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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유쾌한 승부: 협상에 대한 재미난 스토리텔링 그러나...


이웃 블로거이신 헤밍웨이님의 주선으로 이루어지게 된 리뷰다. 가급적 리뷰를 제안이나 제의 받았을 때는 원칙이 있다. 그 원칙에 충실하게 적으려고 노력을 한다. 어쨌든 이는 교보문고에서 제공된 책을 통해서 하게 되는 리뷰인데, 이리 저리 바쁜 와중인지라 리뷰가 조금 늦었다. 사실 어제 읽고 오늘 올리는 거라 읽고 나서 바로 올리는 셈이긴 하지만 말이다.


협상 전문가: Negotiator

협상 전문가를 Negotiator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직업이 그렇다. 네고시에이터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다. 사무엘 L. 잭슨과 캐빈 스페이시가 주연한 <네고시에이터>가 그런데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이런 곳에서만 협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지 알았었다. 그 당시에는 말이다. 그 이후로 책으로서 협상에 대해서 접하고 나서 이런 것에 스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던 책이라서 그리 눈여겨 보지는 않았다.

물론 협상에 관련된 책 중에서 <돌부처의 심장을 뛰게 하라>는 책은 꽤나 들어볼 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고집불통의 NO를 YES로 바꾸는 협상 전략>으로 제목이 바뀌어서 판매되고 있는 책인데, 협상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있다는 것이 퍽이나 놀라웠던 것이 사실이다.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협상을 근원적인 접근이라고 보기 보다는 현상적인 접근으로 바라보기 때문이었다.

고집불통의 NO를 YES로 바꾸는 협상 전략
윌리엄 유리 지음, 이수정 옮김/지식노마드

이번에 읽은 <유쾌한 승부>는 협상이라는 것을 광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비즈니스에서만 협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서도 항상 일어나는 것으로 협상이라는 것을 얘기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것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실생활에 협상이라는 것으로만 대하게 되면 서양적인 사고방식인 Give & Take 개념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는 너무나 서양적인 사고방식에 물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 저자의 블로그: http://blog.naer.com/seungjuya


스토리텔링: Storytelling

이 책에는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 주인공들을 통해서 협상기술에 대해서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묵직한 협상기술의 정리를 언급하거나 하지는 않고 단원마다 간단간단하게 정리하는 식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어서 협상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맛만 보여주는 대중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협상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게 해줄 수는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제시된 협상의 스토리는 조금은 치우쳤다. 무슨 말인고 하니 협상이라는 것은 상대가 있게 마련인데 그 상대의 상황을 너무 획일적으로 그렸기 때문에 나와 같은 경우에는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를 않았던 것이다. 차라리 협상에 대한 그럴 듯한 이론을 얘기해주는 게 오히려 나에게는 먹히지 이런 상황적인 얘기는 나로 하여금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할래?'라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그래도...

재미는 있다. 그렇게 쉽게 협상에 대해서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 대중서를 적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했던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경제/경영서에서 스토리텔링 식은 정말 잘 적지 않으면 그게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차라리 묵직한 주제로 얘기를 해도 쉬운 스토리로 전개하면서 깊이 있는 얘기까지 할 수 있으면 해당 분야의 스테디셀러는 될 지언정. 그런 책 중에 <The Goal>이라는 책이 있다.

The Goal (더 골)
엘리 골드렛 외 지음, 김일운 외 옮김/동양문고

그래서...

이 책은 초보자들 중에서 협상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맛을 보려고 하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런 초보자들이 많기 때문에(전문가들 보다 초보자가 상대적으로 많으니까) 시장이 클 것이라 생각하기도 쉽지만 그 시장에는 그 시장에 적절한 스토리 구조나 표현 방식은 따로 있다고 본다. 그것이 스토리텔링으로 쉽게 적었다고 해서 먹히지는 않는다는 거다.


