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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코리아: 실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추천하고픈 영화


나의 3,083번째 영화. 회식 때 볼 영화가 없어서 본 영화다. 참고로 우리 회사는 회식 때 술 안 마신다. 저녁 먹으면서 맥주 한 잔이 전부다. 말 그대로 한 잔. 그리고 문화 생활을 한다. 자주 있는 회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처럼 우리 직원들 중에 술 좋아하는 사람 없다. ^^; 그래서 회식 때 영화를 미리 예매해뒀고 그게 <코리아>다. <어벤져스>는 본 사람이 많아서리... 대안이 없었다. 다른 영화를 볼 게 없었다는 거.

평점을 보니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재밌다. 추천할 만하다. 처음에 괜히 이런 건 어거지 설정으로 눈물 나게 만드려고 노력하는 장면만 없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장면 있다. 분명히 있다. 말도 안 되는 장면이라 생각하지만... 그런데도 그게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았던 게 전반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서 그렇다. 나도 한국인의 피가 끓긴 끓는가 보다. 한국이나 한국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개인 평점 9점의 추천 영화.


초등학교 시절에 유행이었던 탁구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는 1991년도에 열린 대회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한창 공부하던 때네. 탁구는 초등학교 때 유행이어서 동네에 탁구장에 가서 탁구를 치던 기억이 있는데 중학교 때는 공부만 해서. ^^; 공부만 했다. 진짜! 내 기억에 그리 그 유행이 오래 가지는 않았던 거 같다. 나 또한 몇 번 가다 말았었고.

내 기억 속에 기억에 남는 탁구 선수하면 단연 현정화, 유남규다. 그 다음이 김택수. 그 다음이 유승민. 사실 현정화와 유남규가 활동하던 때가 우리 나라 탁구의 전성기 시절 아니었나? 그 중에서도 특히 현정화가 많이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이쁘장한 얼굴에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화이팅을 외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아... 김택수의 파워 드라이브도 인상적이었고.

그 외에는 탁구에 대해서 별로 기억이 없다. 사실 <코리아> 영화를 보기 전만 해도 남녀단일팀이 있었었던 거 같다는 생각 정도 밖에 못했었고. 그래서 <코리아> 보고 난 다음에 찾아봤다. 사실이 연출된 장면이 분명히 눈에 보이긴 했지만 경기 내용에서 유순복이 두 명을 이겼던 걸로 아는데 <코리아>에서는 그렇지 않아서 확인이 필요했다. 뭐 사실이다 아니다는 중요한 게 아니지만 궁금하잖아~


실화와는 조금 달랐던 <코리아>

1) 경기 순서


<코리아>에서는 단식-단식-단식-단식-복식으로 단식으로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마지막에 복식 경기를 하는 것처럼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단식-단식-복식-단식-단식이었다. <코리아>에서는 남북선수의 대표라고 할 만한 리분희 선수와 현정화 선수가 남한과 북한이 아닌 코리아라는 이름 하에 힘을 합하여 이기는 게 가장 보기 좋으니 극적으로 그렇게 한 듯. 실제 경기가 단식-단식-복식-단식-단식으로 구성된 이유가 5판 3선승제다 보니까 3판에 다 끝날 수도 있으니 복식 경기를 중간에 넣은 게 아닐까 싶다.

2) 경기 내용


<코리아>에서는 리분희 선수도 단식에 출전하지만 실제로는 복식 경기에서만 출전했다. <코리아>에서도 잠깐 나오긴 하지만 간염으로 인해(간염은 진짜였던 듯) 컨디션이 좋지 않아 현정화-리분희 복식 경기에만 참여했다는 거. 나머지 단식 경기현정화와 유순복 선수가 두 번씩 출전했다.

3) 경기 결과


3:2로 중국의 철옹성을 무너뜨린 건 맞다. 관객들의 입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다면 진짜 드라마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면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어땠을까? 그것도 남북단일팀으로 구성해서 힘을 합쳐서 중국을 무너뜨렸으니 더욱더 감동적이었을 듯. 경기 결과는 같지만 5판의 경기 결과는 조금 다르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1경기: 단식 - 유순복 vs 덩 야핑 (승)
제2경기: 단식 - 현정화 vs 가오쥔 (승)
제3경기: 복식 - 현정화, 리분희 vs 덩 야핑, 가오쥔 (패)
제4경기: 단식 - 현정화 vs 덩 야핑 (패)
제5경기: 단식 - 유순복 vs 가오쥔 (승)



어찌보면 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현정화, 리분희의 복식조를 주목하기 보다는 유순복 선수를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단식 두 경기를 다 이겨놓고 남북단일팀의 최강 복식조인 현정화, 리분희 복식조가 이겼으면 조금 쉽게 끝났을 수 있었던 경기였는데 패했으니까. 오히려 그거 때문에 더 극적일 수 밖에 없었고 영화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결과를 내긴 했지만...

