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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격투기

주먹이 운다 - 용쟁호투: 그동안 수요일 새벽을 즐겁게 해줬던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 - 용쟁호투>가 어제부로 끝났다. 수요일 새벽에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는데. 격투기를 즐겨 보곤 하지만 격투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정도는 아니라 매회 감상평을 올리진 않았다. 반면 <더 지니어스: 블랙 가넷>은 머리 쓰는 거랑 심리 게임인지라 쓸 거리가 생기곤 하니까 매회 감상평을 올리는 거고. 그래도 10부작이 다 끝났으니 이번 <주먹이 운다 - 용쟁호투> 전체에 대해서 길진 않지만 끄적거릴란다. 그냥 눈에 띄는 참여자들 중심으로만.



우승자, 키보드 워리어 김승연


지옥의 3분 때 보여줬던 브라질리언 킥이 인상적이었고, 좋은 체격에 훈련에 임하는 자세 또한 성실해서 우승후보 0순위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생각보다 나이 어리네. 26살. 왜 이리 노안인지. 본인 스스로를 키보드 워리어라고 하긴 하지만 그래도 실력을 겸비한 참여자라 생각한다. 근데 몇몇 참여자들을 보건대, 김승연의 펀치 파워가 쎄긴 한 듯. 개인적으로 유강설과 제대로 한 번 붙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던데. 물론 예상되는 바야 있긴 하지만 경기야 해봐야 아는 거니까. 아쉽게도 유강설이 중간에 부상으로 인해 탈락하면서 그럴 기회는 없어졌네.



준우승자, 꽃미남 파이터 권민석


<주먹이 운다 - 용쟁호투> 방송하기 전부터 우승후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입식 타격에서는 실력이 좋은 듯 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결승까지 올라가리라 생각치는 못했다. 이유는 아무리 입식 타격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주먹이 운다 - 용쟁호투>의 경기 방식은 MMA 아닌가? 지금 UFC에서 그래도 입식 타격가에서 MMA로 전환해서 잘 나가고 있는 마크 헌트의 경우도 초반에 MMA에 들어와서 서브미션 패를 연달아 몇 패 했었지? 그래도 마크 헌트야 중량이 꽤나 나가는 선수라고 해도 권민석의 경우는 체급이 좀 낮아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생각했다.


<주먹이 운다 - 용쟁호투> 초반에는 MMA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 자신감도 상실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그래서 결승까지는 못 가겠다는 내 예상이 어느 정도 맞는 듯 했는데 확실히 입식 타격에서 4체급을 석권한 선수답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열심히 연습해서 그런지 눈에 띄게 달라진 기량을 보고 다소 놀랬다. 비록 룰이 다르긴 해도 격투가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이 되니까 그런 거겠지 하고 말이다. 준결승에서 서동수를 이기는 거를 보고서는 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킥이 보통 킥이 아닌 듯.


조금 아쉽다면 결승에서 너무 해보지도 못하고 패했다는 거. 거의 완패? 어차피 체급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져도 이기는 게임이라 지려면 멋지게 지고, 경기가 잘 풀려서 이기게 되면 대단한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끝날 지는 몰랐다. 체급 차이도 체급 차이지만 김승연의 펀치가 꽤 쎈 거 같다는. 그렇다면 유강설은 얼마나 힘이 좋다는 얘긴지. 그렇게 따지면 정말 이번 참여자들은 좀 다른 거 같다. ^^;



정작 느끼했던 건 너, 서동수


개인적으로 비호감이다. 실력이 없는 참여자는 아니지만 일단 기본적인 자세가 안 됐다고 보고 성실하지도 않고. 원래 그런 듯. 정말 진지하게 임하고 최선을 다하면서 체력을 키웠다면 이번에 참여해서도 많이 달랐을 듯 싶다. 뭐 여자 밝히는 거야 남자들이면 다들 그러는 거니까 그런 거는 밉게 안 보였는데(나는 서동수 같이 대놓고 그러는 게 오히려 낫다고 보니까) 약삭빠르게 요리조리 피해가는 거 보면 장난 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게다가 브라질 갱스터 보고 변태라고 하는 그런 발언은 좀 아니다 싶다. 오히려 카메라 보면서 방긋 웃으며 실실 쪼개는 서동수가 더 느끼하고 변태스러웠지. 그래도 이번 <주먹이 운다 - 용쟁호투> 참여해서 다음부터는 운동을 좀 진지하게 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근데 말이지. 내가 사람은 말이야. 안 변해~ 마지막에 권민석한테 지고 서도 싱글벙글이었잖아. 그게 서동수의 캐릭터라니까.



분노억제장애, 브라질 갱스터 최홍준


힘 좋고 일반인들에 비해서 싸움은 잘 하는 거 같은데 격투가로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인상 지으면 무서워 보이겠지만 <주먹이 운다 - 용쟁호투>에서 본 웃는 모습을 보면 20대 같아 보이. 그러고 보니까 이번 <주먹이 운다 - 용쟁호투>에는 26살이 많네. 그래도 이번에 <주먹이 운다 - 용쟁호투> 참여해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길 바란다. 아직 젊으니 기회는 많을 듯. 근데 이런 애들이 순수하고 친해지고 나면 의리 있고 믿음직한 법이거든?



