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이 형이 이자카야한다고 들리라고 해서 간다 간다 하다가 지난 주에 승우랑 같이 술 한 잔 하기로 해서 들렸다. 나는 술을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이왕이면 지인이 운영하는 데에 가서 팔아주곤 하는데 승우랑은 둘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려고 술 한 잔 하기로 했던 건데 동혁이 형네 가게 가니까 애매해지더라고. 뭐 서먹서먹하다 그런 건 아니고 다같이 어울려서 먹는 술자리가 되어 버려서 승우랑은 별 얘기를 못 했던. 게다가 또 동혁이 형이 누구 소개시켜준다고 부른 후배(나보다는 나이가 어리니까)랑 같이 있게 되다 보니 아무래도 공통적인 주제로 갈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승우보고는 다음에 술 한 잔 더하자고 했다. ^^;
동혁이 형이 최근에 오픈한 건 아니고, 원래 오래도록 청담동 이 자리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분이 따로 계시다. 그 분 아래에 여러 명의 사장이 자기 손님 관리를 하는 형태인데 그 중에 한 명이 동혁이 형이란 얘기. 이 청담동 이자카야 마쯔리의 오너되시는 여사장님은 이거 외에도 이 지역에 음식점도 운영하신다고 하던데 거기도 장사 잘 된단다. 음식은 안 먹어봐서 모르겠지만 여기 마쯔리에서 내가 술 한 잔 해보니 한 자리에서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뭔지 느껴지더라고. 퀄리티 베이스. 청담동이라는 지역의 특성에 맞게 시설도 시설이거니와 음식에도 정성이 많이 담겨 있다는 게 티가 나더라고.
문제는 여사장님이 나이가 드신 분이신지라 여기 오시는 분들도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뭐 20대 초반 얼라들한테는 나도 이제 아저씨가 되긴 하지만)이 주를 이루다 보니 좀 젊은 이들도 많이 올 수 있게끔하려고 요즈음 동혁이 형이 이리 저리 구상 중이란다. 조만간 이벤트도 할 거 같고. 물론 남자들한테는 혜택 읍따~ 여자들한테만 혜택이 있더라고. 췟!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명확한지라 아니다 싶으면 뭐 얘기를 하는 편인데 여기는 내가 보기에 정장을 입은 연인들이 술 한 잔 가볍게 그리고 깔끔하게 하고 싶을 때 와서 먹기 좋은 곳이란 느낌이었다.
나같이 여친이 없는 이들이 남자들끼리 와서 술 먹으면서 즐기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거. 그러나! 지하에 보니까 술 먹으면서 떠들어도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룸이 있더라고. 그것도 35인석 룸까지 있다고 하니(보지는 못 했음) 꼭 그런 것도 아니다만 1층 분위기는 그랬다. 깔끔한 인테리어, 정갈한 음식. 아는 사람 알겠지만 내가 입맛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닌데 기본으로 주는 메뉴 리필 시킬 정도로 맛있더라고. 메뉴 하나 하나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게 티나더라고. 그래서 추천해줄 만한 곳이라는 거고. 물론 가게 되면 권동혁 씨 찾아 내 블로그 언급하면 뭐 더 해준단다. ㅋㅋ 이 얘기 꼭 빼지 말라하대~? 했다고~ ㅋㅋ
들어가서 테이블에 앉으려고 했더니 룸으로 안내한다. 동혁이 형이 그렇게 안내하더라고. 그렇다고 해서 룸비 따로 받고 그런 건 없더라고. 그래도 아는 사람이다 보니까 뭐라도 하나 더 해주려고 그러고. 똑같은 비용 지불하고 서비스는 더 받고. 내가 꼭 그래서 지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에 가는 건 아니긴 하지만 나는 그래도 이왕이면 지인들이 운영하는 가게 가려고 하고, 지인들은 그래도 와주면 좀 더 해주려고 하고 그런 게 바람직한 모습 아니겠는가.