경기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현정화 선수 단식-복식-단식 내리 세 판을 계속 경기했으니 당연히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현정화 선수 스스로에게는 자신의 잘못이라는 자책감에 빠져 있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런 상황으로 인해 더욱 극적인 승부를 할 수 있었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상황이 벌어졌던 거 아닌가.

4) 선수들의 대우


<코리아>에서는 선수들을 감시하는 이들도 있고 뭐 당의 정책에 위배된다고 명령하고 그러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대우할 수가 없다. 왜냐면 선수들이 그네들보다도 서열이 더 높기 때문. 예전에 금강산 여행을 갔을 때 교예공연이라는 걸 봤는데 그렇게 서커스하는 이들도 대우가 장관급이다. 그런데 국가대표 선수라면 적어도 그 정도 수준 이상이면 이상이지 그 이하는 아닐 듯. 어디서 감히 장관급 대우를 받는 선수에게 함부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을까?



유순복 정말 대단하다


당시 나이 20세. 처음으로 나간 국제대회. 그런데 이 유순복 선수가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파란을 일으킨다. 여자 단체전 결승전 첫 경기인 단식에서 유순복 선수는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덩 야핑 선수를 이긴다. 당시에 덩 야핑이라고 하면 무결점의 선수라고 할 정도로 정말 최고의 선수였는데 말이다. 가오쥔이란 선수 마저 이겨버린다.

마지막 경기는 13-17로 지고 있는 상황에 역전을 하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다는... <코리아>보다 더 드라마틱하잖아? 이렇듯 우리 삶은 때로는 영화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경우가 있다. 이런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했던 유순복인데 <코리아>에서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으니 유순복이 <코리아>를 보면 충분히 섭섭해할 수 있을 듯 싶다.

참고로 이듬해인 1992년 올림픽 때, 유순복과 덩 야핑은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 때는 0-3으로 한 세트도 이기지 못한 채 패한다. 이런 걸 보면 유순복 선수는 당시 남북단일팀이 처한 상황과 최강 중국과 승부하게 되는 결승전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200% 발휘한 선수가 아니었나 싶다.


유순복 역을 맡은 한예리



유순복 선수 역을 맡은 한예리. 이쁘다고는 할 수 없는 외모지만 매력있다.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배우로서. ^^; 진짜 북한 선수와 같은 그런 느낌? 그리고 정말 20살 아무 것도 모르고 국제 대회에 참여하는 신예 선수와 같은 그런 느낌? 너무나 배역이 잘 어울렸던 거 같다. 그래도 이번에 <코리아>에서 유순복 선수 역을 맡으면서 많은 이들에게 눈도장 확실하게 찍힌 듯.

영화배우의 삶이라는 게 그렇다. 연기를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 배역을 잘 맡고 그 영화가 흥행이 되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게 되는 순간까지의 삶은 험난한 여정이라는 거. 그 한 순간을 위해서 꾸준히 정진하는 게 배우의 삶이 아닌가 싶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연기도 못 하면서 얼굴로 연기하는 그런 류의 짝퉁 배우들을 엄청 싫어한다.

대표적인 게 김태희. 남들은 서울대 나와서 똑똑하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연기도 못 하면서 욕들을 꺼 뻔히 알면서 연기하는 거 보고 그게 정말 똑똑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항상 내가 후배들한테 얘기하는 거지만 20대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거를 하고, 30대는 자기가 잘 하는 거를 하고, 40대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건데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 경우에 나는 헛똑똑이라 한다. 머리 쓰는 수준이 낮다는 얘기다.


우리에겐 적이었지만 인정해줄 만한 덩 야핑



단신으로 탁구 세계를 제패한 선수. 탁구대에 손가락을 올려두는 제스쳐가 기억에 남는 선수(이건 <코리아>에서 안 나왔지만) 적이긴 해도 이 선수는 인정해줄 만하다. 선수 생활 중에 132회 우승, 8년동안 세계 랭킹 1위로 여자 스포츠 선수로는 최장기간 세계 정상을 지켰다는 업적 때문만은 아니다. 탁구를 하기에는 불리한 신체적인 조건을 극복하고 그 위업을 달성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만큼 그녀는 노력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실천한 사람 중에 하나라 생각한다. 그건 탁구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난 다음에도 엿볼 수 있다. 당시 알파벳도 몰랐던 그녀가 칭화대 영문과에 입학하고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까지 땄으니 말이다. 하루에 14시간 공부에만 매진한 결과란다. 아~ 이 정도 되면 한 인간으로서 존경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비록 탁구 선수로서는 우리에게 적이었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참 본받을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거.




가슴에 와닿는 마지막 대사


아마 실제 이별할 때 그런 얘기가 오고 가지는 않았을 듯 하다. 상황을 참 잘 표현한 대사인 듯. 연락할께도 안 되고, 편지할게도 안 되고, 또 다시 만나자는 말도 안 되고 뭐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하느냐는 말이 참 가슴에 와닿았다. 그렇네. 뭐라고 해야 하지? 잘 가? 너무 성의 없잖아. 대사 참 잘 만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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