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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는 록의 전설이다: 전설이 되기 위한 조건


요즈음은 예전과 달리 공유 사이트를 통해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보기가 무척 쉬운지라 꼭 생방송으로 보지 않아도 보고 싶었던 프로그램은 언제든지 볼 수 있어서 좋다. MBC 스페셜 <나는 록의 전설이다>를 나는 방송한 다음날 다운받아서 봤는데 참 재밌게 보고 느낀 점이 있어서 몇 자 끄적거린다.


전설이 되기 위한 조건

노력을 하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수준급에 올라설 수 있고 우리는 그들을 전문가라고 부른다. 그런 전문가들 중에서 최고가 되려면 피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전설이라고 불리기는 왠지 모자란 부분이 있다. 전설이라고 불리려면 그에 합당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노력해서 이루었다는 게 아니라 전설이라고 불리울 만한 스토리 말이다.

그런 스토리에는 항상 빠지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시련이다. 시련이 없는 전설은 만들어지기 힘든 듯. 그래서 그 시련이 극적이면 극적일수록 전설은 더욱 빛나기 마련인 법이다. 물론 누구나 최고가 되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시련을 겪기 마련이지만 그 시련의 내용이 어떠하냐에 따라 스토리는 많이 달라진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피나는 노력을 했고 결국 유명해져서 돈도 많이 번 아이돌 스타들을 보면서 그들이 나중에 전설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 겪는 과정에서의 시련은 누구나 겪는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겪는 시련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건 누구가 겪기는 힘들다.

우리가 전설이라 부를 수 있으려면 그런 요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나는 내 길을 걸어가련다 하는 그런 흔들리지 않음 그런 게 전설이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나는 록의 전설이다>에서 나는 그런 걸 느꼈다. 20대의 어느 한 부분에서 나 스스로 참 많은 생각을 하면서 나의 길을 생각하던 그 때가 생각나면서 말이다.


눈에 띄었던 기타리스트, 김도균

 
사실 내가 음악을 즐기면서 듣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Skid Row라는 그룹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탈 음악에 대해서 매우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사실 나는 <나는 록의 전설이다>에서 김도균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의 미련스러울 정도의 고집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내게 마치 '누가 뭐라하든 어떤 시련이 있든 나는 이 길을 평생 가야겠다'고 하는 듯 했다.

다소 미련스럽게 보이고 모범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을 지 몰라도 그의 정신만큼은 정말 정말 높이 사고 싶고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에는 그럴 수 있어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현실과 타협하고 사는 게 인생살이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게 정말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인물이다.


나는 전설이 될 수 있을까?

분야를 막론하고 어떤 분야에서 전설로 남을 수 있다는 건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있는 일을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을 듯 하다. 한 때는 어떤 경우라도 돈 보다는 명예를 생각하던 나였지만 살면서 조금씩 조금씩 현실과 타협하는 나를 보면서 어쩔 수 없는 미천한 존재구나 하는 생각을 나 스스로 많이 했다.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말이 내 눈에 들어오고, 남 생각하면 가족이 고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바뀌어가는 게 마치 내가 현실에 찌들어가는 듯 느껴졌던 때도 있었다. 많은 고민을 하면서 움직이지 않던 때도 있었고 말이다. 나름 돈 보다는 명예를 지키던 시절에는 나중에 성공해서 자서전 쓸 때 떳떳해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강했고 그 생각을 끝까지 고수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성공이라는 것, 행복이라는 것, 삶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바뀌어갔기에 나는 전설이 되기는 힘들 듯 하다. 나름 그런 꿈이 없었던 게 아니었는데... 그래서 나는 안다. 전설이 된 사람은 그만큼 존중해줘야할 필요가 있다고. 나 또한 현실과 타협했듯이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길을 걸어간 사람은 존중해줘야 마땅하다.

가끔은 그런 순수성을 갖고 뭔가를 추구할 때가 그리울 때가 있다.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해서 그런지 그런 순수성을 잃고 합리라는 이름 하에 이해관계를 머리 속에 그리는 게 참... 최근에 읽은 손자병법도 그런 의미에서 꼭 이래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얘기를 해도 지는 건 싫듯이 현실과 동떨어져서 고생하면서 내 길을 가는 건 싫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