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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숨겨진 심리학: 프로파일링에 대해서는 볼 만했지만 비즈니스 접목은 아쉬운


국내 프로파일러라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표창원 교수다. 범죄 관련 뉴스에서 많이 봐왔기 때문. 그가 적은 <숨겨진 심리학>은 범죄심리학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범죄심리학 책이 아니라 비즈니스 협상 책이다. 수많은 범인들과의 심문을 통해 얻은 인간의 심리는 비즈니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로 풀어나가고 있다. 다소 의아스러웠던 부분이었다.

처음에 이 책의 콘셉트를 들었을 때, 쉽지 않을꺼라는 생각은 했었다. 왜냐면 비즈니스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비즈니스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표창원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고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서 프로파일러 역할을 하는 전문가이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물론 인간 심리의 기저는 비슷하지만 상황적인 차이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비즈니스 심리 vs 범죄 심리

물론 둘 다 어떠한 것을 상대로부터 얻어내겠다는 점은 공통되었지만 비즈니스 협상에서 맞닦드리는 두 사람과 심문 과정에서 맞닦드리는 두 사람은 입장의 차이가 있다. 그래서 비즈니스 협상에서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의 폭이 훨씬 넓다. 그래서 아무리 책을 잘 적는다 하더라도 범죄 심리가 비즈니스 심리를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비즈니스에서는 베테랑 협상가들이 득실거린다. 그런 협상가들끼리의 협상과 프로파일러와 범죄자 혹은 용의자의 협상은 다소 차이가 있다. 서로 같은 지식을 갖고서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능력에 따라 밀고 당기는 비즈니스 협상과 일방적으로 한쪽이 더 많은 지식과 해당 상황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협상과는 같을 수가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비즈니스에서는 윈-윈 게임이 되게 하는 협상도 많다. 서로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죄에서는 윈-윈 게임이라는 게 성립하기 힘들다. 뭐 말을 잘 들으면(자백을 하면) 형량을 가볍게 해주겠다는 건 비즈니스에서의 윈-윈 게임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거다.

이런 생각 때문에 이 책의 콘셉트를 듣고서는 비즈니스 맨들이 읽기에는 적당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타켓에 맞는 콘셉팅이 되지 않았다는 거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에서 얻은 지식을 일반적인 데에 활용하게 되면 당연히 깊이가 있게 얘기하기 힘들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얻을 거는 있었지만...

오히려 이 책은 범죄심리학에 초점을 맞추고 최근에 일어났던 극단적인 범죄의 사례 7~8개 정도를 뽑아서 케이스 스터디 형식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갔다면 재미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말이다. 그러면서 심리학의 이론들이 언급되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의 콘셉트가 비즈니스 협상이다 보니 내용은 범죄심리학인데 마무리를 비즈니스 협상으로 짤막하게 하는 듯한 인상이 들었다. 역시 책을 읽으면서도 책의 콘셉트를 듣고 떠올렸던 생각 그대로였다. 그러나 전혀 얻을 게 없는 건 아니었다. 뭐 어떤 책을 읽어도 얻을 게 없는 책은 없지만 몇몇 부분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부분도 있다.


몸짓언어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오래 전부터 사람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그 사람의 사소한 행동, 흘리는 말 한 마디 등등에서 단서를 많이 얻곤 했다. 의도하고 하는 말과 행동은 속일 수 있어도 일상적인 말이나 행동은 속이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숨겨진 심리학>에서는 몸짓언어라고 표현하던데 실제 활용해본 나로서는 그 의미가 새삼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물론 몸짓언어는 행동에만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그러나 몸짓언어라는 게 있다는 걸 아는 건 의미가 없다. 그것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하고 그것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활용하지 않는 지식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실용주의를 따르는 나인지라... 또한 남의 몸짓언어를 읽을 줄 안다면 나의 몸짓언어를 다르게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상대가 몸짓언어를 읽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 드물긴 하지만 말이다.

읽어냈다고 해도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얼마든지 다른 양상이 벌어질 수가 있다. 만약 몸짓언어를 통해서 상대에게 읽혔다 하더라도 그것을 헷갈리게 만들 수도 있다. 결국 몸짓언어 하나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단지 많은 이들이 몸짓언어에 대해서 둔감할 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능숙한 사람이 유리할 뿐.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의 연구

인간의 의사소통에서 표정, 눈빛, 자세 등의 몸짓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55%,
그 다음이 말투, 목소리, 음정, 음색, 빠르기, 높낮이, 호흡 등의 음성 표현38%,
단어표현에 의한 의사소통은 7%.

외국인과 대화할 때, 말이 안 되도 몸짓 발짓하면 다 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총평

같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누구 손에 쥐어지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책은 타켓이 정확해야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콘셉트는 잘못되었고 따라서 비즈니스 협상에 접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이해의 폭이 넓은 사람이라고 한다면 여기서 얻은 단초들을 활용할 수는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정도 수준의 사람은 이 책을 읽어보지는 않을 듯.

비즈니스 협상에 대해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보지만 범죄 심리나 심문 과정에서 엿보이는 심리를 통해서 몇몇 심리학 이론이나 프로파일링 기법에 대해서 가볍게 볼 수는 있을 듯 싶다. 차라리 범죄 심리를 통해서 심리학 이론에 포커싱을 두든지 구체적인 사례와 심문 과정을 통해 프로파일링 기법에 포커싱을 뒀으면 더 나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타

01/ p40
범죄수사에서는 10가지 MO를 규정에 따라 접근한 뒤 나머지를 그 뒤에 분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기에는 피해자의 특성, 범행 시간, 장소, 도구, 침입경로, 언어(용어, 표현, 목소리)와 글이나 상징 독특한 특성, 이동수단, 벙행방법(수법)등이 해당된다. 각각의 요소마다 '왜?'를 기준으로 매트릭스를 구성한다. 여기에는 우연(기회), 의도(필요), 흥분(격정), 사회기술 부족 등이 주어진다.

02/ 체인코즈 기법
어떤 질문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또다시 질문이 되어 어떤 대답을 불러오느냐를 역으로 찾아들어가는 기법

03/ 멀티플 임플리케이션
상대에게 '당신이 침묵하거나 거짓말로 둘러대도 사실 나는 진실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다'라는 느낌을 줌으로써 상대가 반응을 보이거나 스스로 본심을 드러내게 하는 방법

04/ 에멘탈 효과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던 범죄자가 심리적 약점을 건드리면 순순히 죄를 자백하는 것. 에멘탈 치즈는 그냥 잘라먹을 수 없을 만큼 딱딱해서 치즈에 나 있는 구멍에 맞춰 썰어야 하는 것에 빗댄 표현.

숨겨진 심리학 
표창원 지음/토네이도

비즈니스 협상 관련 추천 서적

개인적으로 읽어본 책 중에서 비즈니스 협상에 대한 책을 읽으려고 한다면 다음을 읽어보길 바란다.

고집불통의 NO를 YES로 바꾸는 협상 전략
윌리엄 유리 지음, 이수정 옮김/지식노마드

처음에 나왔을 때는 <돌부처의 심장을 뛰게 하라>였는데 제목이 맘에 안 들었는지 제목이 바뀌어서 다시 나온 책이다. 번역서인지라 내용의 차이는 없을 듯.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김태원 지음/지식노마드

포털 블로거가 아니라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inuit님이 쓰신 책이다. 비즈니스에 깊이 있는 이해와 다양한 지식을 겸비하신 분이 쓰신 책인지라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