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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 마벨(Jace Mabel) @ 부산 사직점: 가업을 잇는 부산 맞춤 정장 전문점

이번에 부산 내려가서 친구들 많이 만났는데 가장 처음 만났던 친구가 임재석이다. 나랑은 중학교 동창(중학교 1학년 때는 같은 반이었다)이고 고등학교는 옆 학교 출신(나는 동아고, 재석이는 대동고)이다. 지난 번 고등학교 동창 녀석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 갔을 때 십수년만에 보게 되었는데 다음에 내려올 때는 소주나 한 잔 하자고 했던 친구라 가장 먼저 들렸다. 근데 이 친구가 제이스 마벨(Jace Mabel)이라는 부산 맞춤 정장 전문점을 하더라는 게지.

내 사무실이 있는 웨스턴돔에도 맞춤 정장 전문점이 몇 개 밀집해 있다. 지나가다가 보면 정장 한 벌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물론 기본 가격이 그렇다는 거겠지만) 이태리 명품 정장 디자인 보고 "최고급 소재로 똑같이 만들어주세요" 하려고(그래도 이렇게 하는 게 더 싸겠지 하는 생각에 말이다) 들어가볼까 했던 적도 있었지만 내가 정장을 잘 안 입다 보니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었다. 근데 가만히 보면 이 좁은 동네에 몇 개의 브랜드가 있을 정도라면 장사가 된다는 소리 아냐.

프랜차이즈인 곳도 있었고, 옷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도 있었는데, 프랜차이즈가 좀 잘 되는 듯. 조그맣게 운영하다가 점포를 확장하는 걸 보니 말이다. 요즈음은 맞춤 정장이 대세인가 싶었다. 그래서 재석이가 운영하는 제이스 마벨도 프랜차이즈가 아닌가 싶었다. 남포동, 중앙동, 사직동에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 라사점(원단 파는 가게)을 운영하시던 아버지께서 맞춤 정장 제작을 하셨고 그걸 이어 받아서 하는 거란다. 프랜차이즈 아님~


가업을 잇는 재석이가 운영하는 제이스 마벨 사직점


부산 맞춤 정장 전문점인 제이스 마벨의 상호명은 친구 재석이가 만들어낸 거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더니 Jace매력적인이란 뜻이고, Mabel나의 아름다운 사람이란 뜻이란다. 엥? 내가 이렇게 영단어를 몰랐었나 싶었는데 보니까 작명할 때(사람 이름 지을 때)의 뜻이더라고. 총 세 개의 지점이 있던데 남포동아버지께서 운영하시고, 중앙동동생이 운영하고, 사직점재석이가 운영하는 거로 결국 제이스 마벨가족이 운영하는 부산 맞춤 정장 전문점이다. 부산 지역에만 있다 보니 제이스 마벨이라는 상호는 부산 사람들만 들어봤겠지?


10년 전의 맞춤 정장 전문점과 지금의 맞춤 정장 전문점

 


재석이는 이 일을 한 지 10년 정도 됐단다. 그래서 맞춤 정장 시장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잘 알고 있고. 10년 정도 전에는 허리가 쑥 들어간 슬림 핏의 아르마니 스타일 정장 때문에 맞춤 정장이 인기였다고 한다. 기성복에서는 이런 핏이 없었기에. 물론 지금은 기성복에서도 그런 핏이 나오지. 근데 왜 요즈음 들어서 맞춤 정장이 더 인기를 얻었을까?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기 때문에 규격화된 기성복을 사면 수선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게다가 가격도 저렴하잖아) 체형이 서구화되면서 기성복이 안 맞아서 맞춤 정장을 하는 경우도 꽤 많아졌다고 한다.


제이스 마벨에서 맞춤 정장을 한 연예인들 사진 속에 이대호가 있다. 이대호 정도 되면 기성복 중에 맞는 거 없을 거다. 기성복을 사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맞춤 정장을 해야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얘기겠지. 근데 보통 이렇게 연예인들 사진 걸어둔 거 보면 왜 부산은 항상 롯데 자이언츠 야구 선수들 중심인지 모르겠다. 서울에서는 야구 선수는 팬이나 그렇지 연예인 취급 잘 안 하는데. 아~ 부산은 다 롯데 자이언츠 팬이지? 광팬! 그 날도 재석이가 나보고 그러더라. "내일 사직구장에서 경기 열리는데 함 가까?" 재석이가 제이스 마벨 사직점이잖아. 바로 옆에 있거덩. "됐심" 하고 말았지.

이렇게 맞춤 정장을 찾는 수요가 늘다보니 이 쪽도 경쟁이 치열해졌고, 맞춤 정장 프랜차이즈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맞춤 정장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거. 그러다 보니 생겼다 없어지는 맞춤 정장 전문점도 많고, 프랜차이즈와 같은 경우는 체촌(신체 치수 측정하는 거) 교육 잠깐 받고 맞춤 정장 전문점 운영하는 이들도 많아졌단다. 그래서 그런 데랑 차별화가 있는지 재석이한테 물었더니 우리 착한 재석이 이런다. "뭐 다 똑같지, 다를 게 뭐 있노" ㅋㅋ 여튼 이 녀석은 착하기만 착하다니까. 적어도 이 친구한테 맞춤 정장 맡기면 속지는 않을껴~


기성복이 나을까? 맞춤복이 나을까?


