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은 부산. 친구 성오랑 광안리 횟집에서 회를 먹었다. 부산 사람인 나지만 아직 광안대교를 타보지 못했다. 내가 부산에서 올라올 때는 광안대교 공사 중이었던 시절이었고 그 이후에는 광안대교 멀리서 구경만 했을 뿐.(뭐 꼭 타야 하나? 광안대교 보다 멋진 대교 많은데...)
항상 성오가 서울에 올라오면 KTX 첫차 시간까지 내가 같이 놀아줘야 한다. 어쩌다 우리 사이에 생긴 룰이 그렇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내려갔을 때는 성오가 KTX 첫차 시간까지 놀아준 거다. 그래도 이번에는 친구끼리 속 깊은 얘기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인생이란 굴곡이 있는 법이다. 참 오랜 시간 동안 나 또한 어렵게 살면서 이제야 조금 숨통이 트여 기반을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또 내 착각일 수도 있기 때문에 탄탄한 성을 쌓으려고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지식을 살려 급하지 않게 다지면서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자기 것만 쌓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나중에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게 리스크 헷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좀 여유가 생길 때 주변을 돌아보고 도움을 주면 그 도움은 내가 힘들 때 다시 돌아온다.
인생을 살다보면 아무리 내가 어찌한다고 해도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문제들도 참 많이 생긴다. 물론 예전과 달리 요즈음은 그런 것을 미리 내다보고 대처하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 모든 게 다 욕심 때문이다. 그 욕심의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욕심을 내지 말라는 건 아니다. 부릴 욕심은 당연히 부려야 한다. 다만 그게 부릴 욕심인지를 알기 위해서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자신에게는 매우 관대한 편이라 착각하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는 건 중요하지 않다.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돌아보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지금의 현상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잘 나간다, 지금 힘들다는 현상이 중요한 게 아니고 스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한 법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부유한 거로는 손에 꼽히는 친구 성오였지만 요즈음은 많이 힘든 듯 하다. 그러나 그건 인생이라는 과정 중에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물론 그 일시적이란 말이 때로는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다 하더라도 성오는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그래도 힘든 거 내색하지 않고 웃는 거 보면서 참 나랑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나같으면 그렇게 못할텐데 말이다. 일장일단이 있어 무엇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랑 다르다는 게 참 신기하기도 했었다. 어쨌든 내가 힘들 때 도와주기도 했던 친구니 이제는 내가 도와줘야할 차례다.
꼭 도움을 받았으니 도와줘야 한다는 게 아니다. 도움은 도움으로써 족하고 거기에 어떠한 대가를 바래선 안 된다. 대가를 바라는 도움은 그 정도의 가치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게 되었을 때 그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각했던 이상으로도 돌아올 수 있다.
그게 공(空)의 개념이다. 0이 될 수도 있지만 무한이 될 수도 있는... 나는 지금껏 항상 도움을 줄 때는 그런 공의 개념을 생각했었다. 살다보면 굴곡은 있게 마련이다. 고로 처한 상황이 어떠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속에서 대처해나가는 사람이 중요한 법이다.
힘들겠지만 잘 헤쳐나가서 나중에는 추억이 될 시간을 겪고 있다 생각한다. 그 추억을 나란 인간과 같이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하루 이틀 볼 사이도 아니고 죽을 때까지 보고 지낼 친구인데 말이다. 고생 좀 하겠지만 값진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