기술과 체력만 쌓는다면, 촌구석 몬스터 유강설


프로필을 보니 거제 폭격기 김영환보다 몸무게가 덜 나가네. 촌구석 몬스터는 94kg, 거제 폭격기는 95kg. 근데 힘은 보통이 아닌 듯. 김승연과 60초 맞짱할 때 보니까 눈빛이 살아 있던데. 기술이 안 되서 그렇지 힘은 제일 쎘던 참여자. 중도 탈락한 게 못내 아쉽더라고. 개인적으로 좋아라하는 캐릭턴데. 도발하지 않았으면 유강설이 발끈하지도 않았을텐데 김승연이 도발했잖아. 근데 절대 밀리지 않아. 죽여버린다 그러고 ㅋㅋ 담번에 재도전해서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하는 참여자다.



오~ 실력 많이 늘었네, 안기수


실력 많이 늘었다. 전에 나왔을 때보다 훠얼씬. 전에 나왔을 때 그 시즌의 유력한 우승 후보자로 거론되었던 두만강 건너서 온 박충일까지 이겨버리고. 실제 직업이 웨이터라고 하는데, 격투기에 대한 열정과 격투기를 대하는 자세 그리고 진정성은 참여자들 중에서 가장 높았던 거 같다. 그래도 방송 나왔으니 웨이터라고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듯. ㅋㅋ



아쉽다, 주짓수 스페셜리스트 안태영


자신감이 넘쳤기에 김승연을 지목해서 붙겠다고 한 거겠지만, 김승연의 펀치 파워에 무너졌던. 주짓수 스페셜리스트답게 그라운드 기술이 가장 돋보였던 선수였는데. 김승연이 그래도 우승자가 됐으니 우승자와 붙어서 진 거라 위안을 삼아야할 듯.



기술 부족, 거제 폭격기 김영환


격투기를 하기에는 가장 부족한 참여자가 아닌가 싶다. 격투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조건 유도식 테이크 다운에만 집중하는 거며, 그라운드에서 좋은 기회를 살리지도 못하고 파운딩하는 모습도 별로고. 유도는 잘 할 지 모르겠지만 너무 거기에만 얽매인 듯. 4강에 올라가기 힘든 선수였다고 본다.



맏형, 인간 청소기 최종찬


뭐 엄청 나이 들었나보다 했는데 34살이여. 어허~ 이제 나도 나이가 든 축에 속하는가벼. 서럽네. 체력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정말 잘 싸웠던 참여자. 거제 폭격기 김영환과 같이 유도를 베이스로 하고 있는데도 최종찬은 종합격투기에 빠르게 적응하던데, 기적을 기대했지만 기적은 없었다는. 



서두원은 방송을 하고, 남의철은 팀 감독을 하고


그리고 <주먹이 운다> 지금까지 챙겨 보면서 감독으로 나선 두 명의 선수. 서두원과 남의철에 대해서 몇 마디 하고 마무리할란다. 내가 만약 참여자로 둘에게 모두 선택되는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남의철 선수한테 가겠다. 이유는 남의철 선수가 실력이 더 좋기도 하지만, 실력을 떠나 격투기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잘 하는 선수를 보기 보다는 정열이 있고 패기 있는 선수를 고르는 점도 맘에 들고. 그에 반해 서두원은 뭐랄까? 자기 인맥들 방송에 내보내려는 느낌? 그러니까 남의철은 팀 감독을 하는 거고, 서두원은 방송을 하는 거고.


최근에 모 의사가 주최하는 자선파티에 간 적이 있었다. 거기 화장실에서 뜻밖의 친구를 보게 됐지. 누구라고는 얘기하지 않겠지만 운동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화장실에서 소변 누고 있길래(나도 소변 누러 간 거였고) "OO아~" 그랬더니 돌아서서 90도로 인사한다. 어랍쇼? 그리고 날 보더니, "너 왠 일이냐? 너도 아는 사람 있어?" 그러는 거다. 그 녀석은 여기 온 사람 중에 패밀리가 있어서 왔다는 거다. 내가 그 녀석 이름을 불렀을 때, 그 녀석은 날 지가 아는 형님으로 오해했단다. 인사가 몸에 배인 듯. 내가 이 얘기를 왜 하냐면 강남에 그런 부류들이 있다. 패밀리라고 하면서 서로 인맥을 형성하는. 내 주변에도 여럿 있다.


그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어쩌면 그게 그네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살아남는 방식이니까. 단지 나랑은 안 맞을 뿐이지. 나는 상대가 돈이 많든 적든, 사회적 지위가 어떠하든 인간으로 대한다. 돈이 있다고, 지위가 높다고 대우 받으려 드는 거 엄청 싫어한다. 근데 인맥을 챙기는 이들은 뭐랄까 그렇지가 않더라고. 그래서 그네들은 어느 정도 자기가 조금 높아졌다고 생각하면 예전에 알던 사람들을 다소 우습게 아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러면 상종 안 하지. 내가 뭐 도움 받을 일도 없고 말이지. 그런 경우를 좀 봤던 지라 강남 인맥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서두원을 보면서 딱 그런 류의 사람이란 게 느껴지더라고. 격투기 팬들 사이에서 서두원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냐 싶다. 나는 자신의 업에 있어서 진정성과 진지함이 없는 이들 별로 안 좋아한다. 어떻게 해서든 인맥이나 그런 걸 활용해서 쉽게 얻어가려고 하거든. 그렇게 돈을 벌고 스스로는 뭐가 됐다고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착각일 뿐이다. 나는 그런 모습 보면 무식해서 못 배워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모르니까 그런 거라는 게지. 그래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런 이들이 돈은 잘 벌더라. 다만 항상 지가 생각할 때 지보다 나은 사람들 똥구녕이나 핥고 다니면서 버는 거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