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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타이런트(Tyrant): 지금까지 본 미드 중에 최고, 강추


즐겨보던 <더 지니어스: 블랙 가넷>도 끝나고, <주먹이 운다>도 끝나고,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는 이제 현재 방영되는 족족 보고 있고, 볼 미드 없나 해서 봤는데 우워~ 이거 진짜 제대로네. 지금까지 내가 본 미드들 중에서 역대 최고라고 일컫는 건 <하우스 오브 카드>였다. 근데 이 <타이런트>는 <하우스 오브 카드>를 뛰어넘는다. 정말 정말 잘 만든 미드. 강추!



<하우스 오브 카드> vs <타이런트>


둘 다 정치 드라마다. 근데 내가 그렇게 극찬한 <하우스 오브 카드>보다 <타이런트>가 낫다고 하는 이유가 뭐냐? 이유가 있으니 그런 거 아니겠냐고. 우선 <하우스 오브 카드>는 리얼한 정치 드라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네 정치를 보는 듯 느껴지긴 하지만 이런 걸 보고 뭘 배울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는 거다. 이게 정치야? 당연히 받아들이고 정치를 하려면 이래야 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너무나도 리얼하게 잘 그려내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고 받아들이면서 보게 되는 거다.


이에 반해 <타이런트>는 그렇지 않다. 적어도 이래선 안 되지! 바람직하게 가야지!라고 말하며 그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현실에 부딪히는 면면들을 볼 수 있다. 이래야 되지 않겠냐고. 나는 이게 바람직하다고 봐. 사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1을 보고 나서 리뷰 마지막에도 언급헀지만 우려스럽다는 얘기를 했다. 이걸 보고 배운다면 세상이 과연 어찌 될까 하는 생각에. 물론 이게 현실이고 이게 정치판이라고 한다고 해도 드라마에서까지 그렇게 보여줘야 하는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지. 그러나 비단 그런 부분 때문에 <타이런트>가 <하우스 오브 카드>보다 더 낫다고 하는 건 아니다.




순수한 대의(大意)라 할지라도 그게 한 인간의 욕심일수도


스포일러 같아서 구구절절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타이런트>의 주인공은 중동의 가상국가인 아부딘의 대통령 동생 바쌈이다. 보통 <타이런트>를 소개할 때 보면 과격 테러단체가 많은 중동 국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흥미롭다는 얘기가 있는데, 신선하긴 하다. 그러나 그게 <타이런트>란 미드의 매력을 대변해줄 순 없다고 본다. 타이런트(Tyrant)란 뜻이 독재자란 뜻인데, 아버지의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형을 도와주면서 동생은 아부딘의 미래를 위해서는 형이 대통령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권력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순수한 대의를 위해서 형을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게 하려고 일을 벌인다.


그 의도가 자신이 권력을 갖겠다는 야망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순수한 대의 실현을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형을 속이면서까지 그렇게 하는 바쌈을 보면서 과연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그 의도가 순수했을 지언정 순수하다는 명목하에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는 것 또한 한낱 바쌈이란 한 인간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 찰나에 <타이런트>는 내가 생각한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사건의 전개를 꼬아버린다. 합! 거 재밌네. 


형인 자말은 부족한 부분이 분명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동생 바쌈의 얘기를 들으면서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동생 바쌈의 기준에서 보면 노력은 하지만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지. 즉 자기만의 기준에서 평가하면서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 잣대를 들이대는 동생 바쌈을 보면서 과연 그가 내세우는 명분이라는 게 절대적인 기준에서는 맞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흑백 TV도 안 나왔는데 컬러 TV를 내놓는 마냥. 세상의 일에는 단계가 있는 법인데 너무 앞서가게 되면 탈이 나기 마련인 거다.


