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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독서

새 먼나라 이웃나라 제8권 일본 역사편

새 먼나라 이웃나라 8
이원복 지음/김영사

* 2003년 11월 1일 읽고 난 다음에 적은 글을 그대로 옮긴다.

아는 사람은 알듯이 내가 좋아하는 책은 역사와 철학이다. 어느 순간부터 철학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계기는 사실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물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을 알 것이다. 바로 '대망'이라는 책을 통해서 철학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쨌든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책. 아니 '대망'부터 시작된 일본의 관심 속에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 여타의 일본 관련 서적보다는 이렇게 쉽게 글과 그림으로 되어 있는 책이어서 그런지 이해가 쉬웠다.

지하철 속에서 책을 들고 읽으면서 마치 이것이 만화인양 쪽팔린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책을 읽는 이유는 이 책을 통해서 앎 또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데에 있다. 그 책이 만화책이라고 해도 말이다. 최근에는 만화책도 꽤나 많이 봤었는데, 만화책도 만화책 나름이다. 최근에 읽었던 '미야모도 무사시' 소설 보다는 차라리 '배가본드'라는 만화책이 훨씬 더 나은 것 처럼 말이다.(둘의 내용은 똑같다. '배가본드'라는 만화의 원작은 '미야모도 무사시'기 때문에 내용의 다름은 없다. 단지 소설이냐 만화냐의 차이다.)

일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물론 역사 얘기기 때문에 그 역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얘기하면 할 말이 없다. 사실 이 먼나라 이웃나라는 우리 나라의 교과서적인 역사 얘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은 교과서의 틀을 벗어나 원인과 결과, 그 일이 그렇게 벌어질 수 밖에 없는 당위성에 대한 일련의 고찰이 들어있기에 역사를 알고저 하는 이들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나 한다.

솔직히 이런 책을 만약 고등학교 때 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고등학교 때의 관심사는 공부가 아닌 역사도 아닌 술,여자,담배였기 때문에 아마 도움이 전혀 안 되었겠지만 책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이라면 정말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여타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내가 관심 있는 부분만을 따로 정리한다. 참고만 하길 바란다. 단지 내가 나중에 점검할 때 쉽게 찾기 위해서 정리한 것이니 남에게는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1.
天皇(천황)의 일본식 발음은 덴노다. 덴노라는 호칭은 大王(대왕)의 일본식 발음인 오키미에서 바뀐 것인데, 오키미라는 호칭보다는 덴노라는 것이 더 위라는 생각에서 바뀐 것이었다. 이 때가 서기 690년경이다.

일본이 저지른 실수가 증명하듯이 약간은 일본인들은 자국 우월주의에 약간은 빠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분명 일본은 강자에게는 약하다. 그게 참 특이한 부분이다.

일본은 국가라는 기틀이 늦게 마련된 나라인데, 일본의 자국 우월주의에 빠져 역사를 왜곡하기 시작한다. 그것의 일환 중에 하나가 임나본부설이다.

2.
덴노는 다음의 세 개를 가지고 있다. 옥구슬, 거울, 신검. 이것이 덴노의 상징으로 神器(신기)라고 한다. 내가 덴노라는 언급하는 이유는 일본의 역사에서 덴노라는 것의 상징적인 의미는 매우 중요하고 아직까지의 일본에서도 덴노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의 의미를 안다면 일본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덴노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한 것이 690년경 그리고 710년부터 교토로 도읍을 옮기기 시작한 이후의 나라 시대에서는 정식 나라 이름이 日本(일본; 일본어식 발음 니폰)으로 불리웠다. 이 뜻은 태양이 뜨는 곳이라는 뜻이다.

일본(우리 나라식 표현) = 니폰(일본어) = 지펀(중국어) = 저팬(영어)

4. 쇼군이란 무엇인가?
'대망'을 읽어본 독자라면 쇼군이라는 말을 어렴풋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천하 통일 이후에 맡은 직책이 바로 '쇼군'이라는 직책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연이 거칠어 개발이 늦은 일본 동쪽 지방에는 야만인들이 자주 반란을 일으켰는데 이를 정벌하기 위해 조정은 군대를 파견하였고 그 최고 지휘자를 征夷大將軍(정이대장군; 일본식 발음은 세이이다이쇼군)에 봉했는데 쉽게 얘기해서 군사 최고 지휘자라는 의미고 줄여서 '쇼군'이라고 한다. 794년 처음 이러한 직책이 나왔으며 이후 일본의 역사에서 많이 나오는 군사 정부에서 '쇼군'은 끊임없이 나온다.

