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심리란 게 묘하다. 승승장구하던 PrideFC 시절의 반드레이 실바는 자신의 기량보다 좀 더 높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게다가 너무 자신감 넘치다 못해 약간은 건방진 구석이 있는 부분이 헤비급 챔피언 효도르와는 사뭇 대조가 되었기에 언젠가는 너도 당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나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연패의 늪에 허덕이는 실바. 그의 파이팅 스타일이 이제는 먹히지 않는 실바. 그런 그에게 재기를 위한 발판이 마련되었는데 오히려 더 깊은 수렁에 빠져버리고 만 경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오히려 이제는 측은하다. 그래도 이번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바랬건만.
그의 파이팅 스타일을 보면 상대의 공격에 되받아치면서 전진 스탭을 밟으며 강력한 양훅을 날리면서 쉴새없이 쏟아붇는 파이팅 스타일인데, 이게 아웃 복싱 스탭에는 잘 먹히지가 않는 편이다. 물론 실바 여전히 강한 선수이긴 하지만 변하지 않는 그의 파이팅 스타일은 빈틈을 주게 마련이니...
주짓수 블랙 벨트라고 해도 사실 그건 명예에 따른 블랙 벨트이지 실력이 여느 블랙 벨트급 선수와 비슷하다고 할 수는 없을 듯. 크로캅이 그라운드에서 Bottom 포지션에서 방어하기 위해서 배운 정도? 뭐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의 주무기는 강력한 펀치 러시인데 그게 요즈음 들어서 먹히지를 않는다.
그래도 상대는 두 번이나 KO를 시킨 경험이 있는 퀸튼 잭슨이 아니던가? 이 경기는 어느 누가 봐도 퀸튼 잭슨이 심리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경기이고 그에 반해 반드레이 실바는 강한 자신감으로 이 경기에 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이없는 장면이 나왔다. 실신 KO라니...
이번 UFC 92는 정말 이변이 많은 듯 하다. 호드리고 노게이라가 KO패를 당하지 않나. 헤비급과 대결해도 그리 밀리지 않는 반드레이 실바가 실신 KO를 당하지 않나. 이번 UFC 92를 위해서 노게이라와 실바는 같이 합동 훈련을 했다는데... 그 결과가 둘 다 KO패라니.
반드레이 실바가 슈트 복세 아카데미에 속해있던 시절에 히카르도 아로나와 붙을 때는 노게이라가 속한 브라질리안 탑팀이랑 앙숙이더니만 UFC로 옮겨오고 나서는 일치 단결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었는데 결과가 그러하니 참 안타깝기 그지 없다. 반드레이 실바의 등장 음악 Darude의 Sandstorm만 들어도 그의 공격적인 파이팅을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너무 허무하다.
경기를 지켜보던 척 리델 선수가 반드레이 실바가 넉다운 KO되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다. 뭐라할까? 자신도 최근 좋지 못한 경기 전적을 가진 그인지라 안타깝다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척 리델의 모습에서 그렇게 느꼈으니...
앞으로 반드레이 실바는 어찌할까나? 이대로 가다가는 Minor로 주저앉지나 않을까 싶다.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은 라이트헤비급인 지라 그가 회복한다 해도 앞으로의 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덧)
알고 보니 반드레이 실바가 소속을 변경했다. 어쩐지 랜디 커투어와 같이 훈련을 했다고 하고 포레스트 그리핀이 팀 동료라고 하더니만 Xtreme Couture 로 팀 소속을 변경했다. 그럼 슈트 복세 아카데미는? 마우리시오 쇼군도 Universidade da Luta 팀으로 소속이 변경된 것을 보니 아마 해체된 듯.
노게이라 또한 브라질리안 탑팀이 아니라 Team Nogueira 로 자신의 팀을 만들었나 보다. 이를 보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팀 변경과 같은 경우는 선수들에게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듯 보인다. 뭐랄까 욕심에 따른 대가가 크다고나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