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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디지털

그들은 왜 청와대까지 가려고 하는가?

요즈음 이런 얘기를 잘 안 하려고 한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얘기를 하고 싶지가 않다. 요즈음은 그렇다. 그래서 최근의 내 블로그 글들을 보면 별로 진지한 얘기가 없다. 가볍게 하는 얘기들 정도로만 채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리 저리 떠드는 얘기들이 본질과는 조금은 벗어난 얘기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많은 글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최근 뉴스는 충실히 보고 있는 터라. 물론 뉴스야 미디어니까 상황 전달에만 초점을 맞춘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이성보다는 감성에 기반하여 판단을 하고 이성적인 근거를 찾는 동물이긴 하지만, 이성적인 근거를 찾으면서 조금은 감성을 억누를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사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여전히 내가 예전에 가졌던 생각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인터넷 상의 이슈를 집단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떠드는 얘기들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다수의 얘기라는 점을 간과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나 좀 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현상들과 결부지어서 생각해볼 줄도 알아야 하고 이 다음에는 어떤 현상이 벌어질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청와대 앞까지 가려고 하는 이유는?

성난 민심의 뜻을 이미 잘 전달했고 정부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그만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굳이 청와대 앞까지 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국민의 뜻을 전달하고 정부가 그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기를 바라는 것이 목적이지 청와대까지 가서 떠들어대야만 목적을 달성한 것인가?

지금의 현상들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건 국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바다. 그런데 왜 이런 사태들이 생기는 것일까? 이건 뭔가 이상한 점이다. 여러 얘기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내가 그 내막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 얘기하기는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 말들이 다 잘못된 것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볼 필요는 있다.


경찰과 대치하는데 굳이 갈 필요는 없다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한 촛불집회라면 굳이 청와대 앞까지 가는 길을 계속 고수할 필요가 없다. 한 곳에서 계속해서 집회를 열 수도 있는 것이고 만약 어떤 이유에서건 거리시위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면 굳이 경찰이 막고 서 있는 그 곳을 갈 것이 아니라 다른 곳을 가면 되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집회 주동자라면 그렇게 하겠다.

만약 다른 곳으로 거리 시위를 한다고 하여도 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경찰의 저지를 뚫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거리 시위로 어디까지 가야한다고 정했다 한들 그것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만한 해결책이 나오기를 바라는 우리의 뜻을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 순수하게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를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라 그런 일들은 지금껏 비일비재하게 많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감성적인 판단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다.


재협상이 문제의 핵심인가?

많은 이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이 점이다. 재협상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민의 식생활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뉴스에 나오는 글귀들이나 인터뷰 내용들을 보면 재협상이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보인다.

지금 미국과 합의된 내용이 우리 국민들의 식생활 안전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재협상을 해야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라는 점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런데 내가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여기 저기서도 재협상을 외치니까 재협상을 원한다고 별 생각없이 얘기하는 듯 하다.

정부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만 제한하려고 하는 것을 협의중이라고 하는데 어느 여대생이 뉴스에 나와서 하는 인터뷰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재협상이다."를 외치는 것을 보면서 참 어이가 없었다. 문제의 핵심은 재협상이 아니라 국민의 식생활 안전 보장인 것이고 그것이 현재로서는 객관적 기준 처럼 되어 있는 것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수입이 된다고 한다면...

지금의 상황을 보면 그렇게 될 리는 없겠지만 이대로 수입이 된다고 한다면 우리에게는 또다른 무기가 있다. 바로 보이콧이다. 안 사먹으면 된다. 그러나 보이콧을 한다 하여도 사먹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자신의 잇속 채우기에 급급한 장사꾼들은 원산지 표기 제대로 하지 않고 한국산으로 둔갑하여 유통시킬 확률이 높다.

이럴 때는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기 보다는 원산지를 속인 업체를 고발할 때의 신고 보상금 제도와 함께 해당 업체에 대한 강력한 처벌 제도를 만들어두면 된다. 이 정도 국민의 관심을 끈 이슈라면 고발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처벌이 강력하면 그만큼 속이는 업체도 줄어들 확률이 높다.

