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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격투기

[MMA] 효도르 vs 크로캅

* 2005년 8월 28일 효도르와 크로캅의 경기를 앞두고 2005년 08월 14일 경기 예상하며 적은 글.

1. 효도르

사실 나는 힉슨 그레이시를 좋아했다. 그래서 효도르는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다지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 이종 격투기, 종합 격투기가 소개되기 이전부터 UFC 를 알아서 경기를 보던 나였기 때문에, 격투기계에서는 그래도 역사가 가장 최근인 Pride 의 헤비급 챔피언에 대해서는 그다지 인정을 하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도르의 경기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와 힉슨의 유사점은 상대에 따라 경기 패턴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뭐 누구든지 다 그렇게 하겠지만 특히나 눈에 띄게 상대에 따라 경기를 이끌어 가는 게 탁월하다는 점이다. 다만 효도르가 입식 타격 위주의 화끈한 KO승 위주의 경기 운영이 아니라 이기기 위한 필승을 위한 경기 운영이라 경기가 재미있을 수도 있고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그는 어지간해서는 지지 않을 듯한 최강의 파이터인 듯 하다.

또한 겸손하다. 일설에 의하면 크로캅과의 경기 무산이 효도르의 파이트 머니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힉슨이 링에 다시 서지 않는 이유. 그것은 파이트 머니 때문이다. 이를 비난할 필요가 없다. 이소룡이 최영의에게 도전장을 던졌을 때 최영의가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자신이 쌓은 명예를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자신이 쌓아놓은 것이 없다면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잃을 게 없는 자 그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사람은 뭔가를 소유하게 되었다 가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 나약해지는 법이다.

나는 힉슨을 이해한다. 내가 만약 힉슨이라면 이렇게 얘기하겠다. "누구와도 싸울 수는 있다. 허나 많은 사람들은 내가 링에서 쓰러지기를 원한다. 나는 그에 합당하는 대가를 원할 뿐이다." 효도르는 그런 부분에서는 참 순진했던 듯 하다. 러시안 탑팀을 나온 것도 이러한 돈 문제 때문이었고, 크로캅과의 결전을 피한 것도 파이트 머니 때문이었는데, 효도르의 명성(?)에 비하면 여타의 파이터들보다도 적은 파이트 머니는 충분히 효도르의 자존심을 건드리고도 남을 듯 하다.

러시아가 못사는 나라라서 그 돈으로도 충분히 러시아에서는 배불리 먹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대우가 덜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항상 동네 아저씨와 같이 위에는 빨간 티를 아래에는 파란 색 트레이닝 복을 입고 그의 주제가가 울려퍼지면 왠지 모르게 드디어 챔피언이 왔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반드레이 실바처럼 도발적이지도 않고 항사 무표정에 게임에 열중하는 그를 보면서 역시 강자는 조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크로캅과의 경기를 다카다 본부장이 선언할 때도 크로캅의 도발에 챔피언 벨트를 어깨에 매고 웃으면서 나타난 그를 보면서 역시 챔피언 답다는 생각이 든다.

2. 크로캅

처음에는 멋진 바디 라인과 잘생긴 외모 그리고 크로아티아 경찰 출신이라는 그에게 호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솔직히 이제는 별로 인정해주고 싶지 않은 격투가다.

그의 경기는 대부분 KO다. 멋진 하이킥 한 방이면 어지간한 격투가들도 다 쓰러진다. 정말 한 방이 있는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화끈한 그의 경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입식 타격은 절대 강자가 없다. 왜냐면 한 방에 자신도 쓰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Pride 에서 케빈 랜들맨에게 당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의 그런 화끈한 경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하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사실 그럴만한 자질을 충분히 갖고 있다. 허나 나는 크로캅이 이길 수 없다고 믿는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런 격투가가 이기면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 입식 타격으로 최고인가?

그는 입식 타격이 우수한 특히 하이킥이 우수한 선수다. 그럼 그 하이킥이 우수한 그의 타격으로 입식 타격에서 최고였는가? Pride 는 종합 격투 무대다. K-1 이 이종 격투기로 입식 타격 위주의 경기 룰을 채택한다. K-1 이라는 곳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한 번도 올라가 본 적이 없다. 준우승까지는 해봤지만 어네스트 후스트에게 3번 싸워 3번 지는 결과도 갖고 있다.

그가 왜 Pride 로 왔을까? K-1 에서는 안 되니까 온 게 아닌가? 최근에 Pride 에서는 종적을 감춘 텍사스 출신의 히스 헤링이 왜 K-1 에 갔는가? Pride 에서는 자기가 설 곳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입식 타격으로 최고의 자리에도 있어본 적도 없는 그가 왜 Pride 에 와서 잘났다고 설치는가? 물론 잘 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설칠 필요가 있는가?

