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337번째 영화. 잔잔한 휴먼 드라마라 생각하고 울림이 있을까 싶어서 봤는데, 솔직히 얘기하자면 그렇지는 못했다. 1840년대 미국이라는 배경과 노예 제도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제도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긴장감 없이 단조롭게 전개되는 스토리 때문에 그랬다고 본다. <노예 12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딱 하나다. 참 좋은 시대에 살고 있구나. 만약 내가 저런 시대에 태어나 저런 꼴을 당했다면? 그런 생각이 해보니 이 시대에 누리는 자유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어찌보면 니가 옳니 내가 옳니 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떠들어대고, 정부를 비판하고 하는 그런 거 자체가 행복이라는 거. 그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 영화다.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잔잔한 드라마를 보고 싶은 때나 그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개인 평점은 7점 준다. 남자 주연 배우로 치웨텔 에지오포(솔로몬 노섭 역)를 제외하고 마이클 패스벤더, 베네딕트 컴버배치,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데, 이 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건 마이클 패스벤더고, 다음이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브래드 피트는 잠깐 나온다. 아무래도 스티브 맥퀸 감독이 좋아하는 배우인지라 가장 비중 있는 주연은 마이클 패스벤더를 맡긴 듯.
실존 인물 솔로몬 노섭
1808년 뉴욕에서 태어난 솔로몬 노섭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아버지는 원래 노예였다가 자유인이 된 사람이었다. 당시에는 남북전쟁 이전인지라 노예 제도를 시행했던 주가 있었고, 반대하던 주가 있었는데, 솔로몬 노섭은 자유인으로 노예 제대를 반대하던 주에서 살다가 납치되어 노예 제도를 시행하는 주에 노예로 팔렸던 거다. 12년 동안 노예로 살던 솔로몬 노섭은 자유인이 된 후에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펴내는데 그 책의 제목이 바로 '노예 12년'으로 영화 <노예 12년>의 원작이 된다. 출간 후 3년 동안 3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로(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이라 생각해보면 엄청 팔린 거라 할 수 있을 듯) 노예 제도의 문제점을 자신의 경험담으로 보여주어 당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이세현 옮김/새잎 |
참고로 남북전쟁이 1861년에 시작된 점을 감안한다면 솔로몬 노섭이 쓴 '노예 12년'이란 책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듯 싶다. 직접 자신이 경험한 바를 기술한 데다 백인이라고 해서 다 나쁘게 그리고 있는 게 아니었기에 주관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다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노예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꽤 많아졌을 듯. 비록 솔로몬 노섭 때문에 남북 전쟁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솔로몬 노섭이 적은 '노예 12년'이란 책의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기에 비록 자신은 12년을 노예로 살았지만 이를 책으로 적어냄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준 걸 생각하면 그 12년이 결코 헛되다고 볼 수는 없을 듯.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