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906번째 영화. 간만의 홍콩 영화를 봤는데 역시나 홍콩 영화는 영웅주의 빼면 시체라는 말이 딱 맞는 듯 싶다. 나름 괜찮게 보긴 했지만 초반의 다소 지루한 전개로 인해 개인 평점은 7점을 준다. 그래도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8인 최후의 결사단>을 보기 전에는 몰랐었는데 이 영화도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세계사 시간에 배운 삼민주의의 쑨원. 원래 홍콩 영화가 역사 속의 실존 인물을 영웅화시키는 데에 능하다. <엽문>도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다소 과장된 부분이 많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지만 <8인 최후의 결사단>의 주인공은 쑨원은 아니다.
홍콩 영화: Hong Kong Movie
1980~1990년대 하면 홍콩 영화가 주류를 이루었었다. 지금은 한류 열풍이 불고 있지만 당시에는 홍콩 배우들이 아시아를 주도했었다. 쌍권총으로 대표되는 홍콩 누아르를 보다 보면서 어린 시절 "저게 남자다"는 참 어린 생각 많이 했다. 그 이후 도박을 소재로 나 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지더니 그 다음에는 무림을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오면서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맞는다.
원래 나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우견아랑>을 보면서 처음 울어봤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영화를 보면 몰입하면서 눈물을 자주 흘리곤 하는데 숨겨진 감수성이 영화를 볼 때는 드러나는 듯. ^^ 홍콩 영화는 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줬었다. 얼마나 많은 홍콩 영화들을 봤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다지 괜찮은 영화가 없었지만 그래도 홍콩 영화하면 영웅주의와 화려한 와이어 액션을 빼놓을 수 없다. <8인 최후의 결사단>도 초반에는 지루하긴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 우리가 홍콩 영화하면 기대하는 그런 액션들을 맛볼 수 있어서 홍콩 영화 매니아들에게는 충분히 괜찮을 영화라 생각한다.
쑨원: Sun Yat-sen
<8인 최후의 결사단>은 단순한 허구는 아니다. 삼민주의로 알려진 쑨원의 홍콩 방문 시에 쑨원을 보호하기 위해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고로 <8인 최후의 결사단>의 주인공은 쑨원이 아니라 그를 위해 죽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가 전반이고 그들이 쑨원을 보호하기 위해 살신성인하는 게 후반부다. 그래서 전반부는 다소 지루한 감이 있지만 후반부는 재미있다.
어찌보면 대의(大意)를 위해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해야 하는가는 생각을 갖게 만들지만, <8인 최후의 결사단>에서 쑨원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오늘 나에게 혁명에 대해서 다시 묻는다면, 문명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부득이하게 문명이 바뀌어버리는 건 괴롭겠지만 그 괴로움을 혁명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어찌보면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서 남들을 희생시켜야 하는 사람의 말 치고는 너무 성의가 없다고 생각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혁명이라고 부를 정도의 일이라면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싶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혁명에는 수많은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혁명은 이룩되기가 힘들다.
견자단: Donnie Yen
정통 액션 배우로 액션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다소 어눌한 연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만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최근 <엽문>을 통해 이연걸의 황비홍과 같은 캐릭터를 잘 소화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줬던 배우다. <엽문>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봤다. 몇 번을 봤는지 모를 정도로. 올해 나올 <엽문 2>도 그래서 기대 만땅~
<8인 최후의 결사단>에서는 경찰역으로 나온다. 경찰이지만 돈 되는 일 다 하고 돈 생기면 도박으로 탕진하지만 마지막에는 자식을 위해서 사랑했던 연인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 전까지는 정말 바보 같이 나오는데 그 이후로는 역시 견자단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는데, 견자단은 역시 액션 빠지면 시체다. 그가 등장하면 액션을 기대할 수 밖에.
<8인 최후의 결사단>을 보면 알겠지만 견자단 여기서 변발로 나온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머리가 없는 부위가 약간 튀어나와서 분장한 티가 난다. 물론 얼핏 보면 삭발했나 싶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다. 머리 크기를 잘 보면 알 듯. ^^
여명: Leon Lai
처음에 여명인 줄 몰랐다. <8인 최후의 결사단>에서는 그리 자주 나오지도 않는데 나중에 수염 깎고 말끔하게 하니 여명이라는... 여명은 역시 말끔한 게 어울리는 배우다. <8인 최후의 결사단>에서는 그다지 큰 비중은 아니었지만 막판에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가짜 쑨원이 방문한 쑨원의 어머니 집에서 마지막 15분을 견디는 데에 살신성인하는 역이다. 1대 34 결투씬. 가보인 철부채 하나를 들고 무협물에서 보던 낯익은 모습을 연출한다. 물론 나중에 죽기는 하지만...
<8인 최후의 결사단>에서 분장을 그렇게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말끔하게 단장하고 나왔는데도 다소 지저분하긴 하다. 얼굴에 때가 낀 듯한 느낌? 1대 34 결투씬에서 쑨원을 죽이려는 이들이 들고 있는 무기가 다소 신선했다. 저걸 뭐라 부르지?
사정봉: Nocholas TSE
<8인 최후의 결사단>에서 꽤 많이 등장하는 배우 사정봉. 영화 속에서는 순진무구하고 소박한 청년으로 나오는데 이 배우의 와이프가 바로 장백지다. <8인 최후의 결사단>에서는 그닥 괜찮아 보이지 않지만 실제는 좀 다르다.
장백지. 정말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진관희 섹스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켜서 이미지 확 깨긴 했지만 말이다. ^^
판빙빙: Fan Bing-Bing
<도화선>에서 견자단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배우 판빙빙. 단아하면서 고운 여인으로 나온다.
확실히 배우는 어떤 역을 맡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많이 달라지는 듯 하다. 성룡이 만든 정통 느와르인 <신주쿠 사건>에서 보면 좀 싸보이는 이미지(내가 그닥 선호하지 않는)던데 <8인 최후의 결사단>에서는 단아하다.
양가휘: Tony Ka-Fai Leung
<8인 최후의 결사단>에서 처음 봤을 때 긴가민가 했다. 양가휘(토니륭) 같기도 한데 자세히 보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양가휘 맞다는 걸 확인하고 많이 늙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꾸준히 영화를 찍긴 하지만 내가 보는 영화에는 없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본 듯.
장학우: Jacky Cheung
<8인 최후의 결사단>에 장학우도 나온다. 놓치기 쉬우니 영화 시작 부분에 주목해야만 장학우를 볼 수 있다. 나온 지 몇 초 안 되어 피살당한다. 한 때 홍콩 영화 전성기 시절에 유덕화, 곽부성, 여명과 함께 4대 천왕으로 군림하던 배우.
임달화: Simon Yam
<엽문>에서도 나오는 배우긴 한데 원래 예전 영화에 꽤 악역으로도 많이 나왔던 배우다. 화려한 손동작을 동반한 정통 액션보다는 권총이 어울리는 배우.
후쥔: Hu Jun
<적벽대전>에서 조자룡 역을 맡았던 배우 후쥔. <8인 최후의 결사단>에서는 악역을 맡았다. 그런데 악역이 더 어울린다. ^^
근데 후쥔 배우보면 생각나는 국내 배우가 있다. 엄태웅. 안 닮았나? 난 닮은 거 같은데. ^^
예고편: Trailer
메이킹 필름: Making Film
캐릭터 영상: Character 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