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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인간 심리에 대한 여러 실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에코의서재

2005년 9월 9일 읽은 책이다. 마치 독일 영화 <엑스페리먼트>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세상에 이런 실험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일본이 행한 생체 실험은 들어봤어도, 이렇게 전시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별의별 실험이 실행되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선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실험 내용을 다루고 있다.

1. 인간의 행동은 보상과 처벌에 의해 좌우됨을 최초로 증명한 B.F. 스키너의 상자 실험
2. 사람이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 이유를 밝혀낸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 충격기계 실험
3. 집단의 사회적 압력과 군중 속의 방관자 효과를 입증한 달리와 라타네의 연기 실험
4. 스킨십이 사랑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한 해리 할로의 철사 원숭이 실험
5. 사람의 믿음과 행동 사이의 불일치를 연구한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6. 정신 진단 도구의 오류를 파헤친 데이비드 로젠한의 가짜 정신병 환자 연구
7. 마약 중독의 환경적 요인을 분석한 브루스 알렉산더의 약물 연구
8. 인간 기억의 허구성을 증명한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9. 기억의 생성과 소멸 메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연구
10. 세계 최초로 정신과 수술을 개발한 모니즈의 두뇌 실험

보통 내가 정리할 때는 감상 간단히 그리고 책 내용 일부 중에서 내가 다시 볼 만한 것들만 인용 형식으로 남기지만 이것은 그리 남길 수 있을 만한 것이 없어서 각 실험에 대한 내 생각을 조금씩 밝혀두려고 한다.

1. 스키너의 상자 실험

인간이 '자율 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상과 처벌을 통해서 행동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서 증명한다. 이것은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실험이니까 가능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을 실험자가 다 좌우할 수 있는 즉 제약할 수 있는 상황일 경우에 그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지 결코 인간 세계와 같이 어떠한 상황을 모두 다 제약할 수 없는 상황(변수가 많고 제 3의 요인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실험을 보면서 <더 게임>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잘 나가는 경영자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는 상황을 당사자를 제외하고 만들어서 그 사람이 뭔가를 느끼게 하는... 마치 그런 것과 같은 실험이라 생각한다.

2.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 충격기계 실험

이 실험은 나에게 참으로 의미가 있는 실험 내용이었다. 이유는 이것은 꼭 실험이라는 형태로 알아야만 하는 게 아니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똑같이 주어진 어떠한 상황에서 일정한 패턴을 보이게 된다.

이 주어진 상황은 모든 사람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어야 한다. 그 사람들이 어떤 과거를 지녔건 상관없이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어떤 패턴을 따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던 나였기 때문에 이 실험은 그리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이라고 하는 듯한 실험이었다.

독일 영화 <엑스페리먼트>와 거의 비슷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인간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고, 이 밀그램의 실험은 복종이라는 것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인데, 복종이 되기 위해서 상대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어떤 극한 상황을 만들었다. 그렇게 극한 상황을 만들지 않다면 복종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인간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실험에서 그러한 상황에서 선택은 두 가지다. 하느냐 마느냐. 꼭 실험을 통해서 알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어떠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한 실험이라 생각한다.

3. 달리와 라타네의 연기 실험

여기서 나온 살인 사건은 유명한 살인 사건이다. 이 살인 사건을 어디서 읽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글(어디서 봤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에서도 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심리학자들이 여러 의견을 냈는데, 그 중에 아주 설득력 있는 의견이 있었다.
그게 바로 방관자 효과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단락은 내게는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았다.

4. 해리 할로의 철사 원숭이 실험

스킨쉽에 관련된 것인데 실험 결과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수는 없겠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는 실험도 아니었고 So What? 이라는 생각 밖에...

5.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쉽게 얘기하면 이 실험은 자기 합리화를 하는 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내가 어떠한 생각을 갖고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하고 거기에 생각을 조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 물론 실험 내용을 읽다 보면 나름대로 한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6. 데이비드 로젠한의 가짜 정신병 환자 연구

참 재밌는 괴짜 심리학자이다. 그리고 실험이 참 재밌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8명의 친구들(자신 포함)을 불러서 정신병자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정신병자 취급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 정신병원 들어갈 때 "머리에서 자꾸 '쿵'소리가 들린다"라고 약속을 하고서... 그리고 들어가서는 정상인처럼 그냥 행동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정말 정상인인지 아닌지를 가릴 수 있는지를 판별하기 위해서...

결과는 당연히 정상인을 정상인이라고 밝히지 못한다는 것으로 결국 정신병 환자를 가리는 어떤 학문이나 기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에 반발한 의사들이 그럼 정상인과 정신병자를 섞어서 보내라. 그러면 우리가 판별하겠다라는 도전장을 냈고... 그에 응수하여 의사들이 총 41명의 정상인이 정신병자들과 섞었다고 한다. 그러나 로젠한이 보낸 사람들 중에 정상인은 없었다. 또 틀린 것이다.

