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성형외과의 의료진 소개란을 보면 성형외과 비전문의도 있다. 그럼 성형외과 비전문의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얘기를 전달하고자 여기서는 성형외과 비전문의 중에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사례로 얘기한다. 대형 성형외과의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코 치료를 위해서 성형외과에 근무하는 것일까? 아니다. 성형 수술 그 중에서도 코성형을 전담한다. 그럼 코성형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하는 게 맞을까?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하는 게 맞을까? 꼭 영역을 나눌 필요는 없다.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할 수도 있고, 성형외과 전문의가 할 수도 있다. 실제 이비인후과에서 코성형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럼 대형 성형외과에서는 수술 케이스가 많다 보니 나름 통계를 내어 보고 성형외과 전문의보다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성형 수술을 잘 한다는 결론을 내려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뽑아서 코성형을 전담시키는 것일까? 아니다. 그럼 왜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수술을 맡기는 것일까? 그것도 대표원장 본인은 정작 성형외과 전문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거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건 비즈니스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성형외과 전문의의 꿈은 개원
성형외과 전문의가 되고 난 다음에 종합병원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하는 의사도 있다. 그러다 그만두고 나와서 개원의(개원한 의사)가 되는 경우 많다. 전문의로 성형외과를 선택했다는 건 대부분 자신의 성형외과를 차리고 싶다는 게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와 같이 신경외과를 택해야지. 다른 과에 비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수술도 힘들고 종합병원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 그러나 성형외과 전문의가 되었다 해서 개원을 할 여건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일단 경험이 부족하니까.
그래서 거치는 과정 중에 하나가 성형외과에서 페이 닥터로 일을 하는 것인데, 대형 성형외과의 경우에는 수술이 많다 보니 경험을 쌓기가 용이하다. 그만큼 들어가기도 힘들 뿐더러 들어가면 빡세게 수술해야 한다. 돈을 버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한다면 중소형 성형외과 중에서 페이를 높게 주는 데에 가면 되겠지만, 경험을 쌓기 위해서 대형 성형외과에서 빡세게 수술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만큼 또 잘 하면 페이도 많이 주지만 그만큼 또 열심히 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그만두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꿈이었으니까.
성형외과 비전문의는 충성하더라
대형 성형외과의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걸리는 거다. 물론 대형 성형외과의 경우에 페이 줄 만큼 주고 그만큼 뽑아냈으니 손해는 아니지만 나름 노하우를 쌓은 의사가 나간다고 하는 건 대형 성형외과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건 아니니까. 그게 다 성형외과 전문의니까 그런 거란 얘기다. 코성형의 경우,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고용해서 코성형을 전담시키면 이런 경우는 줄일 수 있다. 왜냐면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성형외과 비전문의기 때문에 나가서 성형외과를 차리기가 좀 애매하거든.
성형외과 선택 가이드 2편에서도 언급했듯이 간판 표기법이 다르다. 물론 이를 교묘히 활용하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그런 경우 대부분이 피부과 또는 외과인 경우가 많다.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성형외과를 차린 경우? 나는 아직 본 적은 없다. 있을 수도 있겠지.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코성형 이외에는 하기가 힘들고 코성형 전문 의원이라고 포지셔닝을 하려고 해도 이비인후과 전문의니까 자신의 이력을 숨기려고 할테고. 이런 문제 때문에 대형 성형외과에 근무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나가지 않는 거다.
마케팅적으로 활용되는 협진
이런 내막을 알고 있는 내가 어느 순간에 해당 대형 성형외과에서 이런 문구로 마케팅 하는 걸 봤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성형외과 전문의가 협진하여 기능적인 면과 미용적인 면까지 모두 만족시킨다는.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이렇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식이었다. 과연 코성형 하는데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성형외과 전문의가 협진해서 할까?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다 하는 걸로 아는데. 대형 성형외과의 경우, 마케팅을 하면서 의료진을 부각시키지는 않는다. 브랜드명을 부각시키지.
의료진을 언급한다고 해도 대표원장만 언급을 하고, 의료진들이 많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한다. 있어 보이려고 말이다. 그 가려진 이면에는 이런 내막들이 있다는 걸 관계자들이 아니면 알 턱이 없다. 나 또한 마케팅을 업으로 삼는 입장에서 그렇게 마케팅할 수 밖에 없다는 건 이해한다. 대형화가 되면 그럴 수 밖에 없다. 브랜드 중심으로 가야 하고 말이다. 그러나 성형 수술을 하려고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필요한 얘기는 해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왜? 뭔가를 알려주고 선택하라 하는 것과 알려주지 않고 선택을 유도하는 건 얘기가 다르지 않나?
이 글을 읽고 나서 성형외과 비전문의가 수술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이미 성형외과 선택 가이드 2편에서 비전문의라 하더라도 전문의보다 수술을 더 잘 하는 경우를 언급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다만 이러한 내막이 있다는 것도 알 필요는 있다는 관점에서 언급할 뿐이다. 또한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모든 대형 성형외과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수술을 위해서 진정한 협진을 하는 경우도 있을 거란 얘기다. 그런 대형 성형외과가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적는 이유는 이런 의도에서 성형외과 비전문의를 뽑는 대형 성형외과도 있다는 건 확실하기 때문이다. 단지 어디라고 얘기를 하지 않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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