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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각의 수준과 생각에 대한 착각

가끔씩 나는 그런 경험을 하곤 한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뭔가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면서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게 되면 머리 속이 아주 복잡해지는 것이다. 뭔가를 정리해서 내 것으로 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나는 이를 '정신적인 패닉' 상태라고 스스로 얘기하곤 한다. 그런 내 마음의 '정신적인 패닉' 상태에서는 어떠한 일들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잠을 자려고 해도 그 복잡한 생각이 나를 잠에 쉽게 빠져들지 않게 한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는 말과 글이라는 도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말이나 글이라는 것이 내 생각을 온연히 담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간의 문제나 표현력의 문제가 아니라 말을 듣고 글을 읽는 상대의 해석의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다. 특히나 글이라는 것은 내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유용한 도구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해석의 과정은 내 영역의 밖이기 때문이다.

글이라는 것은 그것을 읽는 사람을 위해서 표현하는 도구이며, 말은 그것을 듣는 사람을 위해서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다. 물론 말과 글은 그 영향 범위가 다르긴 하지만 각각의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상대에 따라서 말과 글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각의 수준 차이다. 어린 아이에게 얘기하는 것과 어른에게 얘기하는 것은 다르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나이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생각의 수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말과 글의 표현이 달라지는 것이다.

생각의 수준 차이를 읽어내는 것 또한 능력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생각의 수준이 스스로는 높다고 생각하는 자기 착각의 상태에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과 깊은 내면의 고찰을 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겉보이는 것에만 치중하기 때문에 그렇다. 경제/경영 분야에서 말하는 수치화라는 것을 모르는 내가 아니다. 그것의 의미를 알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인간의 생각이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위함에 있다. 나이, 재산, 경력 등등으로 매겨지는 수치들이 자신의 생각 수준을 대변해주지는 못하는 법이다.

나는 그래서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 나이, 부의 수준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그런 것들은 한낱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시각은 왜곡을 초래한다. 실체를 포장하기 마련이다. 생각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을 정확하게 볼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이런 생각의 수준 차이로 인해 말과 글에도 왜곡 현상은 일어나게 마련인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실체를 이해하면 그 사람이 잘못된 말을 하고 글을 적는다 해도 왜곡 현상은 막을 수는 있다. 무슨 이유가 있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생각을 하지 못한다. 스스로는 아니라고 해도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 생각의 수준이 한참 낮은 경우가 많다. 어떤 사회 현상을 두고 얘기를 한다 해도 남에게 듣기 좋은 말(글), 입에 발린 말(글)로서 인기몰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근데 참 웃긴 것은 자기가 관심 있는 것에는 비판도 해대면서, 자기가 잘 모르는 것에는 매우 관용적이다.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식인 거다. 그러다 보니 자기네들의 생각 수준이 조금은 높은 편이라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항상 어떠한 것에 대해서 비교의 잣대를 들이대고 무엇이 더 나은가를 생각하는 이성을 가진 존재다. 물론 이성적인 판단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스스로도 그러하면서 남들의 얘기에는 비교의 잣대를 들이대려고 하지 않는 것은 자기 모순인 것이다. 그렇다. 인간은 원래 자기 모순된 존재인 것을. 어쩌면 솔직하지 못하다고 해야할 문제일 수도 있다. 어쨌든 더욱 큰 문제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것을 인지하면 자기 반성으로 연결이 되는 것이고 그로 인해 내적 성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적 성장을 했다고 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향이 달라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많은 이들이 착각을 하는 부분이 이런 부분이다. 내적 성장은 성향을 변모시키기도 하지만 그 변모는 아주 서서히 진행되며, 변모된다고 해서 그것이 그 사람의 성향 그 자체를 바꿔주지는 않는다.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들이 많지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그 차이를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

내적 성장을 하면 다른 이들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보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해를 하게 된다. 이해를 한다고 해서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해는 이성이지만 반응은 감성이다. 이해를 하지만 기분이 나쁘면 감성적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런 차이를 알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겉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다 보니 즉 시각적인 판단에만 치중하다 보니 왜곡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요즈음 생각이 복잡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내가 그 생각을 정리하려고 얽매여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그 생각 그 자체를 즐기면 나중에 저절로 정리가 되고 어느 순간에 번뜩이게 되는 것을 지금 당장 뭔가 정리를 해야만 하려는 성급함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것이 꼭 말이나 글로서 표현하려고 그런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사실 이 글은 내가 너무 생각이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았나라는 것을 적으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면서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온 듯 하다.

어쨌든 얘기한 김에 좀 더 하자면, 나는 생각의 수준에 따라 사람을 가리는 편이다. 사람을 가린다는 것은 생각의 수준이 높으면 그만큼 마음으로 인정을 하고 나도 들어보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어조 자체가 사뭇 공격적이고 강하다 보니 나에게 감성적 반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러하기에 그런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나 또한 감성적으로 반응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한 것을 두고 생각의 수준을 가늠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웃는다. 자기 스스로도 그러면서 말이다. 블로고스피어에는 군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뭐 일면 그런 것이 자기를 얽매이게 되어 바람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기에 나쁘다고는 보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생각이 깊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전혀 유명하지 않아도 글만으로 그 사람이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볼 때 별로 없다. 단지 인기몰이에 급급한 사람들이 절대 다수일 뿐.