일본 역사에서 가장 핵심은 '덴노'라고 불리는 정부와 '쇼군'이라 불리는 바쿠후의 이해와 관계 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5. 바쿠후는 무엇인가?
바쿠후란 전쟁터에서 장수가 머물며 작전을 지휘한 천막을 뜻하는데, 일본 역사 속에서 '덴노'라는 것은 신격화 되어 있다. 즉, 일본의 국가 형성이 느리다 보니 훗날 역사도 왜곡하고 다른 나라 어느 나라에서도 있는 건국 신화를 만들면서 끼워 맞추기를 한다. 그러면서 신의 자손에서 나온 '덴노'라는 것을 신격화하게 되는데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덴노'라는 직책은 신이다. 일본인들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 '덴노'라는 것이다.

이러한 덴노가 힘이 약해서 섭정[fn]군주국가에서 국왕이 어려서 즉위하거나 병 또는 그 밖의 사정이 생겼을 때 국왕을 대리해서 국가의 통치권을 맡아 나라를 다스리는 일 또는 그 사람[/fn] 정치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덴노라는 신격화된 존재를 없애지 않고 쇼군이라고 해서 실질적인 군사 정부로서 최고 권력자 행세를 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바쿠후는 쉽게 얘기해서 실질적인 정부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여기서 웃긴 것은 '덴노'를 없애고 내가 '덴노'가 되면 되는데, 왜 '덴노'라는 것을 없애지 않고 '덴노'라는 존재를 무력화하고(허수아비로 만들고) 실질적인 권력을 가지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이 일본이라는 나라의 아주 특이한 점이다. 즉 '덴노'라는 존재는 일본에게 있어서는 '신'인 것이다. 그것이 신토라는 일본의 토속 종교이다.

우리가 가끔씩 TV 에서 보는 신사참배와 같은 그런 것을 보는데 그것이 이러한 신토와 관련이 있는 행위들이다.

6. 무로마치 막부
1338년 아시카가 다카우지가 고묘 덴노를 세워 교토에 바쿠후를 세우고 무로마치 막부 시대를 열게 된다. 이 책에서는 막부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막부라는 것은 幕府라는 한글 음을 딴 것이고, 바쿠후는 일본식 발음이다. 즉 막부 = 바쿠후라는 뜻이다.

이 막부 시대에는 다이묘가 처음 등장하는데, 일본의 각 지방을 관할하기 위해서 막부의 쇼군 아래에 슈고다이묘라는 직책을 만들었는데, 줄여서 大名(일본어 발음 다이묘)라고 불렀다. 가마쿠라 막부 시대(무로마치 막부 이전 잠깐 있었던 막부)에도 슈고라는 직책이 있었는데, 그것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슈고다이묘라고 했고, 이 둘의 차이는 가마쿠라 막부 때는 강력한 중앙집권제였지만 무로마치 막부 때는 지방자치 형식으로 각 다이묘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만큼 문제가 생기는 법. 이렇게 중앙 집권이지만 지방 자치 형식으로 권한을 많이 주다 보니 시간이 흐를 수록 지방 다이묘들의 세력이 커져서 쇼군을 허수아비로 만들게 된다. 이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우리 나라의 실정에 비춰보면 말이다.

즉 나는 이러한 관점에서 어떠한 정책이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은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기 마련이라는 내 생각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 잘 짜여진 조직이 와해될 수 밖에 없는 것은 결국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이고,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것도 언젠가는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는 것이리라. 법치 국가라는 이 법 자체도 내가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강자들만의 전유물인 것 처럼 느껴지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 논리다.

8. 잇키
어떤 목적을 앞세워 일치단결하여 단체행동에 옮기는 것을 잇키라 하는데, 일본 역사상 최초의 농민 봉기는 1441년에 일어났고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다른 여타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대중 집회나 민중 반란들과는 성격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이다.

9. 오다 노부나가의 등장
무로마치 막부의 이름만 있을 뿐 명목만 유지해 오다가 오다 노부나가가 1573년 공식적으로 없앴다. 이 당시는 각 지방이 중앙 권력의 지배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지배하는 지방권력이 나타났는데 이것을 센고쿠 다이묘(戰國大名)라고 한다. 오다 노부나가도 센고쿠 다이묘 중의 하나였다.

어찌 일개 센고쿠 다이묘가 막부를 없앴느냐? 오다 노부나가가 당시에 유력한 다이묘들을 차례로 굴복시키고(아... 기억력 봐라. 이거 예전에는 다 알았던 이름인데...) 교토에 입성해서 쇼군을 폐위시키고 교토에서 추방했던 것이다.

10. 적은 바로 혼노지에 있다!
이 말은 적은 밖이 아닌 내부에 있다는 의미로, 오다 노부나가가 천하 통일을 눈 앞에 두고 그 파란만장한 삶을 자결로 끝낼 수 밖에 없는 혼노지 사변을 두고 생긴 일본 말이다. '대망'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안타깝게 느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으로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천재적이고 가장 독선적이었던 한 시대의 영웅 오다가 죽는 장면이기에 아직도 기억하는 부분이다. 이 때가 1582년이었다.

