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위스키, 와인에 조금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 와중에 와인 추천 서적으로 권하길래 봤던 책이다. 입문서로서 쉽고 재밌다고 해서. 뭐 내가 위스키, 와인에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체질상 술을 거의 못 먹기 때문에. 그래서 생각한 게 이왕 마실 거면 고급술이나 마시자 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와인에 대해서 좀 아는 직원의 얘기로는 이 책은 객관적으로 적었다 한다. 그래서 재미없을 수도 있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로 한달음에 읽어내려갔다. 재밌어서. 사실 나는 와인을 공부한다고 하는 사람들 보면서 참 별 거를 다 공부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이 바뀌었냐? 아니다. 여전히 그거 공부한다고 얘기하는 소리 들으면 희한하다 생각한다.
인생 자체가 배움의 과정이기 때문에 그걸 일컬어서 공부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만, 그네들이 얘기하는 건 뭐랄까 뭐 좀 안다는 걸 뽐내는 식? 응? 꼭 공부 못 했던 것들이 나 이거 좀 안다는 식? 그렇게 따지면 난 명품 브랜드들 조사하고 정리하고 그러는데 그것도 공부겠네. 어떤 걸 공부라고 하고 어떤 걸 공부라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지식 졸부인 양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이 맘에 든다. 적어도 이원복 교수의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은 매우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론도 맘에 든다. 마지막 장에 있는 내용에서 눈에 띄는 것만 옮기면 이러하다.
비싼 와인이 반드시 좋은 와인은 아니다.
저렴하다고 나쁜 와인도 아니다
내 입에 맞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다.
저렴하다고 나쁜 와인도 아니다
내 입에 맞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다.
소믈리에는 이런 표현 별로 좋아하지 않을 듯 싶다. 마치 영화 평론가들 그들만의 리그인 것처럼 그네들도 그게 자기네 업이다 보니 말이다. 이 말을 따지고 보면 소믈리에의 평가는 뭣도 안 된다는 얘기 밖에 더하겠냐고. 그들만의 리그가 있으니 그들만의 리그에서 인정받고 돈 벌면 된다. 굳이 이런 거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말이다.
여튼 재미나게 읽었다. 뭐 따로 정리하고 그럴 게 너무 많아서 정리는 안 하고 그냥 와인 마셔보면서 뒤적거리고 그러면 될 듯 싶다. 이제 와인 사서 마셔보면서 뭐가 다른지 음미해 보고 싶은데 문제는 나는 한 병 사면 그거 언제 다 마시냐는 거다. 마시다 아니다 싶으면 그냥 주변 사람들한테 줘버려야지. 그래도 이제껏 마셨던 와인 중에 꽤나 많이 마셨던 와인도 있는데 와인명이 뭔지 모르겠네~
이원복 교수의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1 이원복 글.그림/김영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