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지코지에서 이동한 곳은 제주도에서 묵었던 제주신라호텔과는 정반대에 있는 만장굴(제주신라호텔은 남서쪽, 만장굴을 북동쪽). 사실 나는 굴에 들어가본 적이 없어서 나름 기대를 했었다. <생텀>에서 본 그런 굴은 아니라 하더라도(<생텀>에서 나온 굴은 수중인지라 스쿠버 다이빙으로 탐험해야 했던 거고) 뭔가 멋진 게 있겠거니 했던 거다.
만장굴
만장굴의 종단면도다. 만장굴로 들어가는 입구는 총 3개가 있는데, 일반인들 즉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입구는 2입구 하나다. 그리고 공개된 구간 또한 1km 남짓으로 왕복 50분 정도 소요된다. 만장굴에 가기 전에 만장굴에 대해서 알아봤을 때 서늘하다고 하는 말 떄문에 두툼하게 입고 들어갔는데 덥더라. 아무래도 겨울철이다 보니 바깥보다는 오히려 따뜻하다고 해야 하나? 내부 온도는 연중 12도 정도 수준에서 유지된다고 하니 겨울철에는 오히려 따뜻하다고 느낄 수 밖에.
제2입구
이게 일반인에게 공개된 만장굴 제2입구다. 여기서부터 계단을 타고 내려가 만장굴로 내려간다.
계단타고 내려가서 아래에서 제2입구를 찍은 모습. 구멍이 뻥 뚫린 모습이 마치 잠실 주변에서 요즈음 종종 일어나는 싱크홀 같은 느낌. 여기서 만장굴에 대해서 잠깐 정리하자면,
① 세계 최장 길이의 용암동굴: 약 8.9km, 폭은 3~23m, 높이는 3~20m
② 세계에서 가장 큰 용암석주: 약 7.6m
유네스코 3관왕 뭐 그런 얘기는 만장굴을 뜻하는 게 아니라 제주도(Jeju Island)를 말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가는 곳마다 유네스코 3관왕, 세계7대자연경관 이런 얘기를 항상 하는데 좀 조사하거나 꼼꼼하게 읽어보고 용어 사용하길. 제주도를 말하는 거다 보니 제주도 어디를 가도 매한가지로 그렇게 적혀 있는 거지 해당 경관(여기서는 만장굴)만 그렇다는 게 아니거든. 위에 제시된 수치는 만장굴 제2입구에 적힌 수치와는 틀리다. 나름 백과사전들 찾아보면서 크로스 체크해보고 적은 것.
만장굴 내부
이제 계단 다 내려왔다. 진강이보고 굴에는 괴물이 산다고 했더니 계속 묻는다. 괴물 어디 있냐고. 아. 괜히 그렇게 얘기해서 계속 집요하게 물어보네.
만장굴은 용앙동굴이다. 용암동굴(lava tube)이라 함은 용암이 흐르면서 생긴 동굴이란 말이다. 용암 겉부분은 공기를 만나 빨리 식어서 굳어지게 되고 내부는 용암이 계속 흐르면서 굴을 형성하게 되는 건지라 굴 내부 벽을 보면 이렇게 용암이 흘러가서 생긴 흔적들을 볼 수가 있다.
중간 중간에 색깔있는 조명들도 보인다. 조명이 있긴 하지만 사진을 찍기에는 충분한 광량이 안 되어 어두운 데서 밝게 나오는 장점을 가진 소니 A7(이건 비단 A7만이 아니라 소니 계열의 카메라가 다 그렇지)이라도 그닥 사진은 잘 나오지 않는다. 아. 아이폰 조명 기능. 그거 이용할 생각을 못 했네 그려.
어두운 굴 내부에 걷기에 불편함이 없는 조명 외에 이 부분을 잘 보라고 설치된 조명들. 그래서 조명이 비춰주는 곳만 둘러봐도 된다. 그런데 별 감흥이 읍써. 봐도 말이지. ^^ 와~ 멋지다 그런 생각이 안 들더라는 게지.
