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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독서

롱테일의 이면, 빅헤드!

<롱테일 경제학>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만 해도 생각치 못했던 부분이다. 물론 당시 그 책을 읽고 나는 롱테일 법칙의 이면적인 부분을 잘 생각해야 한다고 얘기는 했었다. 자칫 잘못하면 그것이 마치 시대의 흐름인 양 어떤 뭔가를 주는 만능 법칙인 양 착각하기 쉬운 부분이 분명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시각 자체도 크리스 앤더슨이 얘기하는 롱테일 법칙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었던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꼬리 부분이 아니라 머리 부분에 집중해서 다른 관점에서 얘기를 하고 싶다. 이것은 최근 내가 광화문 교보문고를 갔다 와서 들었던 생각이었는데 정리를 해서 올린다. 우선은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에 대해서 얘기한다.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

1.
우리가 온라인 서점에서 한 페이지에 보여지는 책의 권수를 따져보면 그다지 많은 책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또한 이미지에 비해서 많은 텍스트들로 인해서 스크롤을 하지 않은 한 화면에서 보이는 책의 수는 매우 미약하다. 이에 반해 오프라인 서점과 같은 경우는 수많은 책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2.
온라인 서점은 마우스 클릭만으로 또는 스크롤 만으로 많은 책들을 볼 수 있다. 그게 장점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또한 쉽게 떠날 수도 있는 것이다. 브라우저를 끄는 것 조차 마우스 클릭으로 끝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한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너무나 많아서 이것 저것 계속 보게 된다. 또한 언제 오겠냐 싶어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이것 저것 보게 마련이다. 또한 스타벅스로 한창 유행했던 감성 마케팅(물론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서점의 분위기는 계속 그 자리에 머물게 만든다.

3.
온라인 서점에서 관심리스트로 모아두고 책을 선별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 두 개를 펼쳐두고 비교하는 것에 비할 바가 못된다. 결국 책 선별 과정에서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을 고를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4.
인터넷 서점은 나의 판단 보다는 남의 판단에 의해서 책을 고를 확률이 높다. 그것은 평점, 리뷰, 덧글 때문이다. 물론 리뷰를 꼼꼼히 읽어보고 책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나만 보더라도 리뷰는 아예 보지 않는 편이다. 책소개나 추천서적 기사라면 몰라도 리뷰는 거의 보지 않으니... 물론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리뷰를 다 읽어보고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그러나 평점과 간단평 정도는 참조한다. 결국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의해서 내가 좌우되기가 쉬운 여건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남들이 괜찮다고 하니 괜찮겠지 하는 무언의 사고의 틀에 갖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그러기가 힘들다. 오직 자신이 책을 보고 자신의 판단 하에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오프라인 서점에 가보면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다. 그 중에서 자신의 판단만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어느 누가 오프라인 서점에서 옆 사람에게 물어보고 이 책 괜찮냐고 그러겠는가? 결국 오직 자신의 판단만 믿을 뿐이다. 이런 판단을 하기 위한 사고의 과정 또한 소중한 법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책을 잘못 샀다고 해도 그것은 자신이 주체적인 사고를 통해서 선택한 것이고 그런 선택이 잘못이라는 판단이 들면 그만큼 어떻게 책을 사야하는지에 대한 방법 하나를 더 터득한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과정 중의 사고가 중요한 법이듯이 책 선별 또한 매우 주체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롱테일이 아닌 빅헤드

출판시장이 과열 경쟁이 출판사들만의 문제였을까? 광화문 교보문고를 나오면서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촉진한 것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 또한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것이다. 그 촉진 역할은 바로 온라인 서점이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온라인 서점은 한 눈에 들어오는 범위(가시권 영역)의 책들이 매우 적다. 그 공간 마저도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들로 채워진 경우도 많고 플래시와 같이 현란하게 움직이는 이미지들도 있다. 그 한페이지에 보여지는 책들은 결국 잘 팔리는 책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대부분의 온라인 서점에서 오늘의 책 코너와 같은 경우는 북마스터(or 해당 온라인 서점 편집자)의 추천만이 허용되는 공간이다. 그런 일부의 코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노출을 위한 광고와 잘 팔리는 책들로 구성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바로 팔리는 책만 팔리고 나머지 책은 소외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브랜드라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어느 저자가 유명해져서 그 저자의 팬이 형성되어 그 저자가 신간을 내면 팔리는 그런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수많은 책들의 홍수 속에서 좀 될만한 책들만 노출이 되니 독자들의 선택의 폭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독자들이 시간을 들여가면서 둘러보다 보면 꼭 노출이 많이 되는 책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책을 발견할 수가 있다. 허나 위에서 얘기했듯이 그럴려면 오프라인 서점이 차라리 낫지 않겠는가? 온라인 서점의 장점은 편의성인데... 이런 잘 팔리는 책들만 노출이 많이 되게 해서 오히려 내가 원하는 책을 찾는 시간이 더 걸린다면 그게 정녕 편의성 제공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적은 포스팅 중에서 eBusiness에 관련 포스팅 중에 언급한 적이 있던 것 같은데, eBusiness 의 장점은 Mass를 상대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eBusiness는 Mass를 상대로 하기에 적합한 매체라는 얘기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미디어적인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나는 이런 것이 Mass Media의 폐단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다.

진열할 수 있는 공간의 무한대로 인해 긴 꼬리가 생긴 것은 장점이겠으나 그에 반해 머리가 점점 커지게 되는 "빅헤드" 현상은 꼭 그것이 이렇게 명명되지 않았어도 미디어에서는 많이 보여왔던 부분이었기에 대단한 현상은 아니지만 그것을 서점과 결부지어 생각하다 보니 이런 면도 보이더라는 것이다.

OECD 가입국 중에 최저 독서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베스트셀러에 편중되는 현상은 더 심해진 것이 아닌가 한다. 적어도 중급 이상의 독자들(꼭 이렇게 레벨을 나누고자 함은 아니지만 편의상) 정도가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다면 다양한 책들이 사랑받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물론 요즈음의 순위들을 보면 그래도 작년보다는 훨씬 다양한 책들이 사랑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가장 많은 소비층을 형성하는 초보 독서가들에게는 온라인 서점이 그리 좋은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삶의 취미로 삼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며칠 전 포스팅 제목과도 같이 가끔씩 서점에서 느껴보기를 바란다.

점점 디지털화 되는 시대에 왜 내 머리 속에는 아날로그로의 회귀가 떠오르는 요즈음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