우리 착한 재석이(재석이 아는 사람들 알겠지만 진짜 착하다. 어릴 때부터도 착했고)한테 물어보니 그래도 10년 동안 맞춤 정장 전문점 운영 경력이 얘기해주듯이 솔직하게 얘기해준다. 맞춤복컴퓨터와 기계로 제작되는 기성복보다 정밀도 면에서는 우수하다 할 수는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규격화되어 나오는 기성복과 달리 맞춤복은 한 번에 핏이 딱 맞춰지는 것도 아니란다. 때로는 맞춤복도 기성복과 같이 수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얘기. 그게 잘못 제작해서가 아니라 고객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좀 달라서 수선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그렇단다.

그래서 같은 원단을 사용한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얼마나 나에게 맞는 핏으로 나에게 맞는 스타일로 맞춤 정장을 제작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다양한 고객들을 접해보고 다양한 스타일을 겪어본 사람이어야 좀 더 노하우가 쌓일 수 있는 법이고. 아무리 트렌디한 정장이라고 하더라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 트렌디한 정장이 안 어울릴 수도 있는 법이다. 또한 그 안 어울리는 트렌디한 정장을 그 사람의 체형에 맞게 어떻게 핏하느냐에 따라 어울릴 수도 있는 법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규격화된 기성복의 경우에는 일단 사고 나면 대부분 수선을 하게 되는데 가장 많이 하는 부위가 바지 기장, 소매 기장, 허리란다. 갑자기 내가 아르마니 정장 보고서 사고 싶었는데 허리 사이즈가 맞지 않아 맞춤 정장 전문점에 가서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할까 했던 게 떠올랐다.(허리 사이즈가 내 사이즈보다 2치수 위의 제품만 있더라고) 사실 아무리 명품 정장이라고 하더라도 서양인들의 체형에 맞게 나와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안 맞는 경우 꽤 된다. 문제는 수선만 하면 다 될 거 같지만 그렇게 되면 스트라이프가 돌아간다거나 주름이 돌아가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는 게지.


나와 같은 경우는 기성복을 사면 항상 문제였던 게 다른 데는 괜찮은데 어깨가 넓은 편인지라 어깨가 안 맞는 경우가 생기거덩. 어깨에 맞추면 다른 데가 헐렁하고 말이지. 좀 슬림하고 타이트하게 입는 걸 즐기는데 어깨 때문에 문제라는 거다. 그래서 내가 힘주면 자켓이든 셔츠든 터질 수도 있다는. ^^;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핏의 맞춤 정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게 된 거 아닌가 싶다. 이해가 되더라고. 그래서 친구 재석이는 이렇게 얘기하더라. 기성복과 맞춤복 1대 1 비교하면 일장일단이 있다고. 뭐가 더 낫다고 할 순 없다고. 음. 그렇지. 세상이 장점만 있는 게 어디 있겠냐고. 역시 솔직하게 얘기해주네.


같은 원단이라면 가격은 배 정도 차이


너무 기성복만 좋게 얘기한 거 같은데 기성복과 맞춤복 비교할 때, 언급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바로 가격이다. 같은 원단이라고 하면 기성복과 맞춤복의 가격은 배 이상 차이 난다. 근데 이 원단이라는 게 기성복용이 있고 맞춤복용이 있다는 거. 캬~ 그렇군. 같은 원단으로 하면 맞춤복을 선호할 수 있으니까 기성복용이랑 맞춤복용을 따로 만드는가 보다. 그러나 원단 종류가 너무나 많아서 사실 원단이 똑같다고 하는 건 무의미하고, 얼마나 좋은 원단을 쓰느냐로 따졌을 때 비슷한 급의 원단을 했을 경우에 그렇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좋은 원단이라는 건 얼마나 천연소재 함유량이 많냐로 가격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제이스 마벨에서 가장 좋은 원단 좀 보여줘봐라 했더니 이걸 보여준다. 제일모직의 슐레인(CHEILAIN). 이런 원단으로 기성복을 만들면 200만원 이상이 된다고 한다. 그럼 재석이가 맞춤복으로 제작해주면? 100만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 정도. 배 이상 차이 난다. 게다가 재석이가 운영하는 제이스 마벨과 같은 경우는 다른 프랜차이즈와 같이 광고 같은 걸 하지 않고 가족들이 하다 보니 네고의 여지도 많다. 같은 맞춤 정장 전문점에 비해서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 고로! 부산에서 맞춤 정장 할 거면 재석이를 찾아라! 왜? 어차피 여기나 저기나 원단 다 똑같거든? 매한가지거든?

