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영화

범죄소년: 미혼모 문제와 청소년 비행 문제를 상기시켜주는 영화


나의 3,193번째 영화. 가끔씩 지하철을 탈 때 사보는 잡지가 있다. 무비위크. 그 잡지에서 보고 알게 된 영화 <범죄소년> 제목과 포스터만 봐도 사회의 이면을 다루는 내용이겠거니 예상 가능하다. <범죄소년>은 리얼리티를 잘 살려낸 영화다. 현실을 과장되게 표현하지도 않은 듯 하고, 영화의 흥행을 위해 눈물을 쥐어 짜내게 스토리를 구성하지도 않았다. 관찰자의 시선에서 냉정하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재밌다고는 못 하겠다. 또한 감동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적어도 <범죄소년>을 보게 된다면 그들(미혼모와 비행 청소년)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조금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도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는 그들에게 말이다.

내가 이런 얘기한다고 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소리는 누구나 할 수 있잖아? 근데 그런 소리를 하려면 내 생각에 그런 소리를 할 만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즉 그런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면서 그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이들이라고 한다면 몰라도 나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보기에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한가지. 내 주변에 만약에 그런 이들이 있다고 한다면, 만약에 있다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볼 수는 있지 않겠냐는 게지. 또한 미혼모고 비행 청소년이라 해서 무조건 그들을 뭐라할 게 아니라 어떤 사연이 있겠거니 하고 조금은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지는 않겠냐는 거다.

아마도 그게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범죄소년>은 흥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감독이 5개월동안 취재하면서 그들에 대한 현실적인 스토리를 통해 감독이 느꼈던 바에 대해서 호소하기 보다는 조금은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문제 의식이 들게끔 만들었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는 사실 재미나 감동이 없어서 좋은 평점을 주기 힘들지만 그런 문제 의식을 현실적인 스토리에 잘 녹여낸 데에 대해서는 좋은 평점을 주고 싶다. 개인 평점은 7점 준다.


미혼모 문제, 피임을 안 한 그들의 잘못일까?

미혼모 문제를 두고 피임을 안 한 여자의 잘못이냐? 아니면 남자의 잘못이냐? 아니면 둘 다 잘못인데 누구 책임이 크냐? 뭐 그런 건 여기서 논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일단 그런 문제가 벌어졌다는 게 중요한 거다. 그런 문제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학교나 가정에서 성교육이 필요한 법이고, 만약에 그런 문제가 벌어졌다고 하더라도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아직 어리잖아.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길 지 그네들은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어린애들이잖아. <범죄소년>에서 주인공인 장지구의 대사에도 잘 나온다.

무책임한 사람이 싫기 때문에 내가 책임지면 되지 않느냐고. 근데 책임을 진다고 말만 그랬지 사실 책임을 질 능력이 안 된다. 그렇기에 제2차 범죄의 여지가 생기는 거고. 고로 일단 벌어진 일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을 무조건 돕자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할 필요는 있다는 거다. 그래야 제2차 범죄도 막고, 한 번의 실수로 인생이 망가지는 그런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을테니까. 그들이 큰 돈을 벌지는 못해도 그들이 노력해서 최소한의 생계 유지에는 걱정이 없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본다. 뭐 따지고 보면 이런 거는 미혼모 뿐만 아니라 소외계층 모두에 해당되는 거겠지만.


청소년 비행 문제는 대부분 가난 때문

어떤 이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럼 가난한 집에서 자란 아이들은 다 비행 청소년이 되나? 그건 아니지. 허나 가난으로 인해 비행 청소년이 되기 쉽다는 건 인정해야지. 원래 어렸을 적에는 범죄나 그런 거에 그리 민감하진 않으니까. 실제로 범죄라고 할 만한 건 전체의 2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런 청소년들에게는 죄값을 치르게 해야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는데 사실 기회를 준다 해도 그게 기회를 준 거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또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도 꽤 있을 거라고 본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법이다. 마음에 와닿는 교육. 이래라 저래라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그네들은 어릴 때부터 사회의 이면적인 부분을 쉽게 접하고 자라다 보니 유혹이 강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의지를 갖게끔 해줘야 한다. 그럴려면 우선은 범죄 사실 여부 보다는 왜 그런 범죄를 하게 되었는지 인과관계를 잘 따져서 소년원이라고 하는 한 장소에 다같이 수용하는 게 아니라 나눠서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똑같이 수용하게 되면 20% 아이들이 나머지 80%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까.


소름 돋는 연기, 이정현


이런 연기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신들린 연기 같다. 무서울 정도로. 이정현이라는 배우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연기가 아니라 실제 인물이 다큐에 나온 듯한 느낌일 듯. 배우로만 나가도 될 듯 한데 가수니 뭐니 해서 이리 저리 활동하는 게 좀 그렇다. 끼가 워낙 많아서 그런 거겠지만.


예고편



- 도쿄국제영화제 최우수남우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