그런 면이 잘 드러났던 게 미국에서 20년 산 바쌈이란 인물이 미국과 함께 작전을 펼치다가 미국에서 마지막에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하자라고 했더니 자기는 자기 하던대로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던 바쌈의 모습을 보면서 그 의도가 순수하고 명분이 옳다고 하더라도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닌가, 너무 자신의 잣대로만 모든 걸 재단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즉 의도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또한 그의 욕심이 아니었나 싶었던 게지. 이런 면들이 참 많이 보였던 미드가 <타이런트>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한 인간의 권력에 대한 욕망을 쟁취하는 비열한 과정을 리얼하게 드러낸 반면 <타이런트>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얘기지. 왜 내가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2를 보고 나서는 리뷰를 안 적었느냐? 이런 얘기 적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선과 악이 합치면 악이 이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다. 내 동양철학을 공부할 때, 선과 악이 1:1로 싸우면 악이 이기게 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게 맞다 틀리다를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나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게 현실에서도 선한 의도와 악한 의도가 만나게 되면 악한 의도가 이기게 되어 있다. 왜냐? 더 많은 수를 보기 때문이다.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은 믿고 그냥 편하게 지내는 데 반해 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은 속이기 위해서 믿게끔 만들고 자신은 더 많은 생각을 해서 준비하거든. 물론 <타이런트>에서 바쌈은 선이고, 형인 자말은 악이라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바쌈은 선하고, 자말은 악하다고 할 순 있어도 말이지.


바쌈이 일으키려고 했던 쿠테타가 실패한 핵심에는 그럴 만한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을 믿어서다. 나는 비즈니스를 할 때 어떤 걸 유심히 보냐면 저 사람은 이럴 가능성이 꽤 있는 사람이다 하면 나는 기본적으로 그걸 가능성의 잣대로 두지 않고 그럴 거라 생각하고 상황적인 맥락을 파악한다. 그래야 당하지 않으니까. 지금껏 살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상황에 따라 달리 행동할 뿐이다. 그래서 똥 누러 갈 때랑 똥 누고 나올 때 심정 다른 거다. 뻔히 보이는 데도 믿는다는 말, 함께한다는 거 때문에 그냥 지나쳐버리면 그게 결국 큰 화로 돌아오는 법이다. 그만큼 바쌈이 순진했던 게지. 그러나 한편 이해도 한다. 거사를 위해서는 당연히 믿고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이다.



새옹지마


바쌈은 어릴 적 자신이 형을 대신해서 쏘아 죽인 사람의 가족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 가족은 다른 데로 이사갔고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들은 얘기. 그 가족은 아빠가 총살로 죽고 난 다음에 자기네들까지 죽일까봐 도망갔는데, 그 이후 그 동네는 가스 살포로 동네 사람들 다 죽었다는. 의도는 그러하지 않았지만 아빠를 죽임으로 인해 가족들은 살 수 있었던 거다. 즉 거기서 아빠가 죽지 않았다면 가족들이 가스에 몰살했다는 얘기. 새옹지마가 떠오르던. 이런 게 <타이런트>를 보면서 많이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거든. 확실히 <하우스 오브 카드>와는 좀 틀렸던 게지.



잠자리 정치는 어쩔 수 없는가벼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나는 권력을 가진 이가 왜 아내한테 구구절절 얘기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했던 사람 중에 하나다. 얘기해봤자 좋을 것도 없는데 말이다. 형인 자말이나, 동생인 바쌈이나. 그런 데서 변수가 많이 생기기 마련인데. 형인 자말의 아내는 정치에 간섭하려는 듯 보이고, 동생 바쌈의 아내는 평등 좋아라하는 미국인이다 보니 참 사람 답답하게 만든다. 난 그런 거 보면서 연애나 결혼은 참 피곤한 일이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그래서 내가 연애나 재혼을 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지. 일에는 연애가 방해가 돼. 맨날 뭐 챙겨줘야 돼. 항상 사랑하는 느낌을 전달해야 돼. 아~ 나랑 안 맞아.


그래도 <타이런트> 보면서 좀 이해가 됐던 건 아무리 그렇다 해도 잠은 같이 자니까 잠자리에서 얘기는 할 수 있잖아. 어쩔 수 없는 거여. 아예 따로 자든지 그래야지 그렇지 않고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밖에 없겠더라는 게지. 그런 걸 생각해보면 대통령인 자말의 아내는 남편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같은 침대를 쓰는 걸로 나오는데 고단수야 고단수. 보통내기가 아냐. 근데 이뻐~ ^^ 말 나왔으니 어떻게 생긴 배우인지 보여줌세.



영부인 역, 모란 아티아스



이스라엘 태생의 모란 아티아스란 배우인데 <타이런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배우다. 키가 좀 크다 싶었는데 175cm. 나이는 35살(만 34살) 맥심 모델 출신이다. 함 봐바. 남자들이면 좋아할 만한 육감미를 느낄 수 있는 배우. 



예고편



시즌2는 올해 13부작으로 나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