 맞는 소리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하는 부분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외부의 지식 활용에 있어서는 Case by Case 로 테스트를 해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내부의 지식 활용에 있어서는 기존 패러다임에 물든 조직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거니와 조직의 생리를 무시할 수도 있는 파괴적인 요소들도 있어 기존 세력들이 쉽게 수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것을 적용하는 데에도 단계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서서히 변해가는 것이다. 즉 파괴적으로 일시에 단숨에 변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그러나 그것이 맞고 그렇게 가야만 한다면 되도록 빨리 변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자발적인 참여를 내부에서 이끌어낸다는 것. 그것은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아무리 그러한 것을 이용해서 자기 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윗사람이 있다 할 지라도(관료주의) 그것은 오너의 강력한 리더쉽(봉건주의)로 깨쳐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가지 생각해야할 부분이 있다. 봉건주의로 관료주의를 타파하는(악으로 악을 물리치는 듯한 ^^) 것은 하나의 과정이지 최종 단계가 될 수 없다. 고로 그 다음의 단계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Enterprise 2.0 다음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런다 해도 Enterprise 2.0에서 얘기하는 것을 위해 봉건주의가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것도 실은 쉬운 부분이 아니다.

그것은 아무리 오너가 카리스마 넘치고 관료주의적 발상을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오너가 듣고 보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 위에서 얘기하는 정보의 제한적 접근이라는 점을 오너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소리만 들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단순히 어떤 매커니즘, 툴, 기술로 해결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을까?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자신과 회사 초창기부터 희노애락을 같이 했고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같이 고생한 사람이 지금 관료주의에 빠져 있다고 쉽게 그 사람을 내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책에서 얘기하는 어떤 미화된 얘기들(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직접 겪어보면 그리 쉬운 문제 아니다.

카리스마형 인간이 아니라 조금은 유하고 순한 오너라면 특히나 더. 그래서 조직 관리가 힘든 것이다. 이게 맞는데 그렇게 하려니 이 사람이 아쉬워하고 그렇다고 이게 맞다고 이렇게 하면 이 사람 명분을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야 하고. 이런 생각 자체가 관료적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인맥이라는 것 자체도 다 부질없는 짓이다. 이 세상 모두가 계약 관계로만 존재하지는 않는 법 아닌가?

어쨌든 봉건주의가 관료주의를 타파하기도 그리 쉬운 부분은 아닐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나갈 듯 하다. bottom-up 방식을 자신의 입지를 위해서 활용하는 또다른 관료주의도 등장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분명 바뀌어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렇게 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책 중에 <Deep Change or Slow Death>라는 책이 있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 중에 Slow Death 라는 부분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일순간에 위기가 다가오면 그것을 위기라고 느끼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위기는 위기라고 인식하지 못하기에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다. 결국 바뀌어야만 한다. 어떻게? 그것은 기업마다 자기 것화해서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다만 나는 그 다음 즉 봉건주의가 무너지는 시대가 돌아오리라고 생각한다. 5년이 될 지 10년이 될 지 아니면 내 평생 그것을 못 보고 죽을 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5년이라고 보고 싶다. 그런 봉건주의가 무너지는 것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에서 가장 먼저 일어날 것이고 그것의 핵심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개인, 탈조직화, 임시 조직.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다. 물론 안 할 수도 있다. ^^ 이런 시대가 된다고 하더라도(봉건주의가 타파되는 현재의 기업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기업이 출현하는 시대가 된다고 하더라도) 문제점은 또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바꾸어나가면서 계속 개선이 되어야 하는 법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확실한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바꾸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 여기서 다루는 봉건주의나 관료주의는 기업 내부에 초점을 맞춘 것이므로 위키노믹스에서 제시한 외부 조직(집단? 대중?)의 활용하고는 별개임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 집단지성과 협업지성 그리고 군중심리 등에 대한 더 읽을거리 → 집단지성? 협업지성? 군중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