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사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교양인 |
2007년 7월 8일 읽은 책이다. 사실 읽기가 힘들어서 7월 8일 일요일에 작정하고 읽었다. 미래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방대한 분야에 걸쳐(예를 들면, 정치나 경제, 과학등) 많은 얘기를 하고 있어서 좀 정신이 없다. 이 책에서 취하고 있는 형식은 피터 젠슨이라고 하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그 사람의 손녀인 잉그리드 젠슨에게 들려주는 얘기 형식이다.
기간은 1989년부터 시작하여 2200년까지로 기술되고 있는데, 초판을 쓰고 난 다음에 시간이 흘러 2판, 3판을 내면서 이미 지나간 과거를 기초로 조금씩 수정이 되었다는 부분이 머리말에 나온다. 즉 지나고 나니 예측이 틀린 부분도 있더라는 거다. 저자는 2판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내게는 미래를 예측할 능력이 없다. 그것은 독자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저 베팅, 결과가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는 베팅을 한 것뿐이다. 이 책에 드러난 미래는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 개연성을 배열한 것에 불과하다.맞는 말이다.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개연성을 갖고 어떤 얘기를 풀어나가는데 그것이 부정적인 얘기든 긍정적인 얘기든 누구든지 얘기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의 질문에 대한 한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뭐?" "So What?" 인문학을 알면 알수록 그 깊에 놀라기도 하지만 그 한계가 명확하다. 어쩌라고~?
이 책이 의미가 있다면 아마 이러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부정적인 얘기들은 미리 미리 생각해보자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뭐 그런다고 해서 역사가 올바로 순방향으로 가리라는 보장도 없다. 저자가 얘기하듯이 "역사는 늘 논리적으로 움직여주질 않는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답 안나오는 얘기는 그냥 술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조금은 통찰력을 갖고 조금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만한 얘기들을 해서 그것이 Trend 가 되는 앨빈 토플러식 미래학을 선호한다. 물론 피터 드러커도 미래에 대한 예측을 했지만 그것은 이런 식의 예측이 아니라 앨빈 토플러의 것과 비슷하다.
이 책에서는 연대기적으로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앞의 어떤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 다음의 연관된 일을 발생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연대기적인 서술이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듯 싶다. 물론 처음에 책을 잡고서는 연대기적인 서술에 뭔가 재미를 느낄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앨빈 토플러의 미래는 현재의 상황들에 주목하고 있고 그런 속에서 어떤 당위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당위적인 결론 즉 귀결될 수 밖에 없는 결론을 위해서 역사를 이해하고 역사 속에서 그런 답을 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매우 설득력이 있고 실제 그렇게 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한 예측이 틀리면(그것이 개연성이 있든 예측이 아닌 베팅이든) 그 다음 모든 얘기들이 연쇄적으로 틀릴 수 밖에 없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나 역사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인과관계에 기반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가정하에서 출발한다면 그것을 연대기적으로 연결짓는 것에는(그것도 매우 다양한 분야에) 문제가 좀 있지 않나 싶다. 너무나도 방대하기 때문에... 나비 효과를 떠올려보라! 약간의 미묘한 변화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가?
어떤 이는 앨빈 토플러의 미래학 서적보다 더 통찰력 있고 뛰어나다고 하고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앨빈 토플러가 더 낫다고 본다. 너무 인문학적으로 치우쳐서 2200년까지라는 방대한 미래 역사를 다루고는 있지만 너무 멀리 갔다고 본다. 차라리 2~3년, 5년, 10년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얘기하는 앨빈 토플러식이 내게는 더 도움이 되고 읽어볼 만하다 하겠다.
10년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 기간이 지나가면서 다시 10년을 예측하는 것은 우리가 경영에서 계획과 검증의 과정을 거치듯이 예측과 점검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겠지만 이렇게 예측만 200년을 해놓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책을 읽는 시점에서 2007년도에 일어날 예측(인도-파키스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이러한 맥락 속에서 벌어지는 이후의 얘기들 또한 지금 시점에서는 신빙성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좀 더 이러한 미래학이 의미가 있으려면 예측이 들어맞아야 한다기 보다 어떤 의미 있는 부분에서 연역적 또는 귀납적 추론을 통하여 개연성을 충분히 설득력있게 제시하여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인지를 통해 Trend 가 될 때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닌 막연한 미래에 대한 연대기적 서술이라면 SF 소설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이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에 대해서는 그리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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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2000년~2020년에 잦은 전쟁들과 세계무역컨소시엄이 결성될 것이라 얘기하고 이를 전제로 얘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근데 문제는 이미 현재 2007년 일어나지 않은 전쟁들(인도-파키스탄 전쟁)이 책에서는 언급이 되어 있고(예측이 틀렸고) 세계무역컨소시엄이 일본이라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보다 우위에 놓일 거라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생각된다.
많은 얘기들이 있었는데 유전자 수술로 인한 인간 종 개량이 시작되고 행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시작한다는 점은 우리가 영화를 통해서도 많이 보았던 것인데 그것이 2020년~2040년 정도로 이 책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각 대륙마다 국부적인 연방 체제들이 횡행하다 2062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세계연방이 출범한다고 한다.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사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긴 하지만 이념적 모멘텀 없이는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인데... 물론 나름 여기서는 근거를 들어서 기술하고는 있지만 글쎄...
가장 황당한(개인적으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것은 2200년 가까이 되면 성격과 기억을 이동시킬 수 있는... 그러니까 기억과 성격을 그대로 하여 몸을 바꿀 수 있다는... 조금은 실소를 자아내게 했던 부분이었다.
다만 이 책에서 볼 만한 부분은 자본주의의 붕괴에 대한 부분이다. 아마도 슘페터의 이론을 어느 정도 답습하고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본다. 사실 슘페터의 읽고 싶은 고전은 아직 읽지 못한 나이지만... 자본주의의 폐단이라는 것이 꼭 그런 체제의 변형으로 귀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심이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매우 좋은 체제다. 다만 그 폐단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더 주안점을 두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
덧) 관련 리뷰들을 보면서 대부분 한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김규항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얘기에 따르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랑은 전혀 관점이 다르지만... 나는 이 책 그리 좋은 평은 못하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덧) 인류의 미래사에 나온 연대기적 내용들을 영화와 매칭한 좋은 기사가 있다. 물론 이 책의 내용과는 전혀 무관하다. 단지 참고하기 바란다. 딴지일보의 [고찰] SF영화로 살펴본 인류의 미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