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190번째 영화. 어쩌다 우연히 예고편을 보고 괜찮을 듯 싶어서 봤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1시간 36분이라는 다소 짧은 러닝 타임이 길게 느껴질 정도로 단순한 스토리를 좀 늘인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뭐 지루하거나 그렇지는 않은데 조금 심심하고 시시하다? 시골 마을 양아치 패거리의 순박한 의리에 중점을 두었다면 다소 멋져 보이기도 할텐데 그렇지 못하고, 그렇다고 액션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코믹 드라마라고 봐야할 듯 한데 그렇다고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은 것도 아니다. 추천할 만하다고 하면 관객을 확실히 사로잡을 만한 뭔가가 있어야 되는데 그게 안 보인다. 그래서 개인 평점 6점 준다.
옛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영화
<개들의 전쟁>을 보면서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시절에 나를 괴롭히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 친구한테 많이 맞기도 했었고. 어렸을 적 당시에 그 친구는 내겐 참 무서웠던 존재였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였나? 소위 말해 양아치 생활을 하던 시절에 초등학교 동창이지만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던 녀석과 당구장(우리 학교 애들의 아지트가 아닌 시비 붙은 녀석이 다니던 학교의 아지트)에서 시비가 붙었다. 왜 남자들은 그런 거 있잖아. 나도 이만큼 컸으니 함부로 대하지 마라는 그런 거. <개들의 전쟁>에서 김무열이 그랬던 거 처럼 말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 후배 때문이었다. 그 후배는 나에게는 중학교 후배가 되고, 그 녀석한테는 고등학교 후배가 된다. 자기네 학교들 선배들에게 귀여움 받는 거 보고 웃겨서 "마! 이 새끼 이거 양아치 다 됐네. 일로 와봐라."해서 뭐라 했더니 왜 자기 후배 보고 그러느냐면서 나선 녀석이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 "많이 컸네~ 재기" 그래서 시비가 붙은 거였다. RCY였던 녀석인지라 패거리가 많았다. 게다가 걔네들 아지트였고. 걔네 학교 앞이었으니. 빙 둘러 쌓였지. 그래도 RCY에서 쌈 좀 한다는 다른 초등학교 동창이 말려서 싸움은 안 났었다. "친구들끼리 와 그라노~"
그러다 며칠 뒤에 길 지나가다가 그 녀석이랑 마주쳤는데 그 옆에 서 있는 친구가 바로 초등학교 시절 나를 참 못살게 굴던 친구였다. 그 둘은 같은 고등학교. 만나려고 만난 게 아니라 우연히 마주쳤다는. 그렇게 해서 서로 얘기를 하게 됐는데, 서로 견제 모드. 당시 부산에서는 좀 논다 싶으면 입는 옷차림만 봐도 안다. 예전의 내가 아니었기에 나름 그 친구도 견제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참 대화가 웃겼다.
친구: 니 누구랑 노는데?
나: 그러는 니는 누구랑 노는데?
친구: 니 누구 아나?
나: 니는 OO 형님 아나?
나: 그러는 니는 누구랑 노는데?
친구: 니 누구 아나?
나: 니는 OO 형님 아나?
초딩도 아니고 누구 아느냐는 걸 갖고 대화가 시작되더니만 서로 담배피다가 며칠 전에 느그 둘이 싸우려고 했다매? 하면서 동창끼리 사이 좋게 지내라 하고 마무리 되었지만 지기는 싫고 그렇다고 해서 먼저 어떻게 하지는 못하겠고. 그랬었다. 오래 전 일이라 잊을 법도 한데, 초등학교 시절에 나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녀석이어서 말이다. 그게 쉽지 않더라고. 마치 두터운 벽인 양. 상대가 치면 나도 칠 자신은 있겠는데 내가 먼저 칠 자신은 그닥~ ^^; 겪어본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그리 만만치 않아요.
그러다 상대가 계속 괴롭혀서 폭발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는 진짜 공부만 하고 살았던 사람인지라(진짜? 진짜!) 고등학교 와서 놀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중학교 동창 중에 나를 우습게 여기는 그런 친구들이 있었다. 괜히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괴롭히고 말이다. 그러다 한 번 폭발해서 대놓고 욕했더니 당황하더라고. 결국 점심 먹고 다이 다이를 했지만(다이 다이란 부산 말로 맞짱이란 뜻) 그렇게 마음 먹기가 그리 보통 쉬운 게 아니다.
<개들의 전쟁>에서 김무열을 보면서 그런 옛 기억이 많이 떠올랐다. <개들의 전쟁> 보면 알겠지만 딱 그런 얘기잖아~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습기도 하지만 그 때는 그게 멋이었다고. 물론 나야 고등학교 1학년 지나면서부터 그런 길로 들어서서 다소 늦게 입문(?)해서 한계가 있었지만 그 때 생각하면 참 재미난 일 많았다. 그로 인해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했지만 그래도 내겐 참 많은 에피소드를 가진 시절이었던 듯.
예고편
김무열. 참 욕 잘 하네. 근데 김무열은 <작전>에서도 그렇지만 양아치 역이 잘 어울려~ 생긴 거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야. 말끔한 양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