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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출판인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

사실 처음에 출판사를 접하고 나서 출판사 사람들이 책을 많이 안 읽는 이유를 의아해했다.
책 내용에 대한 이해 없이 해당 책이 말하는 분야에 대한 이해 없이
어찌 출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출판을 해보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교정, 교열 작업을 하다보면 같은 글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독서를 위한 책 읽기와 교정, 교열을 위한 책 읽기는 다르다.
독서를 위한 책 읽기는 사색을 즐기기 위해 하는 행위라 편안하게 내용 위주로 보게 되지만
교정, 교열은 단어, 띄어쓰기, 일관성, 외래어 표기, 문장의 매끄러움, 문단의 구성,
레이아웃 등을 중심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텍스트 그 자체에 좀 더 비중을 두고 본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텍스트가 싫어진다. 아니 엄밀히 얘기하면 지겹다.
사실 우리는 텍스트를 읽지 않고서 어떤 일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강도가 좀 남다르다.
대부분의 일에서는 이해를 위한 독서와 같은 읽기이지만
교정, 교열 작업은 텍스트에 집중해서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텍스트로 혹사시킨 눈을 쉬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쉴 때마저 독서를 하면서 또 텍스트로 눈을 혹사시키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물론 독서는 텍스트 자체를 집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르긴 하지만
쉴 때만큼은 텍스트와는 좀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는 어쩔 수가 없다.

물론 그렇게 교정, 교열 작업을 잘 한다고 해서 책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책 내용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정, 교정 작업은 성의를 들이면 들일수록 더 좋은 성과물을 만든다.
그래서 한번 볼 때라도 더 신경을 쓰고 집중해서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피로가 더하고 쉴 때 텍스트를 되도록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출판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지적될 수도...
다만 제가 속한 회사의 사람들은 독서를 그리 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적은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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