인기몰이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인기몰이와 생각의 수준을 동격화하는 듯 느껴지면 그것은 착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런 경우에는 같은 것을 두고 어떻게 해석을 하는지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 대번 드러난다. 왜냐면 블로고스피어의 글은 자신만의 생각으로 온연히 담은 게 아니라 남의 글을 많이 참조해서 적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의 생각을 차용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 수준이 높으면 굳이 차용하지 않아도 더 나은 수준의 글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내가 독서클럽에서 독서토론을 하는 이유도 그렇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준있는 토론자들을 만나기 위함이라고 얘기한다. 거기에는 나 또한 그들과 지적인 담론을 펼쳐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그런 표면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토론을 통해서 더 나은 생각에 대해서 스스로 인정을 하고 이해를 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그들은 충분히 수준있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계기로 인해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되면 사람은 많은 input이 들어오게 마련인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체화하는가 하는 것은 자신의 고유의 영역이지만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내적 발전의 계기가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생각의 수준을 높이려면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그것에 대한 이해가 비롯되지 않고서는 남과 나의 비교에서 인정을 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그래도 상관이 없는 것이 인정을 하지 않으면 깨지게 마련이다. 깨진다는 것을 나쁘게 볼 게 아니다. 깨짐으로 인해 더욱 발전이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실 그런 깨짐이 나에게는 내적 성장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듣기 좋은 소리를 하곤 하지만 나는 부러지면서 계속 단단해졌기에 굳이 내 성향을 나쁘게 생각치 않는다.

가끔씩 내가 감성적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어찌보면 나는 너보다 생각의 수준이 높은데 왜 나한테 이러느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 경우도 꽤나 된다. 그들은 나이나 사회적 지위, 경제적 부라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으니 돈 많은 사람 곁에는 파리들이 많이 날리는 법이다. 그들이 그렇게 판단하는 기준이 그러하기에 내가 수준 낮음으로 비춰진다고 하는 것이나 내가 그들의 생각 수준이 낮다고 하는 것이나 매한가지인 것이다.

누가 뭐라하든 나는 그런 생각 수준을 사람을 판단하는 큰 요소로 보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지적 담론을 좋아하는 것도 그러하고 어른들과도 수준 높은 대화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다. 가끔씩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갑작스럽게 부각되는 경우가 있다. 그게 사회 시스템을 이용해서 또는 부조리한 행위로 그러는 경우도 있겠지만 원래부터 생각의 수준이 높았는데 남들이 다수의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아서 그런 경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원래 입에 발린 말은 듣기 좋지만 바른 말은 쓴 법이다. 그것을 독설로 치부할 지 새겨 들어야할 지는 자신의 몫이겠지만 입에 발린 말만 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즈음은 퍽이나 바른 말을 찾기가 힘든 듯 하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듯이 생각의 수준이 높은 사람이 나를 비판하는 것은 나도 환영이다. 나도 내 생각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는 것이고 나도 내가 맞다고 생각해서 내 입장을 최대한 변론(?)하려고 할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생각의 수준 차이가 드러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단지 나는 글이 아니라 만나서 말로 하고 싶을 뿐이다. 그게 더 빠르기도 하지만 자신의 생각만을 믿고 하는 것이니 말이다. 인터넷 상의 글에는 자신의 생각을 온연히 담기 보다는 남의 생각을 엿보고 자신의 것인 양 쓰는 사람이 많다. 가끔씩 나도 속을 때가 있지만(이게 펌글은 아니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편하게 적는 글이다 보니 이런 저런 얘기가 많이 나온 듯 하다. 어떻게 보면 글이 아니라 말인 듯한 느낌도 든다. 누군가 대화를 하듯이 내 생각을 그냥 말로 내뱉어내는 듯이 말이다.

어쨌든 이번주부터는 바쁘다. 바쁘기 때문에 글 좀 많이 적어두려고 했는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편하게 적는 글이 이렇게 길어져버렸다. 제길~ 도대체 얼마의 시간동안 타이핑을 한 거야? 편하게 적는 얘기지만 내 생각의 솔직한 부분이 담긴 부분이 많으니 비판할 것이 있으면 비판해도 좋다. 다만 어설픈 비판은 내게 감성적인 자극을 주기 때문에 각오를 단단히 하고 비판을 하고, 그게 아니라면 나로서도 도움이 되니 얼마든지... 다만 이번주 바빠서 가벼운 덧글이면 몰라도 내가 뭔가를 얘기해야겠다 싶은 것은 미룰 수도 있을 듯 싶다. 나도 먹고는 살아야지~ 드러내지 않는 일도 많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