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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심야식당: 사람 사는 얘기 좋아한다면 추천


0.

나의 3,515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 가끔씩 일본 영화를 보곤 한다. 나는 일본 영화가 좋다. 우리나라 역사 얘기를 하자면 일본을 좋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국민성을 놓고 보면 일본인들에게 배울 부분은 분명 있다고 본다. 나는 오히려 한국인보다 일본인이 더 낫다고 보기 때문. 자본주의 체제 하에선 어떤 나라든지 그런 사람들이야 존재하겠지만 유독 내가 한국에 살아서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 밖에 모르는 거 같다. 業에 대한 생각도 없고, 오직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그런 저급 인식이 팽배한. 그래서 나는 지인들하고나 친해지고 싶지 새로운 사람들 사귀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1.

그런 의미에서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내가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 냄새 나기 때문. 거기에는 영화적 장치나 기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영화란 이래야 한다고 본다. 영화를 보면서 장치나 기법을 찾아내는 게 하나의 재미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그네들에게 묻고 싶은 게 그런 거 찾아보려고 영화를 보냐는 거다. 근본적인 물음이다. 마치 너 왜 사니? 란 그런 물음처럼. 그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이 해보았느냐는 게 철학적 사고의 깊이를 다르게 해준다. 꼭 철학적 사고를 해야 되느냐고 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매우 중요하다 생각한다. 왜? 인간이니까. 왜 인간이 짐승과 구별되는데. 


나는 영화를 보는 이유가 감흥을 얻기 위해서다. 때로는 재미나게 즐기고 싶어서 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휴먼 드라마 아니던가. 사람 사는 얘기를 통해서 내 삶을 돌아보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그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심야식당>은 괜찮았다. 음식을 주제로 한 영화인 줄 알았더니만 심야식당에 찾아오는 이들의 사는 얘기가 주였다. 보기 좋았다. 나도 저런 가게 하나 운영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근데 나는 음식을 못 하네. 과일도 제대로 못 깎는디. ㅋ


2.

주인공 마스터는 왜 심야식당을 운영하게 되었는지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원작이 베스트셀러라는데 원작에서는 나오나? 궁금. 여튼 영화 속 캐릭터는 코바야시 카오루란 배우가 맡았는데 상당히 매력적인 포스를 풍긴다. 왼쪽 눈 아래 위로 칼 자국이 있는 걸 보면 뭔가 사연이 있는 듯 싶어서 그런 얘기도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는 않더라. 말수는 적지만 정 많고, 왠지 모를 상남자 포스가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소박한 삶을 영위하는 모습이 나는 멋졌다. 쳇바퀴 도는 듯한 삶일 지는 몰라도 아웅다웅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돈 벌려고 남을 밟으려고만 하는 이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인간미가 있다. 나는 그런 인간 냄새 나는 사람이 좋다.


3.

뭐 대단한 음식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침이 넘어간다. 왜 그리 맛스럽게 느껴지던지. 그러나 그런 장면들이 많지는 않아 다행. 보니까 이거 우리나라에서 TV 드라마로도 방영중이던데 김승우가 마스터로 나오네. 재밌을 듯 싶지만 안 볼란다. 난 영화 하나로 족하다. 여튼 <심야식당> 괜찮다. 추천. 사람 사는 세상이 이래야 되는데......


4.


OST다. 음악에는 약한 난데도 멜로디나 노래를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