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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의 창업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나의 2,986번째 영화.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다. 꼭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얘기라서 그렇다기 보다는 어떻게 창업하는 과정을 거쳤는지, 어떻게 창업한 후에 성장 가도를 달리게 되었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 아쉽다고 생각하는 건 비슷한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영문으로 만드는 거랑 한글로 만드는 거랑의 차이로 인해 벌써 시장 영역의 한계가 결정된다는 거다. 어쨌든 개인 평점 8점의 추천 영화.


제시 아이젠버그: Jesse Eisenberg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와 생김새는 좀 달라도 빨리 얘기하는 거는 닮았다. 예전에 어떤 동영상에서 마크 주커버그 발표하는 거 들어보니 엄청 말 빠르던데... 그래서 그런지 <소셜 네트워크>에서 마크 주커버그 역을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도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말 엄청 빨리 한다. 처음 보는 배우라 원래 말이 그리 빠른 건지도 모르지만...


똑똑하지만 여자는 모르는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실화라고 하기는 그렇겠지만 영화 초반에 나오는 대사를 보면 마크 주커버그가 그런 면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이런 거 보면 참 신은 공평하다는 생각이다. 똑똑하지만 여자는 모르는... 정말 내가 봐도 재수없는 남친이다. ^^ 여자는 감성적으로 대해야지~


동업자와의 결별, 어떻게 봐야할까?


개국공신이라 할 수 있는 왈도 세브린 역의 앤드류 가필드. 창업해서 성장 가도를 달리다 보면 이런 문제는 꼭 생기게 마련이다. 초창기에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더라도 급작스럽게 회사가 커지다 보면 그 정도 규모에 맞는 다른 이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도 노력을 해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법.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왜 마크 주커버그는 괜찮고 같이 동업했던 왈도 세브린은 안 되는가?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마크 주커버그는 이 사업에 올인을 하면서 계속해서 신경을 썼고 왈도 세브린은 그렇지 않았다. 만약 왈도 세브린이 그런 요구를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옆에서 다른 일 제쳐두고 함께 했었어야 했다.

그랬다 하더라도 왈도 세브린은 마크 주커버그와 동급이 될 수는 없다. 왜냐면 마크 주커버그의 역할과 왈도 세브린의 역할은 다른데 왈도 세브린의 역할을 대체 가능하지만 마크 주커버그는 대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개발하는 거야 다른 이에게 시켜도 그만이다. 그러나 단순히 마크 주커버그가 개발만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사업이 커지는 만큼 왈도 세브린도 그만큼의 몫을 해줬어야 한다.


냅스터의 창시자, 숀 파커


실제로 냅스터의 창시자인 숀 파커이 참여하게 되었는가 보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나온 그대로 믿기는 좀... 비록 실패했지만 한 번의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숀이 참여하고 나서 투자 규모도 달라지고 탄력을 받기 시작했던 듯. 그러나 숀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그리 좋게 비춰지지는 않는다.

단순히 마약을 하고 여자를 탐한다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냅스터를 통해 잘못 배웠다는 느낌이다. 귀중한 경험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사업 그 자체보다는 사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투자 규모를 늘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듯한 그런 느낌. 즉 자본 게임을 한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런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가 될 수 없다.

물론 숀의 역할이 그러하기 때문에 거기에만 신경 쓰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소셜 네트워크> 속에서 보이는 숀의 모습은 자본 게임에 휘둘려 잘못 배워먹은 전 벤처 기업가로만 보여진다. 그래도 페이스북을 통해 주식을 받았다면(<소셜 네트워크>에서는 그렇게 나오는데 사실이겠지?) 그것만으로도 먹고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듯.


한국에도 천재는 많다.

프로그래밍을 전혀 모르고, 인터넷 사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페이스북을 대단하게 볼 줄 모르겠지만 알만한 사람이라면 페이스북 그리 대단한 서비스는 아니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되기는 쉽지 않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그건 맞다.

그러나 같은 서비스라도 한국에서 했다면(한글로 서비스했다면) 지금의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서비스는 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바드 출신이고 해킹(영화 속에서는 그렇게 표현하지만 해킹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한)한다고 해서 천재라고 할 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도 그런 천재는 많다. 미국에서 영어로 서비스하면 전세계를 상대로 할 수 있기에 단지 시장 사이즈가 다를 뿐.

이 때문에 투자 규모도 다르고, 경영권 보장하면서 투자를 하는 마인드도 갖췄기에 그런 모델이 가능했던 거다. 우리 나라는 좀 된다 싶으면 어떻게 해서든 자기네들이 다 먹으려고 하는 엔젤 투자자들이 꽤나 많다.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함께가 아니라 내 꺼만 챙기려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 최근 야후에 500억 인수 제의를 받았던 아이러브스쿨의 창업자 얘기를 봐도 알 듯이 말이다.

단지 언어가 다르고 투자 규모가 다르다고 해서 한국의 서비스들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실제로 벤처 사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투자금의 규모에 따라 할 수 있는 것 또한 달라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금의 규모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말이다.(2000년도 당시에는 여기에만 주안점을 둔 사업가들 참 많았다.)


실패한 벤처 기업가

비록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비춰지긴 했지만 숀과 같이 한 번 비슷한 벤처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실패를 했다 하더라도 다르다. 그들의 얘기를 잘 들을 필요가 분명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그런 경우가 그닥 없는 듯 하다. 실패했다는 낙오자로 찍히는 게 대부분인 듯.