게다가 재석이가 그리 패션 감각이 뒤지지가 않아요~ 사진을 찍은 날은 비가 와서 가죽 자켓을 입고 왔는데 항상 깔끔한 정장 입고 다닌다. 부산 말로는 깔롱직인다고 하지. 그러나 나는 그렇게 본다. 자신을 잘 꾸미는 사람보다는 남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사람이 더 멋진 사람 아니겠냐고. 재석이는 충분히 그럴 녀석이다. 믿어봐바. 거 참. 사람 말을 못 믿으면 우짜노. 내가 어디서 엄한 소리 하디? 내는 그런 거 엄청 싫어한다니까. 근데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는 없겠지. 그러면 우째? 가서 주 때리뿌라. ㅋㅋ 그런 경우가 생기면 솔직하게 얘기하면 또 재석이가 알아서 뭔가를 안 하겠냐고. 뭐든 솔직한 게 최곤기라. 그런 면에서 재석이는 최고급이다. 맞나? 아이가? ^^;

 


게다가 재석이 참 착하거든. 사람 좋다. 그래서 가봤는데 아니더라면? 주 터자뿌라. 또는 돈 좀 벌라고 속이대? 그래도 터자뿌라. ㅋㅋ 절대 그럴 애 아니다. 가정에 충실하고(주변에 물어보니까 와이프랑 싸우는 일이 없단다. 이 녀석이 좀 착하지. 나와 같진 않아~),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ㅋㅋ 나도 정장 구비해야할 일이 생기면 재석이한테 함 맡겨봐야겠다. 내가 보는 잡지들 중에서 맘에 드는 스타일 골라 사진 찍어가 최고급 원단으로 말이지. 이왕이면 친구한테 맡기는 게 안 낫겠냐고. 적어도 속지는 않자네! 그럴 녀석도 아니지만. 여튼 재석아~ 홧팅이다.



- 주소: 부산광역시 동래구 사직1동 50-24 이노센트 가구 2F (2층에 있다)
- 전화: 070-8812-8999, 011-9313-9999 (번호 쥑이네)
- 카페: http://cafe.naver.com/yparkjs/,  http://cafe.daum.net/Ypark/
- 블로그: http://blog.daum.net/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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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내 카스에도 올렸다. 내 카스에 올린 사진을 재석이가 공유해서 가져갔지. 왼쪽 캡쳐는 재석이 카스에 올라간 반응들이다.

살아있네(X) 솨아있네(O)

<범죄와의 전쟁> 덕분에 유명해진 표현인 "살아있네~" 부산 사람들을 살아있네라고 하지 않고 "솨아있네~"라고 표기한다.

재석아~ 이제 소개시키라~

재석이랑 둘이서 같이 찍은 사진 올려놓고 반응 보자고 했다. 왜? 내가 재석이 보고 여자 소개시켜 달라 그랬거덩. 반응 나쁘지 않다. 근데 소개 안 시켜준다. 재석아~ 이제 됐재? 소개시키도~ 엉? ㅋㅋ 재석이가 성격이 좋고 그래서 아는 애들 많거덩~ ㅋㅋ

내가 일할 때나 보통 때는 시크한 거 같아도 유일하게 부산 친구들 만날 때는 그냥 나 자신을 내려놓고 논다. 그 덕분에 요즈음에는 어느 누구한테든지 웃으면서 대하게 되었고 말이다. 여튼 나는 부산 친구들이 좋다~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는데 제이스 마벨 좋단 얘기다. ㅋㅋ  재석아~ 담에 내 꺼 멋지게 만들어도이~

+ Apr 24, 2013 10:00 PM 추가

벌써 카스에 올렸다. ㅋㅋ 존나? 재스가~ 글 하나 적은 거 같고. 쩝. 어서 여자나 소개시키도~ 알재? ㅋㅋ 그래도 재석이가 나랑 같은 반이었던 중학교 1학년 때는 내가 반에서 한 번도 1등 뺏겨본 적이 엄써요 엄써~ 맞나 아이가? 맨날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이가.(우리 때는 등수대로 자리 배치했거덩) 만년 2등이었던 동섭이가 해동고등학교 전교 1등 계속 하다 서울대 경제학과 가고 내는 고등학교 가서 옆길로 새서 대학 실패하고 말이쥐. 인생은 그런 거여~ 항상 잘 나가라는 법 없거든. 반대로 항상 잘못되라는 법도 읍꼬~

사나이는 뭐? 의리 아이가. 뜨거운 가슴을 갖고 살아야재. 돈 때문에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친구 배신하고 그래선 안 돼에~ 맞나 아이가? 서울에 보면 그런 애들 드럽게 많다. 다 보면 돈에 환장한 거 같애~ 마인드 없고 머리 잘 굴리는 애들을 똑똑하다 하는데 나는 잔머리 잘 굴린다고 하거든. 뭔가 세상이 한참 잘못되도 잘못된 거 같다.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보니 부산 친구들이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고.

재석아~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사는 모습 보기 좋더라. 잘 될끼다. 잘 되야 한다. 그런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이 되야지. 적어도 나는 내가 아는 마인드 있는 사람들이 잘 되길 바란다. 세상이 워낙 드러워가 모사꾼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지만서도 그들을 능히 이길 수 있는 건 순수한 마인드와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이라 생각하니라. 고로 꾸준히 정진하고 노력하자꾸나. 알았재? 다음에 내려가서 또 소주나 한 잔 하자. 열심히 살고 있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