굴 내부의 바닥이 모두 다 이렇지는 않은데 이런 지역이 있다. 뱀들이 기어가는 듯한 그런 바닥.
용암동굴에 대해서 공부하는 거라고 하면 도움이 될 수는 있겠다. 중간 중간에 조명 비춰주는 부분과 함께 그 부분에 대한 안내문이 있어서 말이다. 그러나 단순 관광이라고 한다면 그닥 좋은 평을 내리지는 못할 듯 싶다. 왜? 뭔가 신기하거나 멋지다거나 하는 게 읍써.
가다 보니 진강이가 그런다. 언제까지 가야 돼? 1km 왕복 50분 남짓 걸리니 대충 계산하면 되긴 하겠지만 "응~ 좀만" 하고 계속 걸었다. 성인인 나도 어디가 마지막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진강이는 오죽하랴. 진강이한테는 그냥 걷기 연습을 하는 듯 느껴졌다.
거북이 모양의 돌. 이 또한 용암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거라는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가다 보면 이런 데가 나온다. 이 즈음까지 오면 사람들 일단 여기에 마련된 벤치에서 쉬기 마련이다. 가로등과 같은 조명이 있어 마치 공원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데, 여기서 많은 관광객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어디가 끝이야? 여기서 더 가야돼? ㅋㅋ 나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거든. 근데 그래도 들어왔으면 끝을 봐야지 해서 잠깐 쉬다가 갔는데, 여기서 얼마 안 걸린다. 좀만 더 가면 끝이라는. 돌아서 나오는데 나중에 온 관광객들이 나보고 묻는다. 여기서 얼마나 더 가야 되요? ㅋㅋ 내 그 심정 이해한다니까.
벤치에서 쉬고 있는데 진강이 녀석 코 후비고 있다. 미치겠다.
쉬는 벤치에서 마지막 용암석주를 보러 가기 위한 길.
세계 최대 높이의 용암석주
이게 용암석주다. 7.6m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용암석주. 용암석주 위에 보면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 구멍으로 용암이 떨어지면서 굳어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 가거나 만져볼 수는 없었다는.
그래도 용암석주를 배경으로 사진 한 컷 찍어주고. 기념샷.
왔던 길로 다시 돌아나갔다.
* * *
개인적으로도 그닥 좋지는 않았었다. 다소 실망? 태어나서 처음 가는 굴이었던 지라 뭔가 신선한 무엇인가가 있을 거고, 멋진 뷰를 기대했던 것도 있고. 영화에서 보면 뭐 그런 거 있잖아. 굴 내에 호수가 펼쳐져 있고 뭐 그런. 그래서 실망을 했던 건지도 모른다. 게다가 1km 뭐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산책로 1km랑은 다르다. 산책로야 향기로운 나무 냄새, 솔솔 부는 바람과 함께 천천히 걸어도 몇 km를 걸을 수 있지만 굴은 바닥이 용암이 굳어서 형성된 거라 울퉁불퉁하고, 둘러봐도 돌 밖에 안 보이고, 어두컴컴하고, 굴 내의 특유의 냄새(그렇다고 나쁘지는 않은데) 밖에 없어서 1km라고 해도 상당히 길게 느껴진다. 진강이도 몇 번을 물어볼 정도. 아직 멀었냐고. 나 또한 어디가 끝일까 생각하며 계속 걸어야 했다는.
마지막 용암석주를 보면서 진강이 사진 찍어주는데, 어떤 아저씨 이런다. "이거 볼려고 여기까지 걸어온거야?" ㅋㅋ 내 그 심정 이해한다니까. 물론 이런 데에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거나 여러 동굴을 가보면서 일반인과 다른 뭔가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틀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관광객들과 같은 경우라면 비슷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비추. 나에겐 첫경험이었는데 좋지 못하다 보니 다음번부터는 굴은 안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들어가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 찍어놓은 사진 보고 결정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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