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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격투기

UFC 100: 브록 레스너 vs 프랭크 미어



오전부터 기다렸다. 언제 올라올까 싶어서 말이다. 그래서 경기 결과는 sherdog.com 을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내용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기다리다 지루해서 sherdog.com 에 올라온 각 라운드의 요약 상황을 읽어버렸다. 보통은 경기 결과를 보지도 않고 경기 내용도 보지 않고 보는데 말이다. UFC 100을 어제 한다는 걸 이미 안 상태라서 기다려졌던 듯.


벤치 프레스와 스커트

동영상을 보다보니 해설자의 얘기 중에 재미난 사실이 있다. 브록 레스너Brock Lesnar는 벤치 프레스(바벨로 하는 가슴 운동, 쉽게 얘기하면 역기를 들어올렸다 내렸다 하는 운동)를 260kg 까지 한다고 한다. 260kg 으로는 한 번만 가능하고 230kg 으로는 5번 가능하다는데 괴력이다. 벤치 프레스로 자신의 몸무게 2배까지는 들어올린다고 하는데 그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는 배용준 트레이너이자 친구인 JP(종필의 약자다)에게 운동을 배울 때 들었던 얘기다.

보통 운동을 열심히 제대로 하면 자신의 몸무게까지는 들어올릴 수 있다. 그 이상이 되려면 제대로된 자세와 좀 더 타이트한 운동을 해야만 가능한데, 실제로 내가 JP한테서 운동을 배울 때 느꼈던 바로는 보통 헬스장의 트레이너들이 가르쳐주는 자세가 제대로가 아닌 경우도 꽤나 있다는 점이다.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잔근육부터 시작해서 아주 세부적으로 자세를 잡아주는데 그런 자세로는 항상 들던 무게도 제대로 못 들겠더라는...

벤치 프레스 260kg 라면 양쪽에 20kg짜리를 각가 6개씩 꽂고 든다는 소리다. 벤치 프레스를 하기 위한 덤벨의 봉 무게가 20kg이니까. 게다가 스커트(덤벨을 어깨에 올려놓고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운동, 허벅지를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운동으로 선수들 보면 허벅지가 엄청 굵은 게 이 운동을 통해서 단련시킨다.)를 360kg으로 한단다. 예전에 압구정에 있던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센터에 다닐 때는 국가대표도 있었기 때문에 곁눈질로 어떻게 운동하는지 보기도 했지만 스커트를 그 정도로 하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는 듯. 괴력이다.


브록 레스너: Brock Lesnar

프로레슬러 출신이라 난 그다지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서 한가지는 확실하다. 리치가 상당히 길어서 유리하고 힘이 무척 좋다는 점이다. 일전에 프랭크 미어Frank Mir에게 졌던 경험을 통해서 또 상대에게 유리하지 않도록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정도가 되니 현재 UFC 헤비급 챔피언이 된 것이겠지만 이게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다. 랜디 커투어도 졌고 프랭크 미어도 졌으니 당분간 이 둘은 도전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현재 헤비급들 중에서 경기를 할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효도르Fedor Emelianenko는 UFC와 계약이 안 되어 있으니 하기 쉽지 않고 이번에 효도르와 상대하는 조쉬 바넷Josh Barnett 정도가 적당할 듯한데 조쉬 바넷도 현재 UFC와 계약이 안 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조쉬 바넷과 브록 레스너가 경기를 펼치면 퍽이나 재미있을 듯하다. 조쉬 바넷도 하체 관절기가 일품이고 내구력이 상당히 좋은 선수이며 체력도 좋아 지치지도 않는다. 둘이 경기를 하면 재밌을 듯.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브록 레스너는 당분간은 헤비급 챔피언을 유지하되 전혀 예상치 못한 선수에게 헤비급 챔피언 자리를 내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그의 기술은 노출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선수가 단단히 준비해온다면 또 예상외로 쉽게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브록 레스너도 발전하겠지만 그렇다 해서 그라운딩 기술 자체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의 디펜딩 기술이 늘어나는 것이기에 어쩌면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게다가 브록 레스너는 경기에 이기고도 야유를 받는 인기 없는 챔피언이다. 그런 자극이 챔피언인 브록 레스너에게는 더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자극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챔피언이라고 한다면 겸손해지는 게 좋다. 어차피 이겼고 현재 챔피언은 자신이니까 말이다. 자신이 도전자이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다면 몰라도 누가 뭐라 해도 챔피언인데 굳이 관중들을 향해 중지를 추켜 세울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런 정신 상태로는 오래 못 간다. I'll bet.

그래도 그 짧은 파운딩만으로도 프랭크 미어의 양쪽 눈을 붓게 만드는 정도의 힘을 가진 선수라 이런 점을 조심해야겠지만 지금껏 어느 체급을 막론하고 힘만으로 오래도록 절대 강자로 군림한 선수는 없다. 밸런스가 좋고 전략을 잘 세우는 선수여야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데 브록 레스너는 그런 선수는 아니다. 얼마나 챔피언의 자리를 유지할지 지켜봐야 알겠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