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062번째 영화. 어디서 얘기를 해볼까나? 본 지 꽤 됐는데 리뷰 안 적은 거는 적을 내용이 많아서다. 그래서 필(?) 받아서 포스팅할 때 쭈욱 적어내려가면서 예약 걸어두는 거고. 이 영화 네티즌 평점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호불호가 분명 가려질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기존의 첩보 영화와는 조금 각이 틀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재밌었고. 그러나 분명 좀 지루하다 생각할 만한 사람들 꽤 되리라 생각해서 개인 평점은 8점 준다. 그래도 개인 평점 8점 이상이면 추천 영화인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보려면 기존의 본 시리즈나 007 시리즈와 같은 첩보 영화와는 각이 다르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잔잔히 전개되는 내용에 집중하길 바란다.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 스파이 세계
007 하면 생각나는 거 두 가지. 매편마다 등장하는 멋진 본드카와 이쁜 본드걸이다. 본 시리즈하면 생각나는 거 한 가지. 맨손으로 싸우는 기술이다. 본 시리즈 덕분에 최근의 007로 열연하고 있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오는 007 시리즈에서는 맨손으로 싸우는 기술이 많이 보이는 듯 싶다. 그런 류의 첩보 영화를 기대했다면 이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액션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볼 만하지도 않다. 뭐랄까? 영화에서는 화려한 발차기와 맨손 기술로 주인공이 이기지만 UFC에서는 그런 기술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포장하려고 기교를 부리기 보다는 사실적으로 그려내는데 치중해서 그런지 매우 잔잔하다. 그래서 영화의 전반적인 느낌이 차갑다.
그런 면이 관객들에게는 어찌보면 생소하게 느껴지고 지루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런 점이 매력적이었다. 여느 첩보 영화에서 보이는 긴박감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영화 필름을 늘여놓은 것처럼 잔잔하게 조용하게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 속에서 고뇌하는 스파이들의 모습들이 볼 만한 영화였다. 특히 스마일리 역의 게리 올드만은 어우~ 역시 연기파 배우답다.
미치광이 역이 어울렸던 배우, 게리 올드만
역시 게리 올드만이었다. 지금껏 보여준 게리 올드만의 역할을 보면 미치광이 역이 잘 어울린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최민식과 같은. 그런 역이 많아서 그런지 그런 이미지가 강했는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는 완전히 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를 찍을 때 원작자도 오래 전에 제작된 TV 시리즈의 주인공을 능가하는 연기를 할 배우가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더란다.
그런데 게리 올드만이 훨씬 더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준 거다. 연기파 배우답다. 나 또한 놀랬던 것이 어찌 이렇게 배역에 맞게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으니 말이다. 게리 올드만이 맡았던 스마일리 역은 MI6에서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고 있는 첩자를 색출하는 업무로 아래의 실존 인물 킴 필비가 아니다.
실존 인물, 해롤드 킴 필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 영국의 MI6에서 활동했던 소련 스파이는 실존 인물 킴 필비(Kim Philby)라고 한다. 근데 찾아보니 웃긴 게 이 사람 영국 사람이다. 헐~ 조국을 배신하고 마르크스에 빠져서 소련 스파이 활동을 하다니. 그것도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의 친구 5명과 함께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지만 뭐든 시대적인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상황적 이해 없이 현재의 기준에서 평가하기는 곤란한 면이 분명 있겠지만 아무리 그런다 해도 좀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원작, 존 르 카레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열린책들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존 르 카레의 1974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존 르 카레도 MI6 출신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 거고. 소설에서 한 번, 영화에서 한 번 각색이 되었기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겠지만 영화를 보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을 보면 적어도 원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는 충실하지 않았을까 유추해본다. 나야 뭐 소설을 안 보는지라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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