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사랑하니까 맞춰가야 하지 않겠냐고? 글쎄올시다

나는 우리나라의 결혼 문화를 매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이에 대해서 얘기하면 한도 끝도 없으니 이 얘기는 기회가 되면 하도록 하고,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건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하기 위해서 꼭 생각해봐야할 것들에 대해서 좀 얘기하고자 한다. 참고로 나는 돌싱이다. 돌싱이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느냐 할 지는 모르겠다만 결혼을 해본 사람으로서 아직 결혼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하는 얘기니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는 관점에서 보길 바란다.


결혼할 나이가 되어야 결혼을 떠올리게 되는 이들

가만히 보면 대부분의 경우, 결혼할 나이가 되어야 결혼을 머리 속에서 떠올리게 되는 거 같다. 내 나이 이 글을 적는 시점에서 37살인데 내 또래들은 여자 28살 남자 32살 즈음이 되면 결혼해야 되는데 하는 생각을 보통 갖게 되더라고. 웃긴 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 되는 거 아냐? 근데 결혼할 나이가 되니까 이제 결혼할 사람 찾아야 되는데 또는 지금 사귀는 사람이 결혼에 적합할까 생각하는 게 난 이해가 안 된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까지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들은 나랑 평생의 연을 같이 할 상대가 아니었기에 헤어졌나? 아니다. 가만히 보면 결혼이라는 걸 머리 속에 떠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남남이 될 수 있었던 거다. "헤어져!"라는 말 한 마디에 좋았던 추억들 간직하고 남남이 되어버리는 거다. 말 한 마디에 인간관계가 끊어지는 게 참 우습기도 하다.

연애를 하면 큰 문제로 다퉈서 헤어지기도 하지만 사소한 문제로 다투는 경우가 더 많고 그런게 쌓여서 헤어지게 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요즈음 이혼율이 급증하는 것도 예전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세대라 그런 거지만 큰 문제로 헤어지는 경우보다는 사소한 문제가 쌓여서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혼을 했기 때문에 얽힌 여러 문제들이 있어서 쉽게 헤어지지는 못한다. 즉 같은 일이라도 연애였다면 헤어졌을 법한데 결혼했기 때문에 헤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결혼이라는 거는 신중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적령 연령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다만 결혼 적령기는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무리 내가 어렸을 때 이 사람과 평생 사랑하면서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생각해도 그게 생각처럼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이성을 고르는 눈이 생기고 이 사람이다 싶은 생각이 들면 결혼을 해야 하는 거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거는 항상 머리 속에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결혼할 나이가 되어 결혼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지금은 한창 공부할 때고, 한창 일할 때라 결혼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상에 결혼만큼 중요한 게 어딨다고. 평생을 같이 할 반려자를 맞이하는 건데. 그래서 결혼이라는 건 항상 염두에 두고 이 사람과 만약 평생을 함께 한다면 하는 생각에서 진지하게 상대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결혼을 안 해본 사람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다.


사랑하니까 맞춰가야 하지 않냐고? 그게 아니지

나 이 사람 너무 사랑해서 결혼한다고 하자. 그거 평생 가지는 못한다. 물론 특이하게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사귀다가 결혼한 사람들은 예외다. 그런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다. 분명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결혼할 나이가 되어 만나는 사람을 결혼 상대자로 생각해보고 나름 조건을 따진다. 그리고 나서 결정한다.

근데 그 결정하는 여러 기준 중에서 많은 경우가 현실적인 조건들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 하나를 고려하지 않는 거 같다. 그게 뭐냐면 굳이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나랑 잘 맞는 사람인지다. 흔히들 이런 얘기를 한다. 사랑하니까 서로 맞춰가야 하지 않겠냐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봐라.

사랑하니까란 전제인데 그게 얼마나 갈 거 같은가? 권태기라고 하는 게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사랑이 아니라 나중에는 정(精) 때문에 산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도 아니고. 만약 사랑하지 않게 되면 맞춰가지 않는다는 소린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는 사랑만 갖고는 안 된다. 물론 이성적인 매력을 못 느끼면 시작조차 안 되니까 그건 기본 베이스라고 하고 생각해보자. 사랑을 하게 되면 콩깍지가 씌어서 단점은 그냥 무시해버리고 장점만 보게 된다.

그렇게 서로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하게 되면 나중에 결혼해서 이런 소리 하게 된다. 연애할 때는 어떻더니 변했다는 둥. 그래서 연애할 때는 상대에게 맞춰나가려는 노력도 하고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결혼은 그게 아니라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나랑 잘 맞는 사람을 골라야 하는 거다. 그런 사람을 골라도 안 맞는 부분 생긴다. 그나마 맞는 부분이 많으니까 안 맞는 부분들은 서로 맞춰가려고 노력해도 충분히 극복 가능한 거고.

과거에 스쳐간 연인들을 떠올려보라. 처음에 만났을 때 상대의 어떤 점에 끌렸고 이러 저러한 만남 과정 중에 어떤 프로포즈와 함께 사귀게 되었고, 나름 서로 맞춰가려고 노력했고 때로는 싸우기도 했고 헤어지기도 하고 다시 만나기도 하고(다시 만난 경험이 없어? 다시 만나는 경험도 해 봐야돼~ 그만큼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이런 부분 조심해야지 하면서 다시 만나는 거거든. 그래도 안 되는 경우 많아~) 했지만 맞춰간다는 게 그게 뜻대로 되던가? 한계가 있다.

그게 왜 그러냐면 사람이라는 게 바뀌지 않는 타고난 부분이 있어서다. 바뀌지 않는 걸 바꾼다고 노력한다 해봤자 그건 일시적인 거 밖에 안 되고 오히려 그런 게 스트레스가 되어 한꺼번에 폭발하게 된다. 그래서 바뀌지 않는 타고난 부분이 나의 바뀌지 않는 타고난 부분과 얼마나 잘 맞느냐에 따라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싸울 일이 별로 없고 맞지 않는 부분은 조금씩 양보하면서 맞춰나갈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래서 그런 타고난 부분을 잘 가리고 보는 게 중요한 거다.

안 맞는데 사랑하니까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이 있는데란 생각으로 만나고 있다고? 계속 같은 일로 다투는 게 반복된다. 그래도 타고난 부분을 볼 줄 알아서 '그래 저 사람은 항상 저러니 안 바뀌는 부분이야. 그럼 내가 바뀌면 되지.'하고 생각해도 내가 바뀌나? 나도 안 바뀌는데. 게다가 바뀐다고 치자. 내가 바뀌는데 상대는 지 하고 싶은대로 하니까 그게 또 쌓이게 되거든. 안 맞는 거다. 그런 걸 잘 보고 결혼을 해야 하는 거다. 현실적인 조건은 그 다음이다.

주말에 애 데리고 온 부부들 하는 거 잘 보면 부부끼리 얘기하는 경우 별로 없다. 애가 중간에 끼어야만 얘기를 한다. 연애할 때 그랬던가? 둘이 착 달라붙어서 무슨 얘기를 해도 좋았지? 그런 게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주변을 보면 결혼한 후에도 그렇게 지내는 부부가 생각보다는 적은 거 같다. 그래서 하는 소리다. 그런데 왜 살아? 결혼을 하면 그게 쉽게 또 헤어지기는 힘들다니까. 그냥 저냥 살아가는 거다. 그런 부부들 정말 많다.

그래서 결혼사랑하니까 맞춰가야지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잘 맞는 상대를 골라서 별로 맞춰가야할 게 없어야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