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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친구라는 것은 친해서 친구가 아니다.

친구 하나가 결혼을 한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재수까지 같이 한 친구다.
그렇기에 지내온 시간이 많기는 하지만 친해진 것은 재수 때부터였다.

보통 우리는 친구라고 얘기를 하면, 친한 사람을 일컫는다.
보통 말하는 친한 사람이란 그냥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사람이라는 뜻인 듯 하다.

고등학교 때 나에게 편지를 보낸 친구가 있었다. 그것도 남자가. 연애 편지도 아니고 말이지.
그 편지에 이런 표현이 기억난다. 나는 친구를 가린다고...

그 때부터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가리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도움이 될 만한 친구만 만난다던지 그런 것은 아니다.
내 친구 중에는 정말로 철저하게 그런 친구가 있긴 하지만...
(한 때는 나를 친구로 생각하던 녀석인데 사실 나는 그 녀석을 친구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죽이 잘 맞아서 친했던 친구들을 두고도 나는 고등학교 지나면 안 볼 사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때의 친구들과 어울렸던 것이다.
그런 얘기를 했었기에 그 친구는 그런 편지를 보냈던 것...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알겠지만, 어렸을 적 친구, 대학교 친구
같은 직장이나 업무와 관련된 것이 아니면 만나기가 쉽지 않다.
만나는 횟수, 년수로 친함의 기준으로 따진다면 오히려 사회에 나와서
만나는 사람이 더 친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뭘 그렇게 생각하느냐? 할 수도 있겠다. 그래 안다. 근데 난 생각이 많다. ^^
그냥 한 순간을 같이 했던 사람들을 모두 친구라고 부르면 될 것을...
그래도 난 친구라고 하는 것에 조금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적어도 친구라고 한다면 서로의 속깊은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술자리의 가벼움에서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맨정신의 진지한 얘기.
진지하다고 해서 업무적인 거나 시사적인 얘기가 아니라 너와 나, 서로에 대한 얘기를...
그런 얘기를 위해서는 서로를 인정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서로의 속깊은 얘기에 젖어들다보면 가끔씩 같이 울 때도 있다.
너와 내가 남이지만 하나가 되는 과정. 동화되는 과정이 그런 때다.
그런 경험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바꾸기 힘든 것들이다.

오늘 결혼하는 친구가 그런 녀석 중에 하나다. 많은 재밌는 추억들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재수할 때 나눴던 속깊은 얘기들이다.
그게 실패를 맛보고 다시 재기를 하기 위한 상황에서의 힘듦을 서로 얘기했던 것이 아니다.

같이 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다른 모습들을 보고
서로에 대해서 인정을 하고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어렸지만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서로의 삶에 대해서
과거의 아픈 얘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설계도 하고...

그런 속깊은 얘기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해도
그 친구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곤 했다. 그 곳이 어디던지 간에...
곧 있으면 결혼식이다. 결혼식인데도 내가 설레는 것은
이번에는 결혼식이 동창회 수준에 버금가지 않을까 해서다.

워낙 이 녀석이 발이 넓어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위 말하는 인맥 때문에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그런 녀석은 결코 아니다. 사회운동도 하고
사회 단체에서 일하기도 했던 녀석인 만큼 그런 것을 싫어하는 부류라
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쨌든 그런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나 또한 설렌다.
도대체 어떤 여자랑 결혼을 하는 것일까? 아직 소개시켜준 적 없다. ^^
궁금하기도 하지만 좋은 여자 만났을 거라 확신한다. 그 녀석은 그럴 녀석이니까...
정식아~ 행복해라... 너 닮은 애만 낳지 않으면 넌 인생 성공한 거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