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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불혹(不惑), 인생의 반을 살고 지난 과거를 돌아보다

0.

2015년 6월 28일. 오늘. 우리나라 나이로는 40살(만 39살)이 되었다. 사실 작년 하반기부터 40살이 된다는 게 좀 다르게 느껴졌다. 물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도 한편으론 하지만, 그건 힘든 순간에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어울리는 생각은 아니지 않은가. 30이 되었을 때는 사실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에이~ 이제 20대 아니잖아! 늙었네! 뭐 그 정도? 그러나 40이란 숫자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다르게 느껴졌다.


1.

인생의 반. 물론 더 살 수도 있고 덜 살 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인생의 반 정도에 해당되는 게 40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살기를 바랬던 사람이었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결국에는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인가?로 귀결되더라는. ㅋㅋ 그 생각 속에 비로소 나의 단점을 어떻게 커버할 것인가는 결국 내 스스로는 못 한다는 결론을 얻었던 것이다.


2.

아마 나랑 매일 보는 직원들은 느낄 지 모르겠지만, 내가 1년 사이에 좀 많이 바뀌었을 거다. 내 스스로도 많이 바뀌어감을 느끼고 있으니. 그게 꼭 내가 바뀌어야겠다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사람의 기질이라는 건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 좀 귀찮아서 그런 면도 분명 있긴 하지만, 좀 더 크고 넓게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 거다. 목표가 정해졌고, 이제 거기까지 나는 가야겠다는 생각에.


3.

소싯 적에 벤처랍시고 하던 때가 벌써 십수년 전이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나 싶겠지만, 나는 그들에게 이런 얘기는 꼭 해주고 싶다. 큰 배는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한 번 움직이면 멈추기도 힘들다고. 내 가치를 내가 재단한다는 거 자체가 우습긴 하지만, 깝도 안 되는 것들이 현재의 상태를 보고 평가하는 게 우습다. 만약 내가 몇 년 내에 우뚝 일어서면 그 때는 현재의 상태가 지금과 같진 않겠지? 그러면 그들은 '역시'라고 얘기를 할 거야. 그게 그들 수준.


4.

나 지금껏 그냥 살아온 거 아니다. 나름 뭘 하든 노력하고 살아왔다. 내가 그네들과 같이 직장 생활을 했다면, 같은 직장 내에서는 그네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었고, 돈을 벌려고만 했다면 그네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고, 투자를 받아서 회사 팔려고 했으면 그네들보다 더 많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 건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였고, 나는 그런 걸로 돈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뿐. 


5.

뭔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지 하는 생각이 강했다.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걸로 돈 벌고 싶지 않았다. 그게 여기서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니라는 건 내 삶이 증명해준다. 십수년 전에 한 주 강의만 해도 나는 250만원 정도를 받았다. 돈을 벌려고 했으면 강의를 했으면 되었겠지만 강사가 내 업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결국 친구들 대학교 다닐 때 벤처 사업을 했던 거다. 당시 강남의 아파트 값이 얼마였는데 말이다.


6.

내가 벤처를 할 때 소문을 들어보니 내가 100억을 벌었다는 둥의 얘기도 있었다. ㅋㅋ 내가 최초로 내 과거 얘기 중에 안 밝힌 얘기 하나 하자면, 그 당시 내 월급을 나는 내가 책정했는데, 그게 150만원이었다. 한 주 강의료도 안 되는 돈을 월급으로 책정했다. 그것도 내 스스로. 내가 왜 나 자신의 가치를 싸구려 취급했냐면, 난 돈이라는 걸로 가치를 측정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나에게 돈이라는 건 수단이었을 뿐 그닥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현실적으로도 보여주고 싶었기에 그랬다. 그 외에 왜 내가 하던 벤처가 망했는지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할 얘기 많다. 뺏긴 거지 망한 게 아니다. 그러나 얘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군대 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런 얘기를 하지 못했던 거고.


7.

외국계 기업? 나는 뭐 외국계 기업 들어갈 기회가 없었을까? 있었다. 면접도 봤고, 내가 들어가기로만 결정한다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외국계 기업에서 주는 월급의 반도 안 되는 돈을 받고 나는 IT 업계가 아닌 전혀 다른 업계에 들어간다. 뭐 그게 대수냐고 할 지 몰라도 정작 당신이 그런 상황이 되면 100에 99는 돈 많이 주는 데를 선택한다. 난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오롯이 내 판단을 믿고 그렇게 해서 고생한다 하더라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당시 나는 정말 경제적으로 힘든 처지에 있었던 때였지만 돈 보고 선택하지는 않았다.


8.

불혹의 나이. 이제는 다시 뭔가를 해야할 때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런 저런 생각 많이 했었고(대부분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비즈니스로 뭔가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이거다. 게임은 지금부터다. 지금껏 남다른 뭔가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게 발현되는 시점이 머지 않았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자신있다. 게다가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단순히 잘 될 거야가 아니라 열심히 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얼마 남지 않았다. 지켜보면 알 거라 본다.


9.

게다가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같이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 그건 작년에 이런 저런 생각 속에 나 혼자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금껏 나는 혼자 일하는 게 편했다. 여러 명이 해야할 일을 나는 혼자서 다 처리했고, 혼자서 하는 게 가장 빨랐으니까. 그러나 더 큰 일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던 거다. 게다가 나는 다소 장인 정신이 있는 지라 돈보다는 일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도 있기에 그걸 저지해줄 사람도 필요했다. 나름 지금껏 1:1은 누구라도 자신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자랑 아닌 자랑으로 여기면서 살아왔지만 이제는 버려야할 때다.


10.

그렇다고 해서 조급하거나 하진 않다. 응당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하기에 꾸준히 정진할 뿐이다. 노력하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그림은 현실이 되어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이제는 남들이 하던 식으로의 비즈니스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던 거라는 걸 보여주지. 나는 수준 떨어진다 해서 무시하곤 했던 그런 것들 나도 이제는 한다. 단, 그네들과 똑같이 하지는 않을 거다. 왜냐면 나는 돈보다 다른 걸 더 우선시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그네들처럼 하는 건 쉬워도 나처럼 하는 건 쉽지 않을 거다. 단지 이제는 무시했던 그런 영역까지도 서슴치 않겠다는 거다.


11.

인생의 반을 살아온 지금 나는 과거의 삶보다 앞으로 살아갈 과정이 더 중요하다 본다. 지금까지 배웠던, 노력했던 것들이 사람들이 바라보는 기준(소위 말하는 돈, 성공 이런 잣대)에 맞춰서 발현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소싯적에 운 좋아서 그랬다, 어렸을 때 그랬지 지금은 뭐 평범하다 그런 생각하는 이들에게 증명이라도 하듯 보여주고 말테다. 많은 사람들은 돈이 있어야 뭔가를 하지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남다른 무언가를 들고 있으면 돈 있는 사람이 돈을 내게 마련이니까. 중요한 건 어떻게 머리를 쓰느냐지 돈 그 자체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