그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는 건 그들의 말대로 하면 성공하기 때문이 아니다. 성공이라는 건 수많은 변수들의 합이고 거기에는 우리가 관리할 수 없는 변수인 운도 있는 법이다. 결국 실패한 벤처 기업가의 말은 어떻게 하면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느냐에 있다. 단순히 어떤 경험을 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경험을 할 때 어떤 생각을 하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걸 잘 가려들을 필요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을 하기 때문에 그럴 듯 하게 포장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을 두루 보고 가릴 줄 아는 눈이 필요한데 요즈음 소셜 관련하여 투자하는 이들을 보면 그런 눈을 가진 이가 별로 없다고 느낀다. 그냥 월급 꼬박 꼬박 받으면서 트렌드만 읽어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맹점은 항상 새로운 뭔가를 찾고 있다는 거다. 왜냐면 그게 그들의 일이니까. 사업을 해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익을 내면서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희한하게도 뭔가 새로운 거 남들이 하지 않는 거를 찾는 듯 하다. 블루오션이라는 말을 써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나는 블루오션을 그닥 바람직하지 않게 본다. 김휘찬 교수가 만든 블루오션이라는 말은 이론가의 말일 뿐이다. 현실을 그렇게 쉽게 봐서는 안 된다.


블루오션의 리스크와 사업의 타이밍

종종 벤처들 보면 이런 얘기를 하곤 한다. "이런 서비스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럼 난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왜 없을까?' '이런 서비스가 나온다면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에서 이런 서비스 하나 못 만들까? 그랬을 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블루오션이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하지만 나는 블루오션 그닥 반기지 않는다. 왜냐면 블루오션 시장에서는 레드오션까지 가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관심이 있는 블루오션이라면 눈여겨 볼 뿐이다. 레드오션이 되기 직전이 바로 사업의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블루오션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레드오션이 되기 직전이 되면 굳이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 다들 알고 있으니 말이다. 대신 지금껏 막대한 비용을 써가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업체를 이기기 위한 전략을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 전략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는 않다. 왜냐면 많은 경우 어렵게 어렵게 쌓아왔기 때문에(블루오션 시장에서는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다.) 내부적인 허점들이 많다. 웹 서비스라 하더라도 기능 추가를 위해서 내부 프로그래밍이 구조화되어 있지 않고 코드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경우와 비슷하다.

* * *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사실 벤처하면서 마크 주커버그와 같이 고집스럽지 않은 이들 어디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프로그래밍으로 밤을 새고, 항상 사이트를 보면서 생활하던 시절도 생각나고 말이다. 비록 이제는 그 세계에서 떨어져 있지만 벤처라는 말만 붙이지 않았을 뿐이지 항상 모든 일이 내게는 벤처(모험)이기에 항상 최선을 다할 뿐이다.

다만 예전과 같이 투자를 받기 보다는 내가 벌어서 내가 규모를 키우는 식으로 사업을 꾸려나가기 때문에 진도가 느리고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전략의 일부일 뿐이다.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 돈 없고 집안이 받쳐주지 못하고 자수성가하기 위해서 내가 택한 방식일 뿐. 물론 한 번에 성공을 했다고 한다면 이럴 필요도 없었겠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차곡차곡 쌓아가되 무너지지 않게 다지면서 가는 게 중요하다. 물론 투자를 받는 사업이라고 한다면 사실 이런 면보다는 머니 게임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꽤나 많지만... 그런 머니 게임도 모든 이들이 웃을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게임을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아직은 때가 아니다. 단지 나는 지금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있을 뿐.

어쨌든 영화 한 편 보고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많이 떠올리기도 했고 말이다. 내 기질 자체가 돈보다는 명예적인 부분이 많아 똥오줌 못 가렸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밸런스 있게 두루 보면서 때로는 돈 때로는 명예를 취하기도 하는데 살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알게 되다 보면 스스로 이런 고뇌에 빠지곤 한다. 너무 세상에 내가 찌들지는 않았는가 하는...

그러나 세상은 나만의 생각으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얽히고 섥힌 공간이기에 무엇이 어떻다는 것보다는 상황에 맞게 대응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다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이것 또한 무엇을 도리로 할 것인지를 잘 해석해야 하지만) 생각하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나름 항상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그 또한 내 생각일 뿐이라는...

그래서 나에게는 책 적는 일이 중요한데 정말 요즈음은 너무 많이 바빠져서 책 읽을 시간 조차 별로 없다. 서울에 오며 가며 독서를 하면 되기도 하겠지만 독서를 하다 보면 피곤해서 이내 잠들곤 하니... 그러나 언젠가는 분명 내가 가진 생각들을 꼭 책으로 펼쳐보일 때가 있을 것이다. 그게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한 번 들어볼 말은 분명 있고 뭔가 다름을 느낄 수는 있을 듯.

영화 리뷰인데 뭐 쓰잘데기 없는 말이 많았던 듯 싶다. 그냥 쓰고 싶은대로 썼을 뿐. ^^ 요즈음은 블로그에 글 쓰는 시간 마저도 참 모자란 때인지라 이렇게 길게 쓰기가 쉽지가 않다. ^^ 어쨌든 개인 경험에 비추어 영화를 보긴 했지만 벤처에 대한 경험이 없다 하더라도 충분히 재밌을 만한 영화라 추천하는 바이다.


예고편: Tra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