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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아들

인물화 @ 인천 월미도: 예전부터 아들 그려주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해본다

지나가다 보면 길거리에 앉아서 그림 그려주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냥 지나칠 만도 하겠지만 항상 아들이랑 주말에 뭐하고 놀까 고민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건 추억 쌓기다. 어린 시절에 아빠와의 추억 말이다. 그래서 이런 것도 해보고 저런 것도 해보고(그게 꼭 교육으로써 뭘 해보는 게 아니라. 경험으로써) 하는데, 길거리에서 아들을 모델로 그림 한 번 그려봤으면 했다. 그런데 놀러 가는 데에 보일 때마다 제안하곤 하지만 싫단다. 억지로 하는 건 아니라며. 그러다 이번에 인천 차이나타운 놀러갔다가 월미도 갔는데, 월미도에서는 그림 그리는 할아버지랑 양동 작전으로 꼬셔서 결국 자리에 앉혔다는 것. 성공~!



월미도에 보면 화가님들 몇 분 계신다. 모두 자신이 그린 그림을 액자로 만들어서 진열해두고 자신의 솜씨를 뽐내는데 그 중에 이 할아버지를 선택한 건 비교를 해보고 선택했던 건 아니고, 혼자서 음악 들으면서 그림 연습을 하고 계시는 모습을 넋놓고 보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그림 한 번 그리라고 해서 그림 실력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해서 아들 꼬신 거다.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 앉았는데, 그림 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30분 정도 된 듯 싶다. 나름 신경 써주신 듯.



내가 옆에서 그림 그리는 과정을 지켜보니 이렇다. 우선은 스케치. 대상 인물의 포인트를 잡는다. 그 포인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눈'이었다. 내가 할아버지께 여쭸다. 눈이 가장 중요한가 보네요. 할아버지 왈. "그럼요"



어느 정도의 스케치가 끝나고 난 다음에 어떤 상자를 꺼내시더니 거기서 붓을 꺼내신다.



그리고 눈부터 붓으로 윤곽을 잡으시는 거다.



그리고 머리 아래 상반신 윤곽도 잡는데, 이 과정에서 붓 이외에 여러 도구를 사용하시더라는. 나는 어지간한 건 다 자신 있는데 그림 그리기는 자신 없다.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면서 참 신기했었다는. 뭐랄까? 손의 섬세함? 4B 연필인가로 그림을 그리시는데, 강약 조절이 중요한 듯 싶더라고. 나는 못해. 뭐 열심히 하면야 어느 정도 할 수는 있겠지만 소질이 별로 없어서 말이다. 잘 하는 걸 더 잘 하는 게 낫지 못 하는 걸 잘 하려고 하면 시간 손해라 생각한다. 그래도 할 줄 아는 게 많고 관심 있는 것도 많다 보니 이것 저것 할 줄 아는 건 많지만 그래서 돈은 별로 못 번다는. 뭐든 일장일단이 있는 거 아니겠는가.



거의 마무리가 되어갈 즈음에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 할아버지께서 그리신 그림들. 잘 그리셨다. 나중에 다 그리고 돌아오는데 보니까 다른 분들의 그림을 볼 수 있었는데, 할아버지와 비교할 만한 분은 두어분 정도 계시더라는. 갖고 가서 액자에 담아두려고 했는데, 마침 할아버지 액자도 판매하신다. 그림 그리는 가격 3만원, 액자 가격 3만원 도합 6만원. 이 액자가 정말 3만원일까 싶기도 했지만 연필, 먹, 목탄으로 그린 그림인지라 집으로 갖고 가는 게 참 애매했다. 그림 망치기도 쉽상이었고. 그래서 그냥 구매했다. 그리고 이런 손재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그 가치를 단순히 얼마라고 측정하는 건 아니라고 봤고. 그래도 아들에게 추억이 될 선물로 주는 건데 가격이 무슨 상관일까 싶어서 말이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그림을 액자에 넣었다. 완성된 그림을 보면 실제의 아들보다 좀 더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미간이 다소 넓은 아들인데, 그림 속 아들은 밸런스가 잘 맞다는. 그래도 머리 스타일 하나는 똑같네 그려. 아래쪽에는 날짜와 함께 "아빠와 월미도에서"라는 문구를 붓글씨로 적어주셨다. 아들 방에 걸어두고 보다 보면 그래도 월미도에서 놀았던 그 때를 기억하겠지? 좋은 추억이 되었기를 바란다.



Edward Lee(@artofwar)님이 게시한 사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