이 실험을 읽으면서 통쾌하기도 하고, 이 괴짜 심리학자 로젠한에게 박수를 보내고도 싶었다.
인간의 뇌라는 것은 아직 그 끝을 밝히지 못한 유일한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서 생기는 것을 수박 겉도는 식의 이론으로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이 사실 나는 우습다고 생각했고 신도 인간의 머리 속에서 만든 하나의 믿음이라고 생각하기에 그것을 대신 증명하면서 통쾌하게 승리한 로젠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지 계속 쓸데없는 이론을 만들어 낸다. 이런 것과도 같다. 정답이 1인데(이건 절대적인 어떤 답이다.) 연구자들이 모여서 이리 테스트 저리 테스트 해서 결론을 3으로 냈다. 그게 논문으로 나오고 이론으로 만들어진다. 근데 정답은 1이다. 그러나 그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좀 안다는 사람들 즉 이론을 만들어낸 연구자들이 그 분야에서 가장 많이 알고 리서치를 많이 했고 저명하기에 누가 뭐라할 수가 없다. 세상에 그런 학문들이 꽤나 많다. 이러한 심리학도 통계 수치이니 말이다. 통계의 핵심은 어떻게 통계를 내고 분포를 내고 분석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준을 갖고 통계 대상을(집단을) 분류하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위와 같은 실험에서 정신병 의사와 같은 경우에는 결과론적인 해석과 통계학적인 확률에 의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증상일 경우에는 통계학적으로 이러한 확률이 높다는 것과 41명이 정상인이라는 사실(결론)에 맞추기 위해서 있는 그대로 두고 진찰을 했다기 보다는 그 결론에 맞추기 위해서 해석한 것이라 생각하기에 실력이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의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정신병 의사가 필요없다는 것이 아닌 이유도 통계학적인 확률을 잘 알고 여러 사례를 통해서 얻은 지식이 우리보다 많기 때문에 분명 필요한 존재이긴 하나, 그들도 또한 한 인간으로서 심리적으로는 똑같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이라 생각한다.

7. 브루스 알렉산더의 약물 연구

마약이라고 하는 것들이 중독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들... 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그러나 완전한 agree 는 할 수 없다. 왜냐면 아무리 그래도 안 하는 게 좋지 않은가... ^^

8.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어떤 영화에서도 이런 것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이 된다. 즉 자신이 알고 있는 기억이 진짜 기억인가? 라는 것을 주제로 한 영화... 기억이 안 난다. 쩝. 이 실험은 가짜 기억을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실험이다. 참 어이가 없다. 그러나 실험 결과 그렇게 나왔다. 정말 어이가 없다. 그렇다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내 과거도 확실한 게 아니네? 음...

이것은 이렇게 얘기하는 것보다도 도올처럼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기억이라는 것은 어떠한 사실에 대한 해석의 과정을 거치면서 왜곡되는 것으로 그것은 사실이 아닌 해석이 되어진 사실이라는...

9. 에릭 칸델의 해삼 연구 & 모니즈의 두뇌 실험

이 두 실험은 서로 상관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뇌에 대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내가 빌린 책 중에 <브레인 스토리>라고 하는 책이 있다. 영국 BBC 에서 특집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의 연장선에서 도움이 될 듯 하다.

에릭 칸델의 해삼 연구 실험은 인간의 뇌에 어느 부분에 기억을 저장하는가에 대한 실험이고,
모니즈의 두뇌 실험은 실험이라고 하기 보다는 시도라고 해야 옳을 듯 하다. 정신과 질환을
두뇌에 칼을 대서 고친다는 것을 시도한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어디에 저장이 될까? 궁금하다면 다음 글을 참조하길 바란다.

기억은 어떻게 저장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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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몇 가지는 이 책을 읽기 이전에 난 많은 생각을 통해서 내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실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살면서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갖고 많은 생각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었다. 어떠한 판단을 내릴 때는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왜냐면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고 하고 자기 합리화에 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들을 해왔기에 색다르지는 않았지만 증명되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실험들 중에는 별로 나에게는 도움도 안 되고 그다지 호응할 만하지 않은 것도 있고, 참신하고 이렇구나 하는 실험도 있었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인재. 사람이다. 사람을 잘 다스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는 심리학이 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학문으로서 중요하다기 보다는 역사 속에서 녹아든 많은 사례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마케팅 이론보다도 나는 심리학이 더 근본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심리학에는 관심을 가지고 있었긴 했지만, 이제는 좀 더 심리학에 대해서 관련 서적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이럴 것이다고 생각한(살면서 터득한) 것들을 단순히 증명을 위해서 실험을 한 것도 꽤나 있다는 생각에 관련 서적이라도 잘 골라야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경영, 경제 서적을 벗어나 다른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다음은 내용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한 번 읽어보고 괜찮다 싶으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p156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편에서
인지 부조화 이론에서는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에 관여한 보상으로 사소한 것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의 믿음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그것은 일종의 왜곡된 감각을 갖게 하는 것으로, 가령 우리가 사탕 하나나 담배 한 개비, 쌀 조금 때문에 자신을 팔았다면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좀더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게 된다. 스스로 그런 행동을 하는 멍청이로 느끼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이 꾸며낸 거짓말을 돌이킬 수 없다면 아예 자신의 믿음을 바꾸어 더 이상 부조화를 겪지 않아도 되고, 바보 얼간이가 된 것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