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대한 신뢰로 인해 구매한 책이고 저자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긴 하지만 30대 중반인 내가 읽기에는 뭐랄까 안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보니 청춘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가 보다. 강연회에서 만났던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말이다. 물론 청춘이라는 대상을 어떻게 구분 짓느냐에 따라 30대 중반인 나를 청춘에 포함시킬 수도 있겠지만 내게 그닥 어울리는 책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떤 일관성 있는 내용의 연속이라기 보다는 다소 병렬적인 구성이라 챕터별로 발췌독을 해도 될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내공의 단면을 느낄 수는 있지만 흡족하지 않았던 부분이 여기에 있다. 다소 산발적이라는 느낌? 어찌보면 책 내용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저자가 책 탈고를 연거푸 미루면서 적은 책이다 보니 그런 듯하기도 하고.
책을 쓸 때는 읽을 때보다도 더 많은 집중력을 요한다. 그런 집중력이 다소 분산되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물론 상황적 이해를 한다면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로 인해 나온 결과물 또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저자의 내공을 의심하거나 이 책을 폄하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의 명성에 비해 아쉬운 책이고 내게는 다소 맞지 않았던 책이었다는 거지. 그래도 읽어볼 만한 얘기들은 많아서 추천하는 책이긴 하지만 젊은 독자들에게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다양한 얘기를 하기 보다는 어떤 한 주제를 갖고 집중적으로 얘기를 하면서 자기 혁명 시리즈로 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시골의사 박경철 정도라면 독서법에 대해서도 충분히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ex libris
01/ 저항의 중간지대
생각을 행동으로 연결시키기 어려운 이유. 익숙한 나쁜 습관이 새로운 좋은 습관을 밀어내려는 무의식의 장난. 육체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 두 가지가 있다. (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만 책에 있길래 옮겨적는다.)
02/ 대중예술과 고급예술
대중예술은 당대의 기쁨과 슬픔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어법으로 드러내는 것이고, 고급예술은 당대의 모순을 드러내고 실존의 고민을 고급스러운 예술양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03/ 맥락화의 함정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복잡해서 한 가지 틀로 이해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하거나 부분적으로 유사한 것들을 하나로 묶어 그것이 마치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인 양 위장해서 대중을 현혹하거나 지배하려 든다.
04/ 최선의 의미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마라. 최선이란 자기의 노력이 스스로를 감동시키 수 있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는 말이다. - 조정래
05/ 카르페 디엠(carpe diem)
지금을 즐기라는 의미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의 미래요, 꿈이라는 의미다.
06/ 아우라(aura)
신체에서 발산되는 보이지 않는 기나 은은한 향기 혹은 사람이나 물건을 에워싸고 있는 고유의 분위기
07/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卽罔, 思而不學卽殆)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리석어지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 - 논어 '위정'편
08/ 지성과 감성
지성이 배제된 감성은 맹목적이고, 감성이 배제된 지성은 공허할 뿐 - 칸트
09/ 간독, 속독, 발췌독, 정독, 숙독
간독: 간과하면서 읽는 것. 세세한 것보다는 줄기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것
속독: 읽는 기술의 문제. 문장이나 단어가 아닌 문단 단위로 읽는 방식
발췌독: 필요한 부분만 읽는 것
정독: 꼼꼼하게 토씨까지 읽는 방법
숙독: 가장 어려운 방법.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문장이 지시하는 바를 벗어나서 사유로 연결하는 방식
10/ 개인격과 법인격
개인격은 개인의 선의나 윤리, 도덕률에 의해 견제를 받지만, 법인격은 다수의 이해와 의사결정구조가 혼재되어 있어 도덕과 규범의 틀이 아닌 규약과 법의 틀로 움직인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박경철 지음/리더스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