문제는 나는 술을 별로 못 마시기 때문에 VIP 손님은 절대 될 수가 읍써요~ ^^; 게다가 술을 즐기는 편도 아니라 종종 가지도 못 해요~ 그걸 잘 알고 있는 동혁이 형이지만 그래도 갔다 오니 카톡 와 있대. 와줘서 고맙다고. 뭘~ 내가 뭐 얼마나 먹었다고. 쩝. 그나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래도 괜찮다 싶으면 블로그에 글이라도 적어주는 거 외에는 읍따~ 아~ 동혁이 형은 알아두면 좋다. 주변에 이쁜 동생들 많아~ 근데 나는 한 번도 소개 받은 적이 읍써~ ㅋㅋ
쓸데없는 얘기를 많이 한 거 같네. 여튼 룸에 들어가니 접시와 수저, 젓가락이 셋팅이 되고, 술잔이 셋팅이 되는데 위 사진의 술잔 좀 특이하다. 술잔 흔들면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술잔이다. 뭐 대단한 건 아닌데 술잔 이쁘대. 마쯔리에 있는 하나하나가 다 신경 써서 구비해놓은 듯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건 기본 안주다. 도라지와 오이인데, 여기 오기 직전에 승우랑 같이 내가 압구정동에 오면 잘 가는 삽겹살집에서 삼겹살 3인분 먹고 온 건데도 맛있다 보니 계속 먹게 되더라고. 맛없어 보이지? 나도 이런 거 잘 안 먹는다. 근데 먹어보니 맛있더라고. 여기 주방장이 음식을 잘 한다고 동혁이 형이 그러던데 잘 하는 거 같다. 도라지는 뭐 다른 데랑 비슷해도 오이는 맛있었다. 내가 잘 먹으니까 동혁이 형이 맛있냐고 그래서 맛있다고 그랬더니 이런 기본 안주는 매일 바뀐다고 하면서 좀 특이한 기본 안주 있으니 그거 먹어봐라고 하면서 종업원 부른다.
그게 이거다. 고구마와 꺳입이 재료인데 맛있다. 뭐라 표현해야되지? 내가 맛을 리얼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좀 딸린다. ^^; 맛있다. 정말로. 나도 이런 안주는 처음 보는데 맛나더라고.
우리가 시킨 술은 간바레오또상(힘내요 아빠란 뜻이란다). 나는 사케 이런 거 잘 모른다. 단지 승우한테 니가 알아서 시켜라고 했을 뿐이고! 근데 팩에 새겨진 그림 보면 참 일본스럽다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뭐랄까? 좀 가볍다는 느낌? 어떤 술이든지 간에 나한테는 다 씁다. 근데 이건 그래도 별로 안 씁더라고. 게다가 동혁이 형 왈, 간바레오또상은 같은 가격의 다른 사케에 비해 양이 많단다. 900ml. 사케치고는 그래도 내가 마시기에도 부담이 덜 해서 뽈짝뽈짝 마셨다.
사케는 항상 이렇게 마셔야 되는지 모르겠지만 중앙에 구멍이 뽕 뚫려 있어 거기에 얼음 넣어서 차갑게 해서 마시더라고. 소주 마시는 데서도 이런 거 주면 안 되나? 있나? 아~ 내가 소주를 안 먹지? ㅋㅋ 병 모양이 이쁘다.
승우한테 안주만큼은 내가 먹을 수 있는 걸로 시켜라고 했는데 이자카야라서 그런지 내가 모르는 메뉴들이 거의 대부분인지라 이거 드실래요? 하면 그게 뭔데하고 설명을 들어야 했었다. ^^; 해산물 종류는 내가 잘 안 먹다 보니 치킨 데리야끼를 시켰는데 몰라 가격 같은 거 신경 안 쓰고 먹어서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양이 그리 많지는 않은 듯 했다. 밥 안 먹고 여기 와서 안주로 때우려고 했다면 아마 성질 날 정도? 그나마 밥을 먹고 와서 다행이지. 여기는 양보다는 질인 거 같다. 퀄리티 베이스. 그래도 음식이 깔끔하고 보기 좋게 나와서 깔끔하게 술 한 잔 하기 좋을 듯 싶더라고.
메뉴판 나름 다 찍어오긴 했지만 내가 할 말이 없다. 왜? 아는 메뉴가 읍써. 게다가 다른 데보다 비싼지 싼지 조차 몰러~ 그래서 첫 페이지만 찍었는데 동혁이 형도 그랬지만 여기 메뉴판은 가게 분위기랑 영 딴판이다. 가게 분위기에 맞게끔 고급스럽게 바꾸는 게 좋을 듯. 물론 메뉴판이 이렇다 하여 음식이 허접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동혁이 형 말로는 여기는 싱싱한 재료 아니면 다 버린다고 한다. 정말로 그렇다고. 그게 그래도 한 자리에서 오래도록 이자카야를 운영할 수 있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꾸준히 있는 비결이라고. 분위기 괜찮고, 음식 깔끔하고. 괜찮더라고. 테라스가 있어서 여름에는 바깥에서 술 먹기에도 적당할 듯.
- 주소: 서울 강남구 청담2동 20-13
- 전화: 02-514-3860
위치는 지도로 대신한다. 난 여기 지리 잘 안다. 내가 살았던 곳이기도 하니까. 청담동에 있는 차움(차병원에서 만든 프리미엄 병원) 뒷편에 있다. 여기에 한 때 내가 정말 자주 갔던 청담골도 있지. 연예인도 종종 오고, 연예인스런 일반인도 많은. 거기 옆에 있더라고. 그러고 보니 이 동네에 부산 친구 하나 사는데. 그 녀석이랑 담에 술 한 잔 할 때 또 가봐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