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980번째 영화. 무기 제작 및 암살까지 하는 요원으로 분한 조지 클루니. 이렇게 얘기하면 이 영화 꽤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꽤 있을 듯 싶다. 그런데 영화 내용은 동적이지 않고 정적이다. 너무 정적이라 극적 재미보다는 어떠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 진지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좀 지루하다. 개인 평점 6점의 영화.
참 희한한 게 영화를 봐도 왜 조지 클루니가 제거의 대상이 되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단지 유추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은퇴를 했지만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적이 되면 극도로 위험한 인물인 <레드>도 아닌데...(영화에서 보면 은퇴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보통 이런 영화에서 보이는 다양한 설정도 없다.
그래서 좀 다른 영화와 차별화(?) 되었다고 할 수는 있지만 대신 재미가 없다. 영화 초반에 보면 매복된 암살자들을 죽이면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바로 죽인다. 그냥 그렇게 해야 된다고 판단을 했고 그냥 실행한 듯 느껴진다. 그래서 관객들도 긴장감 없이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지켜볼 뿐. 이게 <아메리칸>의 특징이다.
추격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긴장감이 감도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손기술이 등장하는 격투씬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첩보 영화치고 매우 정적이다. 잠을 잘 때도 푹 자지 못하고 항상 긴장하면서 자야 하는 조지 클루니의 모습 또한 그냥 이 사람은 이렇게 잔다 하는 걸 보여주는 정도로만 보여진다. 좀 색다르긴 하지만 재미가 없어서 추천하지는 못하는 영화.
예고편: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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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을 보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 이런 류의 영화에 등장하는 요원들 보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 있든 자신의 신분을 속이면서 생을 영위해나간다. 그리고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의심을 하고 믿지 못한다. 맨손 싸움을 잘 하고, 총도 잘 쏘고, 돈도 많고. 어찌보면 매우 멋스럽게 그려진 그들이지만 정작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는 걸 보면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사람이 사람 속에서 살지 않으면 그건 사람으로서의 삶이 아니다. 뭐든 일장일단이 있듯이 대가는 따르는 법. 항상 이런 류의 영화가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 놓여서 그 상황을 헤쳐나간 후에 아름다운 여인이랑 삶을 영위하는 해피 엔딩인데 반해 <아메리칸>은 마지막에도 여운을 남긴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요원 멋있기만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들은 오히려 없이 살아도 평범한 삶을 원할 수 밖에 없는 듯. 인간은 항상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려고 하는 욕망의 동물이 아니던가? 많은 것을 갖고 있어도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모든 게 일장일단이 있듯이 무엇인가를 선택하면 항상 좋은 것만 따라오지는 않는다. 단지 본인의 욕망이 좋은 것만 보고 쫓아가 뿐. 그래서 나는 지난 일에 대해서 후회나 미련이 없다. 그 때는 그런 선택을 했고 그 결과가 지금이기에 항상 최선을 다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