이처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는 가에 초점을 맞추어야지 이게 아니라 저거라는 식은 곤란한 것이다. 재협상을 원한다고 하는 말을 대표성을 띈 말로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일이지만 촛불 집회에 참가하는 많은 이들 중에서는 분위기에 편승한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문제에만 집중하고 반정부적 구호는 외치지 말기를

촛불집회에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도 보이고, 할 일 없이 밤을 때우려고 나온 연인들, 한 번 가보자 해서 별 생각없이 참석한 시민들도 꽤나 많이 있는 듯 하다. 한승수 총리와 시국토론에서 얘기를 했던 수많은 생각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보다는 그냥 시류에 편승해서 참여한 사람들도 꽤나 보인다는 것이다.

뭐 어쩔 수 없는 현상들이라 생각하긴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몇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 "지난 대선 때 누구를 선택하셨나요?"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면)
- "선택할 때의 가장 큰 기준은 무엇인가요?"
- "당신이 선택한 대통령인데 이제는 입장이 바뀐 건가요?"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행동을 통해서 보여줘야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촛불 집회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런 의미를 무시하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좀 더 생각해보자고 하는 얘기다. 국민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참정권은 바로 투표다.

나는 그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어느 대학생 인터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도덕성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도 능력만 있으면 된다." 그 당시의 논란은 도덕성과 능력이었다. 그리고 많은 대학생들이 도덕성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했다. 그 능력이라는 것이 지금 잘못되어서 대학생들의 입장이 바뀐 것일까?

잘못한 것에 대해서 지적을 한다고 한다면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지 반정부적 구호는 자제해야 한다. 자신이 뽑은 대통령이면서 얼마 지났다고 반정부적인 구호를 외치는가? 나처럼 이명박을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난 다음에는 그래도 밀어주자는 식인데...

언제는 추켜 세웠다가 언제는 깎아 내리는지. 그 때 그 때 현상만을 보고 말 바꾸는 듯 가벼이 보인다. 믿음이라는 것은 끝까지 믿어주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적어도 정치에서는 그렇게 까지 바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태도가 돌변해서 초점을 벗어나서 반정부적인 구호를 외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 대선 이후 나는...

나는 술자리에서 이명박을 탓하기 보다는 이명박을 뽑은 국민을 탓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인기 투표를 하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틀렸다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완벽하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대선 이후로 한비자나 마키아밸리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현실이라면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는 것이 내게는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번 촛불 집회의 의미

이번 촛불 집회를 계기로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촛불 집회가 이렇게 커질 줄은 나 또한 생각치 못했지만 그만큼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못된 것에 있어서는 이러한 힘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번 단체나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 이런 촛불 집회를 여는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범국민적 사안일 경우에만 국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통령을 잘못 선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느껴야 한다. 다른 선거는 차지하고라도 대통령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도 한 정당 소속이긴 하지만 사람의 심리상 대통령이 되면 자기가 역사에 어떻게 남을 것인가를 생각하기 때문에 정당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더 생각하게 마련인 것이다.

물론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 많은 사람들을 도외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보다는 내가 더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사람의 심리인 법이다.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주다가 자신이 곤란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은 대통령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

정치판을 보면 이렇게 뭉쳤다가 저렇게 뭉치는 것을 봐도 알듯이 결국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움직이게 마련인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정당의 뜻을 많이 따라도 일단 대통령이 되고 나면 힘의 구도는 바뀌게 마련이고 정당보다는 대통령 자신의 입장을 더 생각하게 마련인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를 잘 안다면 우리가 대통령 선거에서 무엇을 더 중요시해서 봐야할 지를 알 수가 있다. 그것은 정당이 아니라 바로 대통령이 될 후보들의 인물됨을 봐야하는 것이다. 고로 앞으로는 대통령 선거 때 투표를 제대로 하고 그 이후에 뽑아놓고서 왈가왈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다.

+ 집단지성과 협업지성 그리고 군중심리 등에 대한 더 읽을거리 → 집단지성? 협업지성? 군중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