2) 왜 챔피언을 노리나?

그럼 Pride 에서 무패인가? 아니지 않은가? 반드레이 실바와 특별 룰로 비겼고, 노게이라에게 졌고, 랜들맨에게 졌다. 랜들맨에게는 다시 복수를 했다고 해도, 그럼 왜 그는 헤비급 2인자인 노게이라에게 복수전을 하지 않는가? 왜 바로 챔피언을 노리는가? 내가 효도르라면 노게이라부터 이기고 와서 덤벼라라고 얘기를 해주고 싶을 정도다.

노게이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리고 한 번 진 적도 있다. 적어도 노게이라랑 싸우면 KO 는 힘들고 판정을 봐야 하기 때문에 자기도 다시 붙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괜히 어려운 상대는 피하려고 하고 현재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효도르만 무찌르면 최강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생각 자체가 난 야비하다고 생각한다. 노게이라부터 무찔러라.

3) 말 하는 것이 싸가지가 없다.

효도르가 자기를 피한다는 둥 어쩐다는 둥 말하는 꼬락서니가 참 맘에 안 든다. 그다지 똑똑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책 한 자도 읽지 않는 국회의원 나리가 뭐 그리 잘났다고 말 하는게 지 맘대로인지 영 맘에 안 든다. 동생도 크로캅 팬이었다가 그의 말이 싸가지가 없어서 크로캅을 싫어한다.

4) 그는 격투가가 아니다.

크로아티아 국회의원, 크로아티아 1군 프로 축구 선수, Pride 헤비급 격투 선수 그의 직업이다.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를 한다. 좋다. 다재다능하다는 것을 누가 뭐라하겠는가? 나 또한 그러고 싶은 사람이 아니던가? 그러나 그의 직업이 그렇게 된 데에는 크로아티아라는 못사는 나라에서 대외적으로 유명한 크로캅을 이용하는 것일 뿐이지 그의 재능이 그러하기에 그렇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 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러 일을 하다 보면 연습량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 아무리 자기가 관리를 한다고 해도 효도르보다는 연습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적어도 상대는 챔피언이고 똑똑한 전략가다. 그를 상대로 한다면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것들을 맡는다는 것은 뭐 하자는 태도인가. 영 맘에 안 든다.

최근에는 쉬크의 광고 모델로도 나왔다. 어울린다. 광고 모델 역할이 참 잘 어울린다. 생긴 것도 그렇고 몸도 그렇고 모델로서도 손색이 없다. 허나 한 가지 분명하게 얘기해두고 싶은 것은 그러면서 겸손하면 인정받아도 싸가지 없는 말이나 지껄이면 결국 그게 업보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겸손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한다면 보기 좋았을텐데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 사람들이 졸부가 되는 것처럼 갑작스레 유명세를 타고 나니 지 눈에 뵈는 게 없는가 보다.

3. 예상 경기 결과

기술적인 분석 필요없다. 기술적으로 분석해봤자 실제 붙어봐야 아는 게 경기 결과니까 말이다. 허나, 나는 믿는 게 있다. 그것은 내 철학과도 같다. 고로, 크로캅이 이길 수가 없는 경기다. 나는 8월 28일 쓰러지는 크로캅을 보고 싶다. 60억 분의 1은 크로캅이라는 풋내기에게 돌아가서는 안 된다. 겸손하지 못하고 유명세 탔다고 건방진 그런 놈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Pride 의 명성이 깎여진다고 생각한다.

크로캅 한 번 뒤지게 정신차리도록 깨져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건방질 때는 그런 때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크로캅이 서서히 Pride 라는 무대에서 사라져줬으면 한다. 그래도 Pride 라는 것을 통해서 국회의원도 되었고, 축구 프로 선수도 되었고 광고도 찍었다. 다른 것으로 돈 벌어라. 그렇지 않고 계속 격투가라고 자신을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격투가들에게는 존심 상하는 일이 될 것이다. 크로캅은 질 것이다. 아니 져야만 한다. 개인적인 바램이다.

아마도 경기는 크로캅이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면서 경기를 운영하고 오히려 효도르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즉 경기 주도권은 효도르가 가져갈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효도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테이크 아웃 이후의 파운딩으로 점수를 벌어갈 것이다. 아마도 효도르가 KO 로 이기지는 못하겠지만 판정승으로 이길 것 같다. 크로캅의 하이킥이 적중할 것인가? 아마 적중하기 힘들 듯 하다. 왜냐면 경기 주도권을 효도르가 쥐고 움직이기 때문에 말이다.

8월 28일. 경기는 열린다. 당연히 나는 생중계로 볼 생각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기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았으면 한다. 경기 진행이 어찌 되었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크로캅 그 놈이 깨지는 꼴을 두 눈으로 보기를 희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