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는 맘에 안 드는 책은 읽다가 그냥 던져버린다. 한 때는 맘에 안 들어도 책은 끝까지 정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끝까지 읽곤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맘에도 안 드는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깝기도 하거니와 때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라 생각하기에 읽다가 중간에 포기하곤 한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은 내가 1/3 가량 읽다가 도저히 읽지 못하겠다 해서 포기한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로 한 이유는 내가 운영하는 독서클럽 '책과 세상'의 10월 토론도서이기 때문이다. 운영자이긴 하지만 최근 활동을 중단했다가 재개하면서 토론에 참여하려고 읽은 책인데 도저히 못 읽겠다. 토론에 가서 할 얘기도 없다.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기다 대놓고 이 책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내 블로그에 얘기하는 거야 뭐 내 맘이니. 이 책 비추다. 내 기준으로 따지면 이 책은 쓰레기책이다.
영화 감상문?
읽다가 짜증 났던 게 이거다. 블로그에 글 쓰는 거냐? 영화 줄거리 얘기가 왜 나오는데? 자주 나오길래 참고 읽다가 확 짜증났던 부분이 '스파이더맨3'가 일깨워 주는 것이라는 부분에서는 2페이지 정도를 스파이더맨3 영화 줄거리를 읊는다. 지금 저자 장난하나? 뭐하자는 얘긴지. 나는 김혜남 저자의 영화 감상문 읽으려고 이 책 산 게 아니라고. 이런 얘기는 개나 소나 다 하지 않나?
독서 감상문?
영화만이 아니다. 자신이 읽은 책들에 대한 감상문 수준의 글이 엄청 많다. 너무 많은데 그 중에 하나만 내가 사진으로 찍어 올린다. 자신의 얘기를 이끌어가면서 다른 책을 언급하는 수준이 아니다. 이건 내가 일전에 '인용할 때도 인용하는 수준 차이는 있다'에서 언급했던 것과 매한가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수준이 한참 낮다는 걸 알 수 있는 게 자신이 읽은 책을 들추어 내면서 그걸로 얘기를 풀어나간다.
이건 뭐냐면 이런 거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 리뷰들을 짜깁기만 해도 이런 책은 만든다는 얘기다. 이 세상 어느 누구든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책을 쓸 때 이런 식으로 쓰면 안 되는 이유는 일관성 있는 자신의 견해를 얘기하면서 거기에 자신이 읽었던 책의 내용이 녹아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얘기하고 싶은 중심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책은 뭘 얘기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무엇을 말하느냐? 저자의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는 것이다. 무슨 수준? 사고의 수준이 말이다. 그냥 책 많이 읽고 드는 생각을 끄적끄적 하는 수준이니 뭐 이런 글은 인터넷에 뒤져도 널리고 널린 글이다. 저자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 자신의 생각이나 글이 먹힌다고 착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벌었을지 몰라도 욕 좀 먹어야 된다. 진짜 쓰레기 책이다.
저자가 누구야?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보이는 데에 치중을 해야 하니 저자의 이력이 그럴 듯해야 좋은 법이겠지. 저자의 이력을 보니까 나이도 꽤나 있는 여성 정신과 전문의던데 솔직히 저자의 이력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이 저자한테 상담을 받으면 전혀 도움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말과 글은 다르다. 말 잘 하는 사람이 글 잘 쓰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또한 글 잘 쓰는 사람이 말 잘 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는 않다. 둘은 다르다.
그러나 적어도 글을 통해 저자의 사고 수준을 읽어볼 때 한참 수준 낮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사람에게는 별로 상담을 받을 필요가 없을 듯하다. 오히려 가르쳐줘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도대체 이 책을 왜 적었는지 모르겠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물었는데 뭘?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때 이 책은 인문학 하위의 심리학 서적이 아니라 에세이다. 자기 꼴리는 대로 얘기하는 에세이. 그런데 별로 들을 게 없고 무슨 소리를 하려는 지도 없다.
베스트셀러는 역시 잘 골라야
항상 출판인들은 책을 볼 때 뒤부터 본다. 얼마나 팔렸을까? 그래서 뒷면을 봤더니 엄청나다. 이 정도면 인세가 몇 억이 되는 수준이다. 이 책 하나로 저자는 돈 좀 만졌을 듯. 책 적어서 돈을 버는 건 명예도 동시에 얻는 거인지라 1석 2조다. 그래서 앞으로 이 저자의 책 1년에 한 권 정도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는 이 저자의 책은 안 사보겠지만... 그래서 2탄도 냈나 보다. 바로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라는 책이다.
이 책까지 읽어본 주변 지인의 말에 의하면 이 책은 더 가관이란다. 그나마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가 오히려 낫다는 것. 나보고 읽을 거 없다고 사지 말고 그냥 서점에서 서서 봐라고 하면서 그걸로 토론할 꺼리가 있나 하더니만 읽고 나니 정말 그렇다. 물론 1/3 밖에 안 읽었지만. 참고 읽으려고 해도 도저히 못 읽겠다. 화가 날 정도였으니...
수많은 이들이 보내준 찬사.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 그것을 틀렸다라고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걸 알아야 한다. 이 놈의 인터넷 때문에, 소셜을 외쳐대는 양반들 때문에 우리는 다양성이라는 말을 자꾸 강조하는데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다름이 아니라 차이라고.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이고 무엇이 더 낫냐는 걸 가릴 수 있는 거다.
이 책을 읽고 정말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들에게 좀 더 좋은 책들 많으니 다른 책들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재미라도 있으면 그래도 이해를 하지. 내용이라도 있으면 그래도 이해를 하지. 뭔 얘기를 하고 싶은지 파악이라도 되면 이해를 하지. 내 기준에서 이 책은 쓰레기 책이다. 읽으면 화만 나고 책값이 아깝고 찢어버리고 싶은 책.
이런 책은 멀리해야 정신 건강에 이롭다. 비추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김혜남 지음/갤리온 |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김혜남 지음/걷는나무 |
걷는나무라는 출판사 기회를 잘 잡은 거 같다. 비슷한 제목으로 4~5개월만에 바로 뒷타를 쳤으니 꽤나 팔렸을 듯. 이런 걸 출판계에서는 후광 효과라고 한다.(꼭 그렇게 부르는 건 아니지만 내가 심리학에서 자주 쓰는 OO 효과라는 말로 만들어보면 그렇다.) 그래도 내용이 괜찮다면 모르겠지만 내용이 허접하면 기회를 잡아 돈은 벌어도 욕은 들을 각오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