11. 일본의 통일 1590년
1590 년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통일되었다.
(여기까지 적다가 잠시 쉬는중 이게 나만의 정리가 아닌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는 게 강해서 안 되겠다 싶어 나만의 정리로 선회한다. 궁금하면 나만큼 여러 책을 읽도록...)

12.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정책
토지와 수확량 조사 -> 지방 다이묘들의 힘이나 세금을 매기는 기준. 즉, 다이묘의 힘이 얼마인지를 알아야 견제할 수 있으므로.
고쿠다카 실시 -> 모든 땅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이나 특산물을 쌀로 환산하는 정책
가타나가리 시행 -> 기존에 농민이 칼을 차고 무사가 된 것을 막기 위해 시행
히토바라이령 -> 계급 제도로 서로 다른 계급의 사람들이 섞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
이 모든 것을 왜 했을까?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대망'을 읽어보면 더 많은 것들을 알 수가 있다. 읽어보도록!

13. 도쿠가와 이에야스 - 오고쇼
쇼군의 위의 직책이 바로 오고쇼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직책인데, 쇼군이 된 2년 만에 아들에게 물려주고 오고쇼가 된다. 정주영 명예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 있으되 실질적으로 뒤에서 조정한 것과 마찬가지인 그런 직책이다.

14. 하타모토
쇼군에게 직접 봉사하는 가신. 에도 막부 시대에 새로 생긴 직책으로 그 당시에는 사무라이(무사)도 급이 있었다. 이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기존의 역사 고찰을 통해서 수도 중심에는 자신의 인척을 우선 배치하고 그 다음에는 자신의 핵심 가신들을 배치하고 그 다음에는 자신의 가신이 아니었지만 자기에게 충성을 바치는 가신들을 배치하는 식의 구도를 취하여 결국 반란이 일어나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또한 산킨고다이라 하여 1635년 부터 실시한 정책은 다이묘들을 완벽하게 감시하기 위하여 가족을 볼모로 잡아뒀는데 다이묘의 가족은 에도에 살게 하고 다이묘는 1년은 영지에서 1년은 에도에서 강제로 살도록 한 정책이다.

15. 明治維新(명치유신; 일본어 발음 메이지 이신)
에도 막부 이후 발달한 상공업으로 사농공상의 가장 천대받던 계급인 상인 계급이 새로운 실력자로 떠오르면서 전통적인 지배계급인 무사 계급을 밀어내고 사회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는데 이것이 메이지이신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의미다.

16. 겐로쿠 시대
겐로쿠라는 말은 아직도 일본에서는 '최고의 경기'를 상징하는 말로 통하고 있는데, 이는 17세기 초부터 경제가 크게 성장하여 17세기 말에 이르러 그 전성기에 이르렀는데 이 때를 겐로쿠 시대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17.
일본만큼 철저하게 고립되어 외부와 담을 쌓고 살아온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일본도 한반도와 중국, 그리고 서남아시아와 끊임없는 교역을 해왔지만 문물이 오간 것이지 민족이 이동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일본 민족은 2천여년 동안 타민족과 섞이지 않은 '일본인'이라는 동질성이 강하다.

그 동질성을 바탕으로 하나의 특수한 일본적 성격을 형성하게 되는데 그것은 받아들이되 무엇이든 자신에게 맞고 편하게 다시 마들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즉 일본화에 있다.

18. 일본 역사의 특성 I
일본의 모든 변화의 주체는 국민이 아닌 지배층이었고, 국민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순종만 했다. 그러므로 국민은 잘 길들여진 채 순종에 익숙해져 위에서 주는 대로 받아먹었을 뿐, 스스로 싸워 얻은 게 없었고 그래서 일본 역사에는 한 번도 민중혁명에 의해 정권이 무너진 적이 없다.

일본 역사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민중봉기가 있었지만 이는 굶주림과 착취에 견디다 못해 들고 일어나 지배계층의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었지 뒤엎으려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 민중혁명과의 큰 차이점이다.

19. 일본 역사의 특성 II
권력을 잡은 자는 명분을 무시하고 당당히 앞에 나선다는 점이다. 국가의 정통성과 섬나라 통합의 상징인 덴노는 인정하되 덴노의 세력이 약하면 셋쇼, 간바쿠의 당당한 공직으로 권력을 행사했다.

메이지이신 이후 실세들은 덴노를 국가의 주권자라는 헌법으로 떠받들면서도 아예 신격화하여 실제 권력에 손대지 못하게 했고 내각이란 이름 아래 몇몇 한바츠 유력자가 전권을 휘들렀다. 심지어 점령자이자 실질적인 황제였던 맥아더조차 일본 정보는 그대로 두고 GHQ 라는 사령부를 통해 덴노 뒤에서 일본을 지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