협상기술

책에서는 익숙한 용어가 나온다. 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 협상을 하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 또한 처음 보던 얘기도 있었는데 Implement Pitfall(이행상의 합정,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오해)가 그것이다. 용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고 협상에 대해서 아는 사람과 얘기할 때는 이런 용어가 필요하니까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겠다. 이런 부분은 책을 읽음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내가 협상기술 그 자체를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하다. 이 협상기술이라는 것은 근원이 아니고 또 서구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된 것인데 그것이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우선시는 될 수가 없는 법이다. 자칫 이런 기술로 인해서 인간 관계를 매우 비즈니스적으로만 바라보고 GIve & Take 식으로만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 언급된 상황 중에서 건물주의 얘기와 회사 워크샵 얘기 그리고 의료기기 납품 얘기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 비즈니스 기본 상식만 갖고 있다면 이게 조금은 한 쪽으로 치우친 즉 협상기술은 이런 거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예에 지나지 않는다고 느낄 것이라는 거다. 만약 이게 실제 있었던 얘기라고 해도 일반화시키기는 힘든 몇몇 요소들이 보인다.

또한 협상을 우리가 이기는 기술이라고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했던 것은 우리가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나만 이기는 기술이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나는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을 매우 싫어하는데 협상에 임하는 사람들이 이런 게 협상이야, 이런 게 협상술이지 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뜸을 들이고, 돌려서 얘기하고, 간을 보고 하는 것을 나는 매우 싫어한다.

나는 지금껏 협상에 임해서도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해서 밸런스 있는 합일점을 제시하기 때문에 굳이 뜸을 들일 필요도 없었고, 돌려서 얘기할 필요도 없었고, 간을 볼 필요도 없었다. 물론 나야 어디에 속해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상대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대하면 된다고 본다. 거기에는 기술이라는 것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기술을 부리는 사람들은 그 진심을 활용하려고만 한다. 물론 그런 경우에는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긴 하지만(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방식이라 획일적이지는 않지만) 나는 그런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얘기하고 진심으로 대하면 될 것을 꼭 기술을 부려야만 하는 것인가? 그러나 많은 다른 사람들이 협상에 대해서 그렇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둘 필요는 있겠다. 그러나 내가 그러한 것을 알면 알수록 내게는 그런 협상술이나 협상법이 통하지 않을 꺼라는 거다.

내게 지인 한 분이 투자를 받아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나름대로 알아보고 다시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뭔가 일이 성사되어갈 듯 하자, 큰 기업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고, 몇 군데에서도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를 한다. 난 그 얘기를 듣고 웃으면서 이렇게 얘기해줬다.

"잘 하실 꺼라 믿습니다. 그러니 저도 투자를 받아드리려고 하고 있지요. 분명 잘 될꺼라는 믿음이 있기에 제가 이러는 겁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저는 간 보는 거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다른 곳들 조건이 좋은 듯 하니 거기서 투자를 받는 게 좋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뭔가 진행이 되어갈 듯 하다는 것은 막연한 생각일 뿐입니다. 투자를 얘기할 때는 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얘기를 해줘야 합니다. 그걸 잘 생각하시면서 투자 받으시길 바랍니다. 혹시나 그래도 투자를 못 받으시면 그 때 저를 찾아주세요."

물론 투자에 대해서 나도 어느 정도의 경제적 이득이 생기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그런 돈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가 발생할 때, 돈에 아쉬워하기 보다는 그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접어버린다. 그 시간에 다른 데에 신경을 쓰려고 말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투자를 한 곳은 내가 주선을 한 쪽이었지 다른 곳이 아니었다.

내게는 진심어린 한마디와 솔직한 태도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같이 생각하는 마인드가 먹히지 그런 기교나 기술은 먹히지 않는다. 그건 기본적으로 사람을 기계로 생각해서 활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매우 동양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라 그러한 것을 바람직하게 보지는 않지만 바람직하게 보지 않는다 하여 그런 사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그런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나만의 방식을 갖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