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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空은 無가 아니다.

'달라이 라마와 도올의 만남'에서는 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비존재는 없지만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공이다."

공과 무가 다른 것은 무는 비존재를 뜻하지만 공은 비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실체가 없을 뿐이다. 없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것이다. 사실 공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다른 것들을 이해해야 하지만 나는 아직 그 부분에서는 지식이 짧은 존재다. 다만 지금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을 정리하는 수준에서만 설명한다.

불교에서는 남에게 은덕을 베푸는 일을 보시라고 하는데, 내가 누군가에게 보시를 하고 그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은 無가 아닌 空이다. 無는 없는 것을 뜻하지만 空은 빈 것이라는 뜻한다. 불교에서는 항상 인과응보가 따르게 마련인지라 보시를 하면 그것이 사라지지 않고 나중에 대가를 치루게 되어 있다. 그것은 보시가 아닌 악덕을 행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분명 존재하는 어떠한 대가는 있지만 그것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1만큼의 보시를 해서 1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공기를 병 속에 담으면 병 모양이 되고 항아리에 담으면 항아리가 된다. 실체가 없는 것이다. 그 때의 상황에 따라 2만큼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그것이 그것의 실체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無가 아닌 空이다.

또한 空이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無恨과도 같다는 뜻이다. 그것은 내가 보시를 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空의 마음자세가 되면 그 대가가 아무리 작아도 또는 아무리 커도 빈 자리에 채우는 것이라 그것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것이다. 결국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는 그 대가를 바라지 않기에 그 대가 또한 空이 되는 것이다. 있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有限하게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규정하지 않